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개의 텔레비전 방송채널".
미국이나 유럽 홍콩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2년후면 우리나라 시청자들 도 이처럼 50여개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홍수속에서 채널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돌려가며 볼 수 있게 된다. 이미 지난 3월 개국한 종합유선방송(케이블T V)의 20여개 채널과 오는 10월 추가로 개국하게 되는 기독교채널등 6개의 케이블TV 채널 외에도 KBS MBC SBS, EBS등 기존의 공중파방송, 그리고 올 7월 발사되는 방송위성을 통해 본격적으로 위성방송(DBS)이 시작되는 내후년경에 는 그야말로 "방송대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특히 올 7월18일, 미국의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발사될 예정인 국내 최초의 위성인 "무궁화위성"이 3~6개월간의 시험기간을 거친 후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방송및 통신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디지털 방식의 1백20W급 방송용 중계기 3대에서 최대 12개의 채널로 위성방송이 가능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12개의 위성채널이 추가돼 명실상부한 위성방송시대를 맞게 되는데, 어떤 유형의 채널이 방송될는지는 공보처가 아직 확정짓지 않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일본의 NHK채널과 홍콩의 스타TV 채널등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다국적 위성채널도 7~8개에 이르고 있고, 미국의 음악전문 케이블TV 방송인 MTV는 지난 15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지역을 대상으로 한 위성방송을 시작하는등 방송위성을 통한 위성방송의 전쟁도 이미 시작됐다.
또 최근에는 국적이 애매모호한 채널까지 등장했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재일교포가 한국의 기존 공중파방송과 계약 을 맺고, 이들 방송사로부터 과거 인기리에 방영된 프로그램들을 공급받은뒤 우리나라의 시청자를 겨냥해 일본에서 위성채널을 임대해 이들 프로그램 을 쏘아보내고 있다.
이 재일교포는 이 프로그램들을 국내 중계유선방송업자들이 받아 국내 시청 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방영토록 하고, 자신은 광고수익만으로 이를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파의 월경으로 인한 위성방송의 채널은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는데이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방송정책 주무부서인 공보처와 방송 및 통신위성등 기술관련 주무부 처인 정보통신부는 함께 위성방송사업을 추진하면서 의견불일치 때문에 현재까지도 부처간에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93년초 당시 체신부와 공보처는 무궁화위성의 위성방송 전송방식을 둘러싸고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로 한동안 치열한 언쟁을 벌였다. 당시체신부는 미래의 과학기술 발전 차원에서 첨단방식인 디지털방식을 내세운반면 공보처는 경제적, 현실적 차원에서 아날로그 방식을 채택할 것을 요구 했다. 체신부는 방송기술발전 추세로 볼 때 아날로그 방식은 언젠가는 디지털로 전환해야 하고 차세대미디어의 핵심기술 확보 및 세계시장을 의식해야 하며, 고선명TV(HDTV)와의 기술연계를 위해서도 디지털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체신부는 이 방식을 택해야 여러 채널의 방송이 가능하며, 아날로그로 할 경우 위성방송 사업자의 채널이용 요금이 2배이상 늘어난다는것이다. 반면 공보처는 궁극적으로 위성방송이 디지털방식으로 돼야한다는 데는 이론 이 없으나 디지털방식이 아직 세계적으로 실용화된 곳이 한군데도 없어 기술 로서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수명 10년인 1세대 무궁화위성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공보처는 특히 위성방송을 디지털로 할 경우 수신기 구입비용이 아날로그보다 4배이상 들어 산간오지의 난시청해소가 어렵고 위성방송 도입 자체가 실패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채널수가 3배이상 늘어남에 따라 국내 프로그램 공급능력에 비춰 양질의 프로그램 제공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방송사 들도 채널의 증가를 막기 위해 아날로그 방식을 선택하도록 의견을 통일해 건의하는등 공동대응 움직임을 보였으나, 결국 체신부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또지난 4월12일 민자당 정책위 주관으로 여의도 민자당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케이블TV.위성방송에 관한 정책간담회"에서도 공보처와 정보통신부는 이 견을 보였다. 이날 정보통신부는 오는 7월 발사될 무궁화위성의 위성방송에 대해서도 "12개의 가용채널 모두를 가급적 빨리 사용할 수 있도록 위성방송 사업자를 한꺼번에 선정해줄 것"을 주장했고, 공보처는 "전문편성을 원칙으로 하되 KBS등 공영방송을 우선방송하고 점차 민간방송으로 확대하는" 점진 적 위성방송 실시를 주장했다.
최근 관련기관및 업계에 따르면 공보처는 올 하반기에 한국방송공사(KBS)에 만 위성방송 2개 채널을 허가한 뒤 오는96년 하반기부터 상용방송을 실시하고 97년에는 5개 채널, 오는 99년에는 8개 채널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반면 정보통신부는 올해 공공채널 3개와 민영채널 3개등 6개의 채널을 허가한 뒤, 98년까지 12개의 채널을 모두 허용, 무궁화 위성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날이 갈수록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고 있는 주변국가 위성방송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 시청자들이 국내 위성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선 공보처와 정보통신부의 치열한 지상전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할 것같다.
【조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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