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BM의 새 PC 전략

"IBM PC사 신장개업" 미국 IBM은 가을을 맞아 전체 PC 라인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신제품 발표와 함께 고객 끌어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연말까지 최대한 많은 제품을 팔아서 상반기의 부진을 만회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컴팩 컴퓨터사가 고객들의 구미에 꼭 맞는 제품 발표로 무섭게 IBM을 뒤따라 오는가 했더니 어느새 IBM을 앞질러 미국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PC시장에서도 당당히 1위 자리를 굳히며 IBM을 불안하게 하고있다. 또한 "IBM 호환 업체들" 가운데 하나였던 패커드 벨사도 미국 시장에서는 IBM을 추월할 정도로 속력을 내고 있는데 IBM은 1위에서 4위로 밀려나는 "수 모"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이 9, 10월 두달 사이에 IBM으로 하여금 전체 PC 제품 라인을 모두 교체하는 대폭적인 수술을 감행하게 만들었다.

IBM은 이에 대한 반격으로 가정용 시장을 겨냥한 PS/1에서부터 저가형 PC 밸류 포인트", 기업체들을 위한 업무용 PC P/2까지 전체 PC 브랜드를 대신 하는 대대적인 신제품 발표에 나섰다. 전체 PC 라인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고객들에게 접근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IBM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정용 PC 사용자층을 위해 지난 9월초 발표한 "앱티바" PC는 종전의 PS/1을 발전시킨 새로운 제품. 브랜드의 신선함과 함께 가정용 PC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필요로하는 첨단 기능을 선보여 발표시부 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앱티바 PC에는 자동 응답기능, 팩스 전송기능등이 포함돼 있으며 특히 다른PC에서는 볼수 없는 "예약기능"이 있다는 점이 가장 커다란 특징으로 손꼽힌다. 예약기능은 가전제품의 작동시간을 사용자가 미리 정해 놓을수 있는 것처럼 PC 작동시간을 미리 입력하면 그 시간에 자동으로 전원이 켜지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실행하는 것이다.

또한 IBM은 "밸류 포인트", PS/2등으로 나누어졌던 업무용 PC 라인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제까지 밸류 포인트와 PS/2등으로 브랜드를 구분했기 때문에 사용자들에 게 혼선을 주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업무용 PC를 밸류 포인트와 PS/2로 나눔으로써 같은 사양으로 구성된 PC가 두개의 브랜드로 출시 되는 일도 있어 IBM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점이 있었다.

하나로 통합된 업무용 PC는 브랜드명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IBM PC" 300 시리즈 700 시리즈등으로만 구분했다. 이는 브랜드명이 범람하는 PC시장에서 IBM의 이미지만을 강조하려는 의도와 함께 지난 81년 발표돼 커다란 인기를 끌었으며 오늘날 IBM을 "PC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해준 IBM PC의 영광을 재현해보려는 욕심도 배어 있다.

300 시리즈는 이제까지의 밸류 포인트 라인을 대체한 것이며 700 시리즈는 보다 고성능의, PS/2 라인의 뒤를 잇는 것이다. 특히 700 시리즈는 모두 인 텔의 "펜티엄" 칩을 내장, 업무용 환경에서의 고성능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다.

IBM은 업무용 시장을 겨냥한 "IBM PC"에서도 경쟁업체의 제품에서는 볼수 없었던 특이한 기능들을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신속 복구" 기능은 컴퓨터 를 켰을때 이전의 상태대로 돌아가는 기능이다. 항상 사용하던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실행하다가 중단하고 다시 PC를 켰을때 초기 화면에서 다시 스프 레드시트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번거로움 없이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또한 전화선과 연결된 PC가 전화 벨이 울릴 경우 자동으로 작동돼 전화 메시지나 팩스를 수신하고 다시 전원이 차단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IBM은 또 노트북 PC의 성능을 대폭 강화, "싱크패드" 신제품도 발표했다. IBM의 신제품 "싱크패드"는 멀티미디어 노트북으로 7파운드의 노트북에 CD 롬 드라이브와 스테레오 스피커가 내장된 제품으로 데스크톱의 멀티미디어 환경 을 노트북PC로 확산시키는데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IBM은 최근 두달동안 적극적인 신제품 발표로 PC시장 탈환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BM이 발표한 일련의 신제품들은 보통의 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모델과 첨단의 기능을 선보여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과연 IBM"이 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신장개업한 IBM이 풀어야할 숙제는 아직도 높다랗게 쌓여 있다.

대대적으로 신제품을 발표하고 컴팩을 따라잡기 위한 추격전에 나선 초기부 터 여기저기에서 걸림돌이 발견돼 IBM의 급한 발걸음을 묶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용 시장을 겨냥한 "앱티바" 라인은 제품 발표 초기부터 사용자층의 호응 을 얻어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제품이 없어 수요를 채우지 못하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IBM은 앱티바의 판매 목표를 12만5천대 정도로 예상했으나 발표한지 한달도못돼 20만대의 주문량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IBM은 연중 최대의 수요가 몰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매출을 크게 늘릴수 있는 기회를 아깝게도놓치게 될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층의 인기를 모았던 노트북 PC "싱크패드" 발표시에도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하지못해 제품 공급에 문제가 있었던 실패의 전철을 다시 되풀이하고 있는 것.

또한 IBM은 업무용 IBM PC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려면 최소한 한달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발표, IBM PC가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고 해도 연말까지많은 제품을 판매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인 인터내셔널 데이터사(IDC)의 한 분석가는 이번 IBM의 신제품 발표에 대해 "IBM이 옳은 방향을 선택한 것만은 틀림없지만 정상 탈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도 IBM은 PC시장처럼 시장 여건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수요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게 됐다. (박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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