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빗장풀린 교환기시장 (상)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22、 23일(한국시간) 양일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통신협의에서 국내 인증 절차를 무시한 채 미AT&T의 신형 교환기인 5ESS-2000의 품질인증절차의 일부를 생략해주기로 했다. 이로인 해 앞으로 국내 교환기업계는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이번 협상의 문제점 과 국내시장 실태, 앞으로의 대응책 등을 3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한미 통상협의에 대해 국내 관계자들은 국가간의 문제를 다뤄야하는 양국 협상에서 "특정업체의 특정제품"이 협상 대상으로 올려진 것이나미국정부의 압력에 두손을 든 우리 정부의 자세에 대해 모두 문제가 있다는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정부가 미AT&T사의 신형 교환기의 품질인증절차의 일부를 생략해 주기로 양보함에 따라 그동안 자체 개발한 국산 교환기인 TDX기종 으로 상당수준 통신주권을 수호해왔던 국내 교환기산업은 사상 최대의 위기에 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양보해서는 안될 사안을 양보함으로써 향후 다른 분야에서의 협상에 서 상대방에게 보여서는 안될 약점을 노출한 채 협상에 임해야 하는 결정적 인 우를 범하고 말았다는 비판이 높다.

그러나 정작 국내업체들은 "시장잠식"이라는 현실적인 내용보다는 정부의 안이한 대외통상 협상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올초 미 무역대표부(USTR)가 여러 채널을 통해 AT&T기종에 대한 인증 압력을 가해오기 시작할 때만 해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압력이 시작된 지난 2월초 공로명 외무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무역대표부 USTR 미키 캔터 대표는 우리정부에 통신분야의 시장개방을 요구 했다. 지난 92년 체결된 한.미 쌍무협상으로 많은 분야를 개방했으나 아직까지 국내법 및 절차상 외국기업의 시장참여를 배제할 수 있는 조항이 일부 남아 있어 이런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번 요구는 시장개방을 통한 자율적 경쟁도입이라는 종전의 논리와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시장개방이란 양자합의 도출사안과는 거리가 먼 일개 미국기업에 특혜를 주라는 상식이하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측의 요구사항은 미국 통신기업인 AT T사가 최근 개발한 신형교환기(NO.5ESS-2000)를 한국통신에 팔 수 있도록제품 판매이전에 의무적으로 치러야 할 국내 인증절차를 생략해 달라는 내용이다. 통신망환경이 국민 모두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만에 하나통신 장비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음에도 불구、 인증절차를 생략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핸들이 어느쪽에 달려있는지상관말고 자동차를 팔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과 다를 바가없다. 또 이번 협상에서 미국측은 국내 입찰 및 인증제도에 문제가 많아 미국기업 이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간 인증과정 및 절차를 없애달라는 내용의 제도개선을 요구하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우리기업들도 정부 공공기관 인 한국통신에 물품을 납품할 때 엄연히 입찰과 인증절차를 밟는데 미국측은 이를 힘의 논리를 앞세워 생략 또는 특혜를 달라고 압력을 가한 것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정보통신부는 교환기의 인증제도와 인증절차는 수요처 인 한국통신의 관할사항이니 만큼 AT&T사가 한국통신과 원만히 협의해 추진 해야 할 사안이라는 식으로 밀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국 통신협의에서 미국측의 납득할 수 없는 요구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하지만 인증 절차의 일부를 생략해 주기로한 이번 합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논란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우선 인증절차를 두고 국산 교환기와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TDX-10 개량형 기종의 인증절차를 받고 있는 LG정보통신.삼성전자.

대우통신.한화정보통신등이 "AT&T에 대한 특혜"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구원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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