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품재료산업"의 육성방향

엔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자제품및 관련부품의 경쟁력이 그다지 나아지지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되는 엔고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국내 산업에 별다른 이득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대일 핵심부품.재료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경우는수입가격의 상승으로 생산원가 부담만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내놓은 "엔화강세이후 선진국시장에서의 한.일제품 가격변화 비교" 보고서를 보면 엔화강세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시장에서 승용차、 선박、 화학제품、 철강판、 공작기계 등의 가격경쟁력은 일본제품 에 비해 강화됐으나 메모리 반도체、 컬러TV、 VCR 등 전자제품은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약화됐다.

정부도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가 수입단가 상승、 특히 엔고에 따른 대일수입액의 상승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결국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과 엔화강세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이 무역수지 적 자폭 확대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으며 따라서 대일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수입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강구되지 않고서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실 국내 전자업계、 특히 주요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부품업체들은 일찍부터 엔고의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며 이에대한 대책을 나름대로 모색 해왔다. 물론 핵심부품을 일본으로 부터 들여오는 세트업체들의 관심도 적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수급기업의 관계상 제조원가 인상요인이 발생하더라도 당당하게 가격보전을 요구하기 어려운 중소 부품업체들이 느끼는 엔고의 영향은 한층 절실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올들어 엔고가 급진전되면서 엔고에 따른 원가부담을 피하기 위해 재료 나 부품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산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고 실제로 상당수의 관련업체들도 이에 대해 나름대로 치밀하게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업체들의 결론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더 이상의 수입선 대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지금과 같은 상황과 분위기 아래서 국산대체에 목을 매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말까지 들려오고 있다.

엔고로 인해 원가상승 부담을 느끼고 있는 세트업체가 중소 부품업체의 형편 을 감안해 부품 납품가를 필요한 만큼 올려주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자체적으로 인상요인을 흡수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결국 이같은 자조적인 심정 이 되고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최근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KETI)와 업계가 중심이 돼 총체적이고 다각적인 전자부품 재료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이를위한 토론및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 8일 열린 "전자부품 재료산업 육성방안 워크숍"에서는 국내 재료산업및 관련업체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발전대책 등이 심도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국내 재료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업 규모의 영세 성을 탈피하고 기술개발 지원과 수요 안정화를 연계하는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선행돼야 하며 전문인력 확보를 겨냥한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부품업계가 반도체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핵심 재료를 대일수입에의존 경쟁력이 떨어짐은 물론 기술 종속이 구조화 되고 있는 현상황은 발전을 위해 반드시 탈피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공감하는 대목이다. 이를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및 연구기관이 일제히 나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도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그동안 거듭돼온 탁상 기획이나 겉포장을 위한 알맹이 없는 형식적인 개발을 지양하고 정말 필요한 기술과 제품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도이를 위해 "명분"이나 "형평성"에 얽매이기 보다는 실제로 업체들이 필요로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산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어떤 것인지를 적확하게 파악해 기업의 짐을 덜어주고 투자할 의욕이 나게끔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기업들도 그동안 관행화된 "정부지원자금은 운용자금 내지 싼 대출 자금"이 라는 인식을 버리고 "자기 돈"을 투자해서라도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최근 슈퍼 엔고로 인한 일본기업의 일시적 경쟁력 저하는 국내산업에 있어 마지막 구조 조정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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