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7월 충무로가는 일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이 모두 흥행 참패를 맛보고 있을즈음 한 극장에서 개봉한 우리영화 에 관객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세대부부의 이야기 를 그린 "결혼이야기"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 이 영화는 당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충무로가에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어 개봉한 영화는 "미스터 맘마". 최진실 최민수가 출연, 코믹한 연기를 보여준 이 영화도 예상대로 빅히트를 기록하며 롱런했다. 이들 두 영화의 특징은 신세대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 또 철저히 계산된 기획과 관객의 허를 찌르는듯한 기막힌 아이디어를 무기로 하고 있다는게 공통점이다.
소재빈곤으로 전전긍긍하던 영화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은 바로 젊은영화인들이 만든 영화사 "신씨네". 그러나 그들 뒤에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이 자존심을 내걸며 한판승부의 자웅을 겨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삼성그룹과 대우그룹. 2000년대 영상산업의 주도를 둘러싼 이들의 영화제작 움직임은 이때부터라고 봐야한다는게 영화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영화 의 메카를 충무로가에서 종로로 옮겨 놓는가 하면, 대부분의 화제작들이 이들에 의해 "양산"되고 있다는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이들이 영화에 참여한 것은 당초 엄청난 비디오의 판권을 획득하기 위해서였다. 입도선매가 횡횡하고 비디오 판권료가 폭등하는 당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의 안전한 구매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참여가 불가피했다. 더구나 종합유선방송과 위성방송, 나아가 종합엔터테인먼트사업을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영화산업진출이 이들의 관건이 되다시피 했다.
결국 영세한 젊은 영화사와 자본력 있는 이들 그룹간의 제작제휴는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기존영화사의 반발에도 불구, 활발히 이루어졌다. 지금은 이러한 제작제휴가 하나의 제작시스템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화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계열사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스타 맥스, 제일기획 등 4개사 정도로 꼽히고 있다.,이들 4개사는 모두 독자적인 프로젝트에 의해 움직이며 사업추진도 별도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같은 계열사인데도 불구, 철저한 적자생존의 원리에 의해 경쟁을 치르고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삼성물산. 92년 "결혼이야기"에 이어 시네월드와 "키드캅"을, 영화발전소와 "공포특급"이란 이색적인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배창호사단과 "젊은 남자"를 제작중이다. 여기에맞불을 놓고있는 삼성전자는 아직은 관망상태. 지난해 "그 섬에 가고싶다"를 8억원을 들여 직접제작했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흥행은 저조했다는 평을받았다. 최근에는 김의석감독과 "남남북녀"를 제작중이다.
스타맥스는 의외의 복병이다. 제작을 완료한 "비상구가 없다"를 크랭크 아웃 해놓은 스타맥스는 올들어 "게임의 법칙"과 "계약커플" "어린 연인"등의 제작에 잇달아 참여,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에반해 제일기획은 팀만 구성해 놓은 상태.
대우그룹은 삼성그룹의 이같은 "각개전투"방식과는 달리 대우전자를 앞세운 중앙집중식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우시네마네트워크"라는 독자브랜드를 개발, 여기에서 사업을 진행토록 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제작 편수와 흥행면에서도 삼성을 압도하고 있다는게 객관적인 평이다.
대우전자가 그동안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백한번째 프로포즈" "그여자 그남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투캅스"등 무려 20여편에 이르고 있고 흥행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에따라 최근에는 전액투자한 영화 "커 피 카피 코피"와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고, "마누라 죽이기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손톱" "사랑하기 좋은 날"을 직접 챙기며 제작에 나서고 있다.
대우그룹은 최근 대우통신을 이 사업에 추가로 투여할 것이란 소문도 있었으나 "중앙집중식"의 사업전개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현재 영화제작에 있어 객관적인 평가는 대우의 절대우세속에 삼성이 뒤를 쫓는 형국이지만 삼성측은 이제 겨우 초반전이라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삼성 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입장때문이지 공세적인 전략으로 바뀌면 상황은 크게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이건희회장이 계열사 가운데 적자를 선택할 경우 전세뒤집기는 시간문제라며 "여유만만"이다. 업계는 이 시점을올 연말로 보고있다.
업계는 때문에 이들의 본격적인 대회전은 내년쯤으로 예측되며 영화제작을 둘러싼 이들 그룹의 경쟁은 이제부터라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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