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플.독 지멘스, 싱가포르에서 R&D체제 강화

미국의 애플 컴퓨터, 독일의 지멘스 등 구미지역의 정보통신업체이 싱가포르 에서 연구.개발(R&D)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종전까지만해도 이들 첨단 업체들의 아시아지역개발사업은 자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가져다가 사양을 변경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최근들어서는 ASIC(주문 형반도체)의 개발및 중국어권의 소비자들을 위한 연구개발활동이 눈에 띄게늘어나고 있다. 구미지역의 업체들은 최근들어 이들 지역의 노동경비가 높아지기 시작함에 따라 종전의 단순한 생산기지의 역할에서 벗어나 연구개발을 포함한 지역총괄거점으로 그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애플사가 최근 극동디자인센터에서 발표한 신제품 "매킨토시LC630"의 경우가 이같은 아시아지역의 지역총괄거점화 움직임의 대표적인 예다. 애플사가 주요생산거점인 싱가포르에 세계시장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는목적으로 디자인센터를 개설한 것은 지난 93년. LC630의 경우 미국 본사의개발 거점에서 협력을 받기도 했지만 ASIC를 비롯한 대부분의 설계가 싱가포르에 서 이루어졌다. 또한 생산시 부품의 현지조달비율도 50%이상이었기때문에개발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현지"색체가 강한 제품이다.

물론 지금까지 계속해온 "현지사양"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LC630의 특징은 TV나 비디오영상을 자유롭게 불러들여 편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라별로 튜너의 사양이 달라 각 나라에 맞춰서 제품을 생산해왔었다. 애플은 특히 지금까지는 사양이 복잡한 대일본수출용 튜너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으나 최근 아시아 PC시장이 계속해서 두자리수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사양에 맞는 제품에 초점을 맞춰 생산, 마케팅, 디자인분야에서도 이 지역에 많은 경영자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또한 독일 지멘스의 반도체부문도 중국계의 인구가 많은 싱가포르에서 중국 이나 중국어권시장에 공급할 제품의 개발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멘스가 싱가포르에 IC디자인센터를 개설한 것은 지난 4월이다. 현재 약 20개의 프로젝트 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아시아시장 공급용으로 개발중인 것은 중국어 문자방송용 IC인 "차이나텍스트"이다.

영어 문자방송 IC인 "메가 텍스트"는 현재 동사의 히트상품으로 일본업체들 을 비롯한 TV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차이나 텍스트는 중국어 문자방송표시를 가능케한 것으로, 상품화될 경우 대규모의 수요가 예상되는 유망제품이다.

애플과 지멘스는 센터를 설립할때 싱가포르의 국가과학기술청에서 지원을 받았다. 또한 기초연구분야에서는 국립싱가포르대학및 난얀공과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중의 하나는 첨단 제조기술분야및 정보 기술분야의 육성이다. 특히 정보기술분야에서는 오는 2000년을 목표로 NII (국가정보기반)를 완성해 전국을 "인텔리전트 아일랜드화"하려는 "IT2000"계 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에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은 우수한 연구원 확보 라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여러 업체들이 동시에 연구.개발부문을 확충하고 있기 때문에 당초계획한 대로 인재를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지멘 스의 IC디자인센터의 경우도 현재 45명의 체제를 내년에는 60명체제로 늘릴 방침인데다가 타업체들도 싱가포르에서의 연구.개발체제를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고급인력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