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내용의 정부시책이라도 그것이 자주 변경된다면 문제가 많다.
특히소비자들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전자관련정책은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점에서 공진청이 최근 오는 96년 1월1일까지 국내생산 모든 전자제품 의 전압을 2백20V로 전용화하겠다던 계획을 수정、 프리볼트 제품생산을 전면 허용키로 한 것은 관련업계를 비롯, 소비자들을 당황케 하기에 충분하다.
공진청은 92년 8월 처음 2백20V전용화를 발표한 이후 2년이 지나、 정확하게 는 29개월만에 이 계획을 대폭 손질하게 된 것이다.
물론 공진청의 이번 방침은 그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누구라도 긍정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지니고 있다. 오히려 그것은 기존의 승압이 안된 전압 1백10V 지역 소비자들에게 2백20V 변압기를 별도로 구입토록 했고、 역시 업체에는 소비자의 불만을 높이는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번 공진청의 프리볼트 전자제품 생산허용 방침에서 두드러지는 특색의 하나는 어느나라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개발로 국산전자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책의지가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압조정 범위가 80~2백60V의 제품군에 속하는 전자제품은 모두 프리볼트로 생산토록 한 점과 프리볼트로 불가능한 제품에 대해서는 1백10V와 2백20V를 동시 지원토록 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북한을 비롯 이란、 중국 등은 2백20V의 단용제품만 사용하고 있으나미국과 캐나다가 1백20V와 2백40V 겸용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비롯 러시아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1백27V와 2백20V、 일본이 1백V와 2백V 겸용 전자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2백20V 전용 제품생산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전용제품 생산만 고집해서는 제품의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또 하나는 그동안 2백20V 전용제품 생산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치유하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번 프리볼트 제품생산 허용의 배경이라고 볼 수있다. 공진청은 2백20V 승압에 따른 기술기준 운영요령을 개정하면서 프리볼트 제품의 생산허용 시기를 발표일로 잡았으며 기존 2백20V전용제품도 프리볼트 생산허용제품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은 일정한 추진체계를 갖추어 일관성을 유지하는게 원칙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책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겸용제품을 사용하는 국제적인 추세에 편승하고 일반국민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프리볼트 전자제품의 생산을 허용한 공진청의 방침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당위론만 앞세운 나머지 추진과정에서 난맥상이 드러났다. 그 하나가 정부정책의 일관성 문제다. 정부정책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은 물론 관련업계로부터 신뢰성을 얻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전자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사전홍보도 없이 전격적으로 이같은 방침을 밝힌 것은 좀 성급했다는 평이다. 전자업체들이 프 리볼트 전압의 전자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줬어야 했다는것이다. 이미 가전3사를 비롯 2백20V 단용전압장치를 생산하는 일부 전자업체들이 갑작스러운 이번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한 2백20V 전용화 정책이 처음 실시된 92년 8월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기존입장을 고수하던 공진청이 뒤늦게 프리볼트제를 도입한 것은 정부의 세계화전략에 발맞춰 한건위주의 "전시정책"을 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공진청의 이번 조치는 지금까지 전자업계의 프리볼트 전자제품 생산허용요구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다행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공진청은 지금부터라도 전자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부품수급조절 등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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