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신 국가대동맥 정보고속도로 (4);불붙은 건설경쟁

1.국력은 정보고속도로에서 나온다2.글로벌 정보고속도로의 주도권을 잡아라3.아시아 정보고속도로사업, 우리가 주도한다 고어 미부통령의 부친인 앨버트 고어 시니어 상원의원은 1955년의 전국하이 웨이 건설법안 입법에 공헌한 것으로 명성이 높다. 광대한 미대륙을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주간 하이웨이(Inter-State Highway)"의 건설은 자동차의 확산에 상응한 물류의 효율화와 경제적기회의 확대 등을 통해 미국의 번영과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확립에 큰 기여를 했다. 그로부터 한세대가 지난 후 새로이 회자되고 있는 "정보고속도로"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꿈을 재현하자 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라는 용어가 최초로 거론된 문헌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91년 9월호에 실린 고어 미국부통령의 논문 "지구촌의 사회기반(Infrast-ructurefo r the G-lobal Village)". 공업사회에서는 한 나라의 수송기반 즉, 운하.

철도.고속도로가경제경쟁력의 승패를 결정했으나 21세기의 정보사회에 있어서는 광섬유에 의한 전국규모의 고속 데이터 네트워크가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 그 구축을 연방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의 과감한 투자를 촉진시키는 한편가정 학교, 기업, 정부 등의 대량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 정보통신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1천억 달러 이상의 정부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정보고속도로의 궁극적인 목적을 미국 경제의 국 제경쟁력 강화에 두면서도 교육, 의료서비스 등의 개선을 통한 사회개혁에 큰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92년이후 이 구상이 진전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고, 정 보슈퍼하이웨이는 미국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 및 인간생활개선을 구현하는2 1세기의 비전으로 등장하게 된다. 93년 9월15일 미국정부가 발표한 국가정보 인프라 행동계획"은 앞으로 추진할 정보고속도로의 비전과 그 추진원칙을 밝힌 그랜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92년 이후 다소 산만하게 제창되어 왔던 정보 인프라스트럭처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미국의 경제와 사회에 공헌할 그 역할을 명시하는 한편, 이를 추진하는 기본적인 틀과 기준 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계획서에 의하면 정보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경제자원의 하나이다. 미국 근로자의 3분의 2는 정보관련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나머지 근로자도 정보에 크게 의존하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국제경쟁의 시대에 있어서 정보를 만들고 다루고 쓰는 기술은 미국을 위해 전략적인 중요성을 가지며, 경쟁력의 강화와 고용창출을 통해서 미국의 경제성장과 국민생활수준의 향상을 가져다 줄 것이다. NII계획의 추진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계획서의 말미는 "미 국의 운명은 우리의 정보 인프라스트럭처에 직결되어 있다"고 선언하고, "행 동할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한다.

이는 앞으로 닥쳐올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미국이 정보인프라의 실현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여실히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미국의 정보고속도로 구상은 여러나라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 가운데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88년부터 심한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고 현재도 이의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미국은 대부분의기업들이그간 철저한 다운사이징과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고있었고,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주요제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일본을 앞지르게 되었다.

93년 3월 일본 우정성이 전기통신심의회에 위촉해 작성한 답신서는 21세기를 바라보는 일본의 기본과제는 "지적사회의 구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도경제성장이 막을 내린 지금 물자와 에너지를 대량소비하는 공업사회는 한계 에 다다랐으며, 이를 극복하고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조화있는 발전을 기하려면 인간의 지적활동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는 "지적사회의 구축"이외 에는 길이 없다. 지적사회에서는 물자와 에너지 대신에 지적활동의 산물인 정보.지식의 창조, 유통, 공유화가 실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고도화된새로운 정보통신 기반이 필수적이다.

일본정부는 93년 세차례의 추경예산을 세우면서 정보인프라에 대한 공공투자 를 파격적으로 증액했다. 이것은 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의 통신.컴퓨터 산업을 구제하자는 경기대책적인 목적과 아울러 "신사회자본"주장에도 대응, 일본의 정보통신 기반확충에 긴급히 대처하자는 의도도 강하게 내포되 어 있었다. 세차례의 추경예산에 반영된 정보.통신 관련 공공투자 예산은 약2천억엔으로 과거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모였다. 93년 1월1일, 세계최대의 단일시장으로 부상한 EU(유럽연합)는 어떠한가. 인구 3억4천만, 국민총생산 4조3천억달러로 세계 고소비 인구의 40%를 포용하는 세계최대의 경제 권 EU는 그간 통합시장의 성립을 위해 모든 산업분야에서적극적인 준비를 해왔다. 그 중에서도 정보통신은 시장통합의 최우선분야로지목되었고, 그 목표 달성상황은 시장통합의 진척도를 가늠하는 척도의 하나로까지 상정되었다.

이는정보인프라가 단일유럽의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증대시키는 중요한 조건이고 유럽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 양질의 저렴한 정보통신서비스가불가결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EU에서는 각국의 기존 네트워크의 자유화와 조화를 추진하는 한편, 이와 병행해서 전 유럽을 묶는 새로운 네트워크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각국에서 운영하고있는 네트워크를 원점에 서부터 재구축하고 범유럽화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비용면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그대로 용인하면서 신기술에 의해 새로이 구축될 네트워크에 대해서만 처음부터 공동보조를 취하자는 것이다. 그대상이 되는 분야 중 대표적인 것은 ISDN과 이동통신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남아의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는 인구가 2백70만에 지나지 않는 도시국가이지만 1인당 국민총생산 약 2만달러에 연간수출액은 6백억달러가 넘는다. 유리한 입지를 적극 활용하여 동남아 역내에서 무역, 금융, 해운, 관광의 중심 지로 발전해온 싱가포르는 "정보입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적극적인 정 보화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결과 정보 인프라스트럭처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을 받고 있고, 정보화수준도 매우 높다.

91년에 발표된 "IT2000"계획은 2000년까지 싱가포르 전역의 모든 가정, 학교 사업체, 공장 등을 정보통신망으로 이음새없이 연결, 언제 어디서라도 정보서비스를 얻도록 하자는 야심찬 계획이다. 흔히 인텔리전트 아일랜드 계획으로 불리는 이 계획은 미국의 NII보다 2년 앞선 것이며, 고어 부통령의 정보고속도로 구상은 바로 이 인텔리전트 아일랜드 계획에서도 자극을 받았던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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