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들의 부품조달체제가 크게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국내생산되지 않는 부품만을 수입사용해온 국내 가전업체들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양질의 싼 부품을 찾아 국내는 물론 해외현지공장용으로 구매하는 글로벌 소싱전략을 구사하면서 부품업체와 동반진출해 현지조달하거나 아예 특정국 가를 부품조달기지화 하고 있다는 보도다.
글로벌소싱전략의 경우 전담창구인 해외부품조달센터(IPO)의 기능을 강화, 단순히 경쟁력있는 부품을 발굴하는 차원을 넘어 현지생산해 조달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
특히 가전3사는 그동안 부품의 발굴.공급 차원에 머물렀던 IPO의 기능을 조달합리화 물류개선 기술 및 정보구매 체제를 확립하는 쪽으로 대폭 강화 하고 멕시코를 중심으로한 중남미와 전자복합화단지가 들어서는 중국에 IPO 를 내년초까지 추가 개설하는 등 글로벌소싱 지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가전업계가 글로벌소싱전략을 강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질좋은 제품을 가장 싼 값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없다는 절박한 사정이 배경에 깔려 있다.
세트업체들이 중국에 부품의 동반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형가전업체들은 국내보다 인건비가 싼 중국을 부품조달기지로 삼기 위해 부품업체들의 현지 동반진출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부품업체들도 중국현지 생산이 국내생산보다 가격경쟁력이 높고 특히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어 국내 가전생산라인에 공급하기 쉬운 데다 가전대기업들이초기 가동물량을 확보해 준다는 점 등을 들어 중국진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가전업체들은 중국 현지투자를 처음부터 부품을 동반한 완결형 생산방식으로 정하고 TV용 컬러브라운관(CPT)、 주문형 반도체등의 핵심부품 까지 현지생산을 계획하고 있어 기술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LG전자는 컬러TV의 핵심부품인 DY(편향요크)、 FBT(고압변성기)는 물론 21인 치와 25인치 컬러브라운관(CPT)까지 내년부터 연 1백만개 규모로 중국 현지생산을 계획하는등 완결형 현지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일、 트랜스、 대형사출등 관련 부품업체와의 동반진출외에 인쇄회로기판 PCB 과 주문형 반도체까지 중국 현지에서 생산、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일반 범용부품은 몰라도 핵심부품까지 중국현지생산을 추진한다는 것은 중국이 우리의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재고해야할 것이라는지적이다. 중국을 부품생산기지화 하는 방안은 경쟁력확보라는 긍적적인 면과 기술유출 이라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
우선 경쟁력확보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국내보다 인건비가 싼 양질의 노동력 이 풍부해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투자효과가 높은 곳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생산과 공급을 글로벌화하고 있는 다국적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중국 진출은 필수적이다. 산업의 공동화를 우려해 내국생산을 고집하다간 경쟁에 서 밀려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부품품목을 어느선까지 잡느냐 이다. 아직까지는특별한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없는 범용부품은 현지에서 생산하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핵심부품은 국내생산을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가전대기업의 완결형 대중생산과 관련、 주요 부품의 현지생산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부머랭효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전자업체들의 대한투자형태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범용부품과 세트조립생산에 치중하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핵심제품은 직접 일본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머지않아 우리와 직접 경쟁하게 될 중국에 첨단무기를 제공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핵심부품의 현지생산은 아무래도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국내전자업체들은 범용부품생산과 세트조립은 중국、 핵심부품생산은한국 으로 이원화하는게 바람직하다. 멕시코、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과는 달리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는 중국에서 주요 부품을 한꺼번에 생산하기보다는우선은 국내에서 생산-공급하거나 점진적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산업협력을 추진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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