미국 이스트먼 코닥사는 일본의 후지사진필름사 제소에서 무엇을 노리는가.
코닥사의 후지필름사 제소로 비롯된 "필름분쟁"이 미.일 양국간의 통상마찰 현안으로 부각됨에 따라 이 분쟁의 진원지인 코닥의 속셈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특히 필름분쟁이 최근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후지사진필름사의 부상과 코닥 의 상대적 위축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이번 제소는 코닥의 향후 사업전략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론 이번 필름분쟁도 직접적으로는 일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일본 특유의 기업계열체제.유통구조 등 폐쇄성을 문제삼아 시장개방을 관철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대일통상정 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거기에는 세계 최강업체로서의 위상약화라 는 코닥사 나름의 고민이 이면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중순 코닥이 "일본의 사진필름 및 인화지시장이 배타 적"이라며 미무역대표부(USTR)에 미통상법301조 저촉여부를 조사해 줄 것을정식 요청한 데서 비롯된다. 이어 지난달 초에는 일본시장의 폐쇄성으로 인해 지난 20년간 약 60억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후지사진을 제소했다.
이후 USTR의 조사결정과 일본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정식 항의등 사태가 급진전되면서 결국 양국 정부차원의 통상마찰로 증폭됐다. 코닥의 대일공략은 치밀한 계획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준비는 조지 피셔회장이 지난 93년 말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모토롤러사회장으로 있던 80년대에 일본을 집요하게 공략、 일본 국내 방식과는 다른 모토롤러방식의 이동전화서비스를 일본이 수용토록 만든 인물 이다. 지난해 그는 통상문제 전문인 듀이 발렌타인 법률사무소에 후지필름의 불공 정관행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듀이 법률사무소의 대표인 앨런 울프는 카 터대통령재임시 USTR의 차석대표를 지낸 인물이었다. 게다가 이번 교섭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 사무소의 찰스 레이크변호사는 전USTR 일본담당부장이다. 이어 지난 4월 피셔회장은 모토롤러의 전부회장으로 USTR 일본.중국담당 차관보를 지낸 아이라 울프를 일본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코닥-듀이-USTR 의 연합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90년까지만 해도 코닥사는 일본에 관대했다. 당시 호이트모어 전 회장은 "일 본에서는 더이상 코닥의 사업상 장애는 없다"고 까지 말했다. 코닥의 일본、 즉 후지사에 대한 태도가 5년정도만에 돌변한 것이다. 그 원인은 후지사진에대한 두려움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닥의 매출실적은 1백35억달러、 달러당 84엔기준으로 환산하면 1조1천억엔이 되는 셈이다. 후지사진은 1조엔.
최대.최강의코닥에 후지사진이 비슷한 덩치로 다가선 것이다.
코닥은 사실 후지사진사의 미국시장침투를 두려워 하고 있다. 후지사진은 89 년 플로피디스크、 사진감광재료약품、 인쇄용 컬러일렉트릭 이미징기기、 옵셋인쇄 PS판의 미국 현지생산을 개시했다. 91년에는 VHS비디오테이프의 생산도 개시했다.
머지않아 사진필름、 인쇄지 등 핵심제품의 미 현지생산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달중렌즈부착필름의 생산라인이 가동되며 12월에는 연산 1억8백평방m의컬 러인화지 생산라인이 가동된다. 지난해 미국내 컬러인화지의 업계 총출하량 은 3억7천1백m이다. 후지사진의 생산능력이 단숨에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현지공장이 가동되면 후지사진의 제품은 당연히 미국제가 된다.
저가전략으로 시장확대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코닥은 최근 수년간 고전해왔다. 폴라로이드사와의 특허분쟁으로9 0년에는 약 9억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했으며 게다가 M&A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 본업인 사진관련부문의 수익이 감소되는 등 재무구조가 취약해 졌다.
그결과 93년에는 차입금이 약 73억달러로 늘어났으며 주주자본비율은 17% 로까지 떨어졌다.
경영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93년 12월 피셔 회장이 취임했다. 최고책임자의 외부영입은 1880년 창업이래 처음으로 경영위기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셈이다. 피셔회장 취임후 코닥은 케미컬부문의 매각、 감량경영 등을 거쳐 경영상태 가 호전됐다. 94년 결산에서 차입금이 10억달러로 줄어들었으며 주주자본비율도 27%로 회복됐다.
코닥은 또 지난해 미국에서 8억8천만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70 %에 해당된다. 반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오히려 1천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미국에서의 점유율과 이익수준을 지키는 일이 다시 일어서려는 코닥에게는 사활과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분명한 목표는 미국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는 후지사진을 무력화시 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 최선의 전략은 역공、 즉 대일제소를 통해 후지사진 의 일본시장내 점유율을 잠식시키는 것이다. 수익이 감소하면 자연히 미국으로 유입되는 후지사진의 자금도 줄어들고 그 결과 코닥은 자국시장의 점유율 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코닥의 일본시장내 점유율제고가 전제가 된다. 후지사진을 제소한 것만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는 없다.
코닥은 제소와 영업강화라는 두바퀴를 동시에 굴려 나간다는 전략이다. 일본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상품개발、 광고의 강화、 신규유통망의 확충 등이 판매확대전략의 골자다.
코닥의 목표는 필름뿐만이 아니다. 포토CD、 디지털사진기 등 다가오는 전자사진시대도 겨냥하고 있다. 일본시장에서의 지분확대는 선결과제다. 이 때문에 "계열유통"의 폐쇄성을 붕괴시키려는 이번 제소는 중요한 것이다. 코닥 이 또 하나 노리는 것은 커져가는 아시아시장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서 코닥은 크게 뒤처져 있다. 코닥을 압도하는 기업은 역시 후지사진사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후지사진의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는 아직 준비단계에 있다. 따라서 이번 제소로 일본에서 후지사진을 약화시키면 코닥은 향후 아시아전략을 세우는데 어느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번 제소는 미국、 일본、 아시아에서의 위상강화라는 코닥의 세계전략을 상징한다.
필름분쟁은 1년후 일본 정부가 독점금지법의 운용을 강화하는 선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의 사진작가나 전문업체들은 기술력.개발력에서 후지사진이 코닥을 능가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최종 승자는 다수의 소비자가 결정한다. 코닥의 전략도 이들에 의해 심판될 것이다. <신기성 기자>
국제 많이 본 뉴스
-
1
공중화장실 휴지에 '이 자국'있다면...“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
2
“인도서 또”… 女 관광객 집단 성폭행, 동행한 남성은 익사
-
3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체포…ICC 체포영장 집행
-
4
“하늘을 나는 선박 곧 나온다”…씨글라이더, 1차 테스트 완료 [숏폼]
-
5
중국 동물원의 '뚱보 흑표범' 논란? [숏폼]
-
6
가스관 통해 우크라 급습하는 러 특수부대 [숏폼]
-
7
“체중에 짓눌려 온몸에 멍이” … 튀르키예 정부도 경고한 '먹방'
-
8
애플, 스마트홈 허브 출시 미룬다… “시리 개편 지연”
-
9
'Bye-Bye' 한마디 남기고....반려견 버린 비정한 주인 [숏폼]
-
10
틱톡 미국에 진짜 팔리나… 트럼프 “틱톡 매각, 4곳과 협상 중”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