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하네다 1번가 도로를 지나다보면 아담 한 8층짜리 빌딩이 눈에 띈다. 바로 닌텐도사와 함께 게임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세가엔터프라이즈사의 심장부다.
외부에서 들여다 보면 아무런 특색이 없다. 흔한 회사 광고판 하나 없어서입구에 놓여 있는 입간판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여기가 세가의 본사인 지를 알 수 없을 정도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세가사의 그 유명한 "소닉"의 캐릭터도 보이지 않는다. 회사 홍보물로 요란스럽게 치장하고 있는 우리나라하고는 매우 다르다.
실용적인일본인들의 전형적인 특색이 잘 나타나 있다.
이같은 외형과는 달리 세가사는 세계의 게임산업을 리드하는 기업의 하나로촉망받고 있다. 현재 세가사는 직원수 2천5백명에 계열사만 52개를 거느리고있는 대기업이다. 불과 10년전만해도 이름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이 회사 가 게임업계의 선두주자인 닌텐도를 따라 잡고 이제는 일본게임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1년 매출 1천억엔을 돌파한 세가사는 그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세가사는 지난 92년 전년동기비 1백%이상 신장한 2천1백30억엔의 매출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도 3천4백60억엔을 기록했다. 성장률과 함께 경상 이익면에서도 경이로운 실적을 보이고 있다. 92년 1백40억엔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2백80억엔으로 껑충 뛰었다.
이같은 세가의 성장은 대부분의 일본 가전업체들이 전후최대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세가사는 원래 일본인이 설립한 회사가 아니었다. 1951년 일본에 주둔해 있는 미군부대에 음악오락기기인 주크박스를 납품하기위해 미국인이 설립한 회사였고 당연히 사장도 미국인이었다.
이 회사가 일본인 업체로 탈바꿈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그당시 부사장으로 회사를 꾸려가고 있던 나까야마씨(현 사장)의 용단에 따른 것이다. 나까야마씨는 주크박스 일변도에서 벗어나 가정용게임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은 실제 소유주인 미국 C&W사측과 갈등을 빚게 됐다.
당시 미국 C&W사측은 미국시장에서 게임기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는데 따라나까야마씨의 공격적인 경영을 곱게 보지 않을 뿐아니라 게임기 사업자체를 매력적으로 보지 않고 있을 때였기에 양측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일본인들이 미국영화사를 매수, 미국인 경영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것과 똑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나까야마씨는 C&W사측과 협상, 주식을 인수키로 하고 부동산전문업 체인 CNK사와 공동으로 주식을 전량인수했다. 그후 세가사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 지난 89년 미국시장에서 16비트 가정용게임기 "제네시스"(Genesis)를 히트시키면서부터 오늘날과 같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게임기시장에서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닌텐도사가 있었기 때문에 세가사의 성공은 더욱 빛나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세가사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우선 나까야마 사장의 예지력을 제 1의 요인으로 손꼽고 있다.
미리 게임기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면서 발빠르게 변신하는 나까야마사장의 경영수완은 일본 게임기산업의 전설로 이야기되고 있을 정도다. 일본 8비트 게임기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던 닌텐도의 아성을 무너 뜨리기위해 16비트게임기를 개발하고 특히 닌텐도보다 한발앞서 미국시장 공략에 나서도록 한 나까야마 사장의 경영전략이 주효했다.
세가사는 지난 89년부터 16비트게임기 "제네시스"를 미국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닌텐도사측은 8비트게임기가 한창 인기를 끌면서 폭발적인 판매를보이고 있던 때라 세가사의 전략을 코웃음 치면서 가볍게 누를 수 있을 것으로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닌텐도의 예상을 뛰어 넘어 세가사의 16 비트게임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첫해에 40만대를 판매했다. 그 이듬해에 90만대 그리고 91년에 무려 1백70만대의 판매실적을 거둔데 이어 마침내9 2년 한해동안 3백80만대를 판매했다.
이같은 실적에 놀라 닌텐도가 16비트게임기를 내놨으나 이미 세가사가 굳건한 자리를 점하고 있어 닌텐도의 추격도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
가정용게임기의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키노시타전무는 "현재까지 미국시장에서 판매한 16비트게임기는 1천1백만대를 웃돌고 있다"면서 일본시장에서 는 2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미국게임기시장에서는 50%이상 을 점유하고 있다"고 들려준다.
세가사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또하나의 요인은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소프트웨어 위주의 마케팅전략을 펼친 점이다. 나까야마 사장은 게임비즈니스는 하드웨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판가름난다"는 인식을 갖고있는 경영자다.
즉 일반 소비자는 성능을 비교해 보면서 하드웨어를 구입하기 보다는 재미있는 소프트웨어를 하기위해 하드웨어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가사는 재미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급하는 데에 온힘을 쏟고 있다.
세가사는 닌텐도의 슈퍼마리오에 대응한 "소닉 더 헤지혹"을 내놓아 세계적 으로 소닉바람을 일으키는 등 매년 재미있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32비트게임기 "새턴"을 선보이면서 바로 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가사는 새턴의 대표작으로 업소용게임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버추얼파이터 를 그대로 이식해서 내놓고 있다. 이는 3-DO를 내놓고 있는마쓰시타전기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마쓰시타전기는 멀티기능을 갖추고 있는 하드웨어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게임비즈니스를 펼쳤으나 마케팅이 실패로 끝나 가고 있다. 이에 반해 세가사 측의 관계자들은 "버츄얼파이터를 즐기기 위해선 새턴을 구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자신하고 있다.
또한 세가사가 갖고 있는 장점은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지향하고 있는 점이다. 세가사는 업소용과 가정용게임 등을 총망라해서 사업을 펼치고있다. 업소용시장에서도 세가사는 일본내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오락기 기와 오락센터의 운영에서 지난해 1천1백억엔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세가사는 가정용시장에 치우쳐 있는 닌텐도보다 우위에 서 있다.
세가사는이제 또다른 변화의 길을 찾고 있다. 바로 향후 산업의 꽃으로 불 리우는 멀티미디어시장을 잡기위한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세가사는 게임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망을 구축하려는 야심에 찬 계획을 발표하고 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세가사는 현재 동경 나가노껜지역에서 1백가구를 대상으로 CATV인 세가채널 을 시험운영하고 있다. 월 사용료로 20달러를 받고 20~30편의 게임타이틀을 가정에 공급하고 있는 중이다. 세가사는 이같은 시험방송 이외에 미국 TCI사 와 손잡고 미국시장에서도 네트워크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세가사는 향후 이 계획을 확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세계적인 네트워크서비스에 나설 계획 이다. 세가사가 펼치고 있는 또하나의 야심찬 계획은 디즈니랜드와 게임센터를 접목시킨 "미니테마파크"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나까야마사장은 "기술이 중요한 지금 시대에서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하이테크를 접하는간접적인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하이테크기술을 이용한 테마파크사 업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세가사는 지난 7월 7천만달러를 들여 기존 오락게임기에 자체기술로 개발한 가상현실 시스템과 컴퓨터그래픽기술을 이용한 오락시스템을 결합시킨 미니테마파크 도심형 오락 센터) "조이폴리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가사는 일본지역내로 미니테마파크사업을 확산시키기로 하고 내년에 50여 개소를 세울 예정인 한편 세계시장에 진출키로 하고 외국업체들과 합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의 PLAYDIUM사와 제휴, 캐나다에 진출키로했다 고 미니테마파크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밝혔다.
게임하나를 가지고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저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세가사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술을 이용, 남보다 한발앞서 변신을 거듭하여2 1세기를 향해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
[도쿄-원철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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