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의 경기는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으나 중소업체의 경영여건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최근 부품업계에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
이 상태가 2~3년간 계속된다면 국내 부품업계는 대기업 위주로 전면 개편되고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우 일부 대기업 하청업체들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 중소전자부품업체들이 총체적인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대만이 중소업체들인 개미군단의 탄탄한 성장으로 전자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온 양상과 비교해보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우루과이 라운드가 표면화되면서 이미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최근들어 피부에 직접 와 닿음에 따라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있다. 중소 전자부품업체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결성된 한국전자부품공업협동조합 산하의 4백여 업체중 대부분이 올해들어 투자에 대한 메릿을 완전 상실했다 . 도무지 투자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소업체 보호를 위해 쳐놓았던 빗장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대기업체 들과 직접 경쟁하게됐고 자금.인력면에서 도무지 경쟁이 안된다는 불만이다 . 중소기업 고유업종의 해제나 단체수의계약제도의 폐지등이 대표적인 것으로손꼽힌다. 특히 우루과이 라운드의 여파로 오는 97년부터는 정부의 직접적인 기술개발 지원이 불가능해져 중소업체 나름대로 독자기술을 개발해야될 형편이다.
그러나 부품업체에서 개발이 가능한 신개발품으로 남아있는 대부분의 품목들 은 장기적이고 거액의 투자가 요구되는 품목들로 대기업들조차 단순 수입에 의존해오고있는 품목들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 부품업체로서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않는 아이템들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대기업의 협력업체, 다 시말해 하청업체로서의 명맥을 유지하는 길만을 유일한 대안으로 내세우고있다. 대기업의 하청구조속에 들어가지 못할 바에는 아예 지금 상태로 현상유지를 해나가다가 상황이 악화되면 더이상 다치지 않고 문을 닫겠다는 것이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이 겪고 있는 무서운 현실이다.
이같은 양상은 전자부품산업이 전반적으로 누리고 있는 호황세와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올초들어 전자부품산업은 수출확대에 힘입어 전년대비 30%이상의 고성장세 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이 반도체.브라운관을 주로하는 대기업 품목들이고 여기도 필요한 DY(편향요크).FBT(고압변성기)와 VCR핵심부품들이 성장세를이끌어가고 있다.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전자부품의 수출은 각종 IC류와 실리콘웨이퍼, 전자관류의 수출확대에 힘입어 총 1백7억6 천1백2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1%가 늘었으며 지난달의 수출성장세 48.0% 보다도 3.1% 포인트가 늘어나 전자부품의 수출성장세가 확대되고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세는 대기업의 전유물로 인식되고있다. 중소업체로서는 그저 지난해보다 조금 나은 수준 아니면 오히려 악화된 형편이다.
전자부품 산업과 관련해 최대의 수요처인 가전3사는 모두 계열 종합부품업체 를 거느리고 있다.
물론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그룹사 물량이 전체의 절반을 넘고 있는등 그룹의존도가 높다.
특히 이들 종합부품업체들이 지난해부터 해외 현지 생산기지를 설립하고 나섬에따라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중소부품업체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책을 찾기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중소업체들이확신을 가지고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특별한 대안을 선뜻 마련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큰일이라고 한숨만 내쉬는 형편이다.
지금으로선 중소부품업체들의 통합화 작업을 추진, 부품업계의 대형화를 이룩하고 기술개발 공동체제를 구축,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부담을 줄여주며 대기업체와의 연계 체제를 강구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을뿐이다. 국내 전자산업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을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총체 적인 위기 대처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스) <이경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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