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세계엔 불변의 법칙이 하나 있다. "처리속도 향상의 법칙"이 그것이다. 오늘의 컴퓨터가 어제 것보다, 내일의 컴퓨터는 오늘 것보다 언제나 처리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MPU)의 기술발전이 이 법칙을 지지하고 있다. 기술의 핵심 은 트랜지스터의 집적도를 얼마나 향상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처음 개발된 것은 23년전 인텔에 의해서였다. 계산기용 으로 만들어진 그 당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사용된 트랜지스터 수는 2천3백 개. 그러나 오늘날 컴퓨터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엔 수백만개의 트랜지스터가 사용된다. 집적도가 엄청나게 높아진 것이다.
이같은 고집적도 추세는 최근들어 더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여기에 하나의 문제가 잠복해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로 집적도를 높이는 것은 머지않아 한계에 부닥친다는것이다. 내년초 선보일 인텔사의 차세대 칩의 집적도는 트랜지스터 6백만개분. 현재 나와 있는 펜티엄 칩의 2배에 달한다.
DEC의 알파 칩에 이르면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이미 시판중인 이 칩의집 적도는 트랜지스터 9백만개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집적도가 더 높아지더라도 회로가 너무 복잡해 컴퓨터 처리속도의 향상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따라 VLIW(Very Long Instruction Word)가 최근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새로운 기술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일련의 입출력 등의 명령(커맨드)을 연산 명령어(인스트럭션)에 포함시키는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 개념을 사용한 VLIW 제품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명령어 수가기 존 제품에 비해 많아지며 분류 프로그램등 시간 소요가 많은 작업을 칩에서소프트웨어로 이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럴 경우 현재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실리콘 면적의 3분의1 가량을 처리속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환시킬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 결과 VLIW 기술을 이용해 제조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기존 기술로 제조되는 제품에 비해 처리속도가 최소한 2배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VLIW 기술의 실현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80년대말과 90년에 걸쳐 미국 멀티플로 컴퓨터사와 네덜란드 필립스 계열의 필립스 세미컨덕터 등이 이 기술을 활용한 초보적인 칩과 컴퓨터를 개발한경 험이 있다.
그러나 이들 신개발품은 이를 지원할 마땅한 소프트웨어를 갖지 못함으로써실패작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지난 6월 이후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업계의주목을 받기도 전에 잊혀져 가던 이 기술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컴퓨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텔과 휴렛팩커드가 이 기술을 이용한 마 이크로프로세서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이들은 인텔 칩인 X86 계열과 휴렛팩커드의 RISC(축소명령어세트컴퓨팅) 칩의 기술적 간극을 메우는데 VLIW를 이용코자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즈가 러시아를 포함, 최소 2개지역에 서 VLIW 기술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월엔 IBM이 차세대 파워PC 칩에 이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발표, 기술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따라 VLIW는 점차 컴퓨터 업계의 생존을 좌우할 차세대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미국등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정보 고속도로" 구축사업 이 이 기술의 개발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정보 고속도로가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음성명령을 받아들일 수 있는 컴퓨터 개발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음성명령을 처리할 수 있으려면 수천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킨마이크로프로세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현재의 기술로 이같은 집적도를 갖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을지도불확실하지만 달성 가능하다 하더라도 미로와 같은 회로의 복잡성이 마이크 로프로세서의 실제 작동을 방해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보고속도로"의 유용성을 높이고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VLIW 기술의 개발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규모는 1백14억달러로 이중 80% 이상을 인 텔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20%를 놓고 모토롤러.IBM.휴렛팩커드.선.밉스.
DEC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판도는 VLIW라는 신기술 개발의 승자가 누가 되느냐에따라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은 또 신기술 개발의 승자가 되기 위해선 과거 경험에 비추어 하드웨어 적 요소뿐만 아니라 적절한 소프트웨어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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