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신 엔고시대 (5);반도체

신엔고의 영향으로 "반도체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개선되어 수출이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분석과 "일본을 누르고 국내 반도체업계가 세계 정상을 차지하게될 것"이라는 등 장밋빛 기대가 팽배하다.

그러나 조금은 이른데가 있다는게 업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신엔고로 상대적 수출증대 등 단기적인 영향은 크게 기대할 것이 못되며 다만 "국내 반도체산업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 이라는데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제까지 반도체 수출이 늘어난 원인이 가격에 있었는가 하는 문제는 반드시그렇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전세계 컴퓨터 및 통신산업의 활기로 반도체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 이에따라 공급이 크게 달렸기 때문이다. 일일 3교대로 공장을 풀가동해도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었던데 있었다. 지금도 수 개월치 의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엔고에 따른 직접적인 물량 증대란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지난 2월중 출하대 수주비율도 상승했다. 더군다나 이같은엔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미 수년전부터 꾸준히 지속되어온 현상이 다. 단기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을 입증하는 부분들이다. 그렇다고 이번 신엔고가 국내 반도체업체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신엔고는 *국내업계의 원가절감노력의 가속화 *장비의 국산화 *일본 시장 개척 등 몇가지 부문에서 성장의 계기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신엔고가 주는 가장 바람직한 영향은 반도체업계의 원가절감 노력을 가속시키는 계기가 될 수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수율경쟁이며 앞으로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가격경쟁이라는 조정국면을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 3사가 미증유의 호황속에서도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원가절감및 생산 성향상 노력에 나선것도 이같은 미래에 대한 불확신 때문이다. 임직원을 포함 전사원의 의식을 개혁하는데서 부터 공장내 설비의 완전자동화를 실현 하고、 생산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여나가는 한편 환경관련 부문에 대한 투자 를 확대하는 등 원가절감 노력은 여러 부문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신엔고는 이같은 업계의 노력을 가속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이같은 노력이 지속될 경우 엔고와 시너지 효과를 거두어 당초 목표한 세계제일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높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엔고는 국내업체의 해외생산기지 확대노력을 가속시킬 것이다. 반도체 3사의 해외생산기지 설립은 지난 2~3년전부터 가시화돼 왔다. 유럽.중 국 등지에 조립공장을 세운 것을 필두로 오는 98년경에는 미국.중국.유럽.동 남아 등지에 FAB공장을 설립한다는 청사진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해외생산 기지 설립의 이유는 우선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려는데 있고 그 배경에는 최근의 호황세가 뒷받침돼왔다.

그러나 공급부족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해외생산기지로의 이전이 다소간 느긋하게 진행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엔고로 이같은 해외생산기지 확충작업이 분명히 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NEC를 필두로한 일본의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이같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의 엔고로 분명 일본업체들은 이같은 해외생산 기지 확충에필사적으로 매달리게될 것이고 자칫 "느긋한" 시절을 보낸 국내업체들을 따돌리는 "일본의 계기"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6MD램부터 일본의 주요 생산기지는 모두 해외로 나가게 된다.

이같은 일본업체의 해외생산기지 확충에 대응한 국내 업체들의 세계화 작업 이 이젠 초기단계를 벗어나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해외생산기지 확충을 통한 일본의 이같은 신엔고 대응전략은 필연적으로 16M D램시장에서 국내업체와의 치열한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4MD램 가격은 예상밖으로 현재까지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있다. 공급부족 때문이다. 4MD램 가격 강세가 엔고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고 16MD램시대의 도래가 늦추어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엔고는 4MD램의 일본 메이커들의 4MD램의 가격인하 노력을 어렵게 만들어 그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16MD램으로 쏠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수율향상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성 향상 노력을 통해 4MD램보다는 상대적으로 원가인상 압력을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4MD램시장의 강세는 그대로 유지한채 16MD 램시장이 반도체 주기보다도 빨리 안착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엔고는 일본업체의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16MD램 시장의 포문을 앞서열게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국내업체와의 전면전이 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는가능성을 짙게하고 있다. 신엔고로 국내업체가 반사이익을 보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되는 셈이다.

반도체산업은 장비의존도가 여타 산업에 비해 현저히 높고 장비개발 및 도입 문제가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장비는 수입의존도가 90% 가까이 이르고 그나마 핵심장비는 전량 수입품이다. 이번 신엔고로 일산 반도체장비의 수입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점이 아마도 가장 큰 피해가 될 것이다.

지난 2년전까지만 해도 반도체장비의 수입은 7대 3 정도로 일본 수입의존도 가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4대6으로 오히려 미국산의 수입이 높아졌다. 계속된 엔고로 수입선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온 결과이다. 이같은 대일 수입의존 도를 낮추려는 노력은 이번 신엔고로 더욱 가속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오는 97년까지 일본、 미국、 국산장비의 비중을 30대 40대 30으로 가져갈 계획이다. 대일 수입비중을 낮추는 한편 국산장비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도이다. LG반도체도 1.4분기중 대대적인 반도체장비 국산 화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시말해 엔고는 반도체장비의 대일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활발히 추진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TFT-LCD의 경우는 도입장비의 대일 의존도가 최고 90%까지 육박하고 있다. 오는 9월 공장완공을 앞두고 있는 LG전자는 현재 장비발주를 앞두고일본업체와 가격협상에 나서고 있으나 엔고로 상당부문 추가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삼성전자나 현대전자도 마찬가지다. 이와함께 일본에서 장비를 도입해올 때도 달러 결제방식을 도입한다거나 국내에 있는 일본 합작 장비업체를 통해 도입、 원화로 결제하는 방식 등이 다각도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반도체재료쪽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웨이퍼、 포토마스크、 리드프레임 등 핵심 재료의 국내 조달비중을 크게 높이는 한편 국산화 노력도 가속될 것이다. 일본시장 개척의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엔고에 따른 호재로 볼수 있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업체의 대일 수출은 약 13억달러에 달했다. 엔고로 일본이 수입하는 반도체가 크게 늘어나 지난해 23%대에서 올해는 30%대까지 높아질전망이다. 국내 반도체업체의 대일 수출확대는 규모뿐 아니라 상징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의미를 갖고 있어 업계의 대일시장 개척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시장 개척에 가장 활발히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총 63 억달러 수출중 12.7%인 8억달러를 일본에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빠르면 올해말 또는 내년초면 일본 수출비중을 15%대까지 높일 수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엔고는 잘만 활용하면 반도체업계가 명실공히 세계 최고를 차지할 수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번 기회를 놓치게되면 현재의 호황국면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따라서 이번 신엔고는 하나의 "도전"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보인다.

<이경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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