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구상을 구체화시키는 첫 단계 작업으로서 정부는 지난해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 및 방송 분야 업무가 드디어 통합되어 "정보통신부"의 발족을 보게 되었다. 이것은 그간 절실히 요구되어 왔던 바람직한 업무 개편으로서(본지 94년 7월14일자 "정보통신부" 참조), 정부는 21세기 정보산업사회를 대비한 일사불란한 지도체제를 확립하게 되었다. 과거의 소모적인 부처간 갈등을 완전 종식시키고 진정한 세계화.
국제화를향해 매진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게 된 것이다. 이 세계화와 미래 를 향한 출발점에서 정보통신부가 유념해야 할 사항들을 점검해 보기로 하자. 먼저 정보통신부 구성원들을 종전에 귀속되었던 부처의 개념과 소속감을 완전히 불식하고 새로운 부처로서 출발해야 하겠다. 업무재편후 이름을 체신부 로 두지 않고 정보통신부로 개명한 것은 바로 과거 부처의 연속이 아닌 새로운 부처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이제 세계와 미래 속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절대적인 책무자임을 의미한다. 과거의 부처경쟁적인 업무자세를 완전 일소하고 세계속의 경쟁과 미래의 계획을 향해 함께 노력하는 진취적인 자세를 갖춰야 하겠다.
정보통신의 세계화.국제화를 표방함에 있어서 항상 유념해야 할 사항은 우리나라 고유의 고도기술과 산업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세계화.국제화란곧 예속에 이르는 지름길일 뿐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세계 민속 경연대회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우리 고유의 가무와 의상이 있는 덕분이 다. 따라서 정보통신부가 서둘러 조치해야 할 기본업무는 국내 정보통신분야 의고도 기술 및 산업 기반을 공고히 다질 수 있도록 제도와 투자를 재정비하 는일이다. 국내 정보통신분야의 고도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 대학과 연구소에 확고 한 연구기반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먼저 대학의 연구수준이 높아져야 고급 연구 수행능력을 갖는 인력양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하고 대학연구환경의 개선과 고도수준 연구교육의 정착을 위해 지원해야 하겠다. 그 실천방안으로 서 창의기초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감과 동시에 창의응용연구사업 도 착수하여 대학의 전문가 그룹별 공동연구를 장려하고, 이러한 연구들의 모체가 될 정보통신 연구센터(TRC)들을 충실히 구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 다. 이때 정보통신분야의 전국적인 발전에 힘쓸 것이며, 특정한 대학을 설립. 육성했던 과학기술처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정보통신분야 정부출연 연구소를 고도기술개발 중심으로 집중 지원하여 미국의 벨 연구소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정보통신분야의 고도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먼저 정보통신산업의 특징이 "자발적인 아이디어의 결집"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수많은 세계표준들도 모두 산업체의 자발적인 협동으로 마련되고 있고 거대한 미국 정보통신 산업 에 있어서 미국정부의 규제는 주파수 관리정도에 그칠 뿐이다. 국내 고도산업육성을 위해서 정보통신부는 제도정비 및 투자조정 등을 통해 산업여건을 조성해주는 한편 세계진출 및 경쟁에서의 장애요인을 제거해 주는 선에서 그치고 나머지는 산업체의 자발적인 노력과 경쟁에 맡겨야 한다. 결코 산업활동의 규제자가 되거나 산업의 주도자가 되고자 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세계 화.국제화로 향한 궁극적인 완전 개방을 염두에 두고 국내산업의 과잉보호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정보통신부는 그 세계화.국제화의 의지와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의 대비를 다짐하는 상징으로 다음 세가지의 사업을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전국 주요산업체들과 주요 대학.도시와 연결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위성통신.광통신.CATV망)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서 광대역 양방향 멀티미디 어영상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국 계속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자. 대학교 육을 보완한 산업체 기본교육이라 할 수 있는 계속교육을 본격화시킴으로써 산업체들이 치열한 국제경쟁을 고도기술로서 이겨 나갈 수 있도록 해주자.
(본지94년 8월18일자 컬럼"정보화시대 계속교육"참조.) 둘째, 세계적인 수준의 회의시설과 정보통신 능력을 겸하여 구비한 정보통신 컨벤션 센터"를 세계적인 도시 서울에 하나 설립하도록 하자. 그래서 세계적인 학술대회와 전시회들을 유치하여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이 생활속에 서우리나라 고유문화와현대생활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자.
(본지94년 6월2일자 "국제화 구호의허구"참조.) 셋째, 전자정보통신 관련학회들이 한지붕밑에서 함께 학술활동을 펼쳐 나가면서 장차 학회연합.통합의 기틀을 다질 수 있도록 "전자정보통신 학회청사" 를 하나 설립하자. 한 나라의 학술수준은 그나라 기술수준의 근간이 된다.
기술대국 미국에는 IEEE가 있고 신흥기술국 일본에는 IEICE(전자정보통신 학회 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학술수준의 학회가 "하나"있도록 하자.
(본지94년 11월3일자 칼럼 "아시아게임과 과학기술"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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