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전자산업 총결산> 유통부문

올해 전자제품 유통업계는 전반적인 경기호조로 겉으로는 호황을 누렸으나내부적으로는 구조적 변화에 어려움을 겪은 한해였다.

또 메이커의 가격인하와 국내 유통업계에 불어닥친 "가격파괴"바람을 타고 상설할인매장이 등장하는가 하면 정부의 유통산업 육성책에 기대를 걸고 양 판점으로 전환하는 대리점이 크게 늘어나는 등 유통구조도 크게 변모하는 양상이었다. 가전 유통시장의 경우 올해 최대 특징은 메이커의 가격인하 바람과 유통점의 대형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8월 삼성전자가 주요 가전제품의 가격을 전격 인하한후 가전업계는 물론 컴퓨터업계까지 이에 동참하기도 했으며 연말을앞두고 내년의 특소세 인하분만큼 사전 가격인하를 단행, 5대 가전제품의 가격이 연초대비 15%가까이 떨어졌다. 여기에다 각종 할인및 무이자할부 판매 등 간접 가격인하책들을 3사가 다투어 실시, 가격인하를 통한 판매경쟁이 연중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속에도 가전3사는 유통시장 개방에 대응한 대리점 체질개선을 추진, 대리점들을 대형화로 이끌었다. 목적은 외국 유통업체들의 진출 길목을 차단 하고 진출 이후에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것이다. 이로인해 3백평이상의 초대형 대리점이 탄생되는가 하면 40평~1백평규모의 대형 대리점도 크게 늘어났다. 가전 유통업체의 호황은 올여름 이상기온에 의해 에어컨과 선풍기가 품귀현상을 빚은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들제품은 수년간 판매부진으로 메이커들 이 생산을 축소했으나 올해는 수요가 폭증, 제품을 구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때문에 이들 상품의 도매가격도 출고가의 1백20%를 넘어서는 등 가격폭등을 불러 일으켰고 유통재고 소진은 물론 업체들이 추가생산에 착수하는 기현상을 가져왔다.이로인해 한겨울에 에어컨을 예약판매하는 새로운 영업형태 도만들어 냈다.

통신단말기유통시장은 일년내내 극심한 가격경쟁을 벌였으며 이로인해 연쇄 부도 파문을 일으켰고 유통구조 또한 다원화된게 특징이다.

휴대전화기와 무선호출기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떨어져 판매가 기준으로 연초대비 평균 30%이상 하락했다. 통신기기의 가격폭락은 보따리장수로 불리는 영세수입상들의 몰락과 판매점들의 연쇄부도를 낳기도했다. 인기좋은모토롤러제품을 들여오던 수입상들은 한때 1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만큼재미를 보았으나 잇따른 가격인하에 가격경쟁력을 상실, 도태됐다.

판매점들도 오랜 출혈경쟁을 견디지 못해 연말로 접어들면서 잇따라 부도를 냈고 이로인해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유통점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있는 상황이다.

신세대들이 무선호출기등 이동통신단말기를 집중적으로 구매,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통구조도 변화됐다. 종전에는 제조업체-총판-판매점으로 이어지는 聖 일적 유통구조였으나 올해는 메이커-대리점으로 직결되는 유통형태가 등장하는등 다원화됐다. 한국이통, 서울, 나래 등이 가입자 위탁대리점망을 독자적 으로 구축, 메이커로부터 OEM방식으로 단말기를 공급받아 보급에 나선것도그 예다. 총판에 의존해오던 한국모토로라가 전문점을 개설, 유통구조의 이 원화를 꾀한 것도 이목을 끄는 변화다.

컴퓨터유통시장의 특징은 거세게 불어닥친 멀티미디어바람과 대기업의 약진 이란 두가지 큰 줄기로 압축된다. 멀티미디어바람은 그동안 옵션 제품이던 사운드카드, CD롬드라이브, MPEG보드등 관련 주변기기들을 기본 장착제품으로 만들었으며 특히 멀티미디어키트시장을 크게 활성화시켰다. 이와함께 컴퓨터판매량을 전년대비 50%늘어난 연 1백30만대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 을 했다.

대기업들의 유통망 확충으로 용산 조립PC시장이 크게 위축된 반면 대기업들 은 호조를 보이는등 대조를 이뤘다. 이에따라 지난해 전체 PC시장의 60%를 차지했던 조립PC 비중이 올해는 40%로 대기업들의 제품에 역전되면서 주력 제품군의 자리를 넘겨줬다.

소프트웨어 유통시장은 양적 팽창과 구조적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겪은 한해 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출이 1백억원이상되는 업체가 소프트라인뿐이었으나 올해는 소프트타운, 한국소프트등 대형 유통사들의 매출이 모두 1백억 원을 넘어서는등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는 불법복제 단속이후 정품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었을뿐 아니라 대형 직매장과 대리점 개설을 크게 늘리는등 유통망 확대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개선은 소프트웨어 직매장을 2배 이상으로 증가시키는 견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종전 10여평에 불과하던 직매장의 규모도 올해 50평에서 수백평으로 대형화됐다.

올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소프트웨어 유통시장은 가격파괴 회오리에 휩싸였다. 소프트라인이 지난 10월 회원가입자에게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 관련서적등을 원가에 가까운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컴퓨웨어 클럽"매 장 개설로 시작된 가격파괴 바람은 소프트타운.한국소프트등으로 파급됐으며 내년에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및 부품유통시장은 전반적인 경기호조로 연 10%에 가까운 안정된 성 장세를 구가했다. 특히 반도체부문은 시장 활황세로 유통업체들의 매출실적 이 50%이상 늘어나는 호조를 보였다. 반면 D램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수급은 일년내내 불안정한 상태였다. 조직적이고 대규모이던 CPU밀수는 줄어든 반면 보따리장사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반도체를 제외한 일반부품은 수급및 가격면에서 큰 변동없이 소폭 신장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유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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