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신시장 규제완화에 난객상

"미국의 통신정책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최근 미국 상원에서 통신법 개정안이 좌초됐음에도 불구하고 각 주정부가 독자적인 시장개방 정책을 강행하고 있어 주정부와 연방정부간 통신정책의 혼선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제2의 뉴딜정책으로 21세기 미국의 국가경쟁력을 강화시켜줄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통신법 개정안이 상원에서 부결되면서부터다. 지역벨 사등 이해 당사자들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어니스트 홀 링스 상원의원(민주당)은 급기야 스스로 제안한 법안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정보고속도로 시대 촉진을 위해 통신법 개정을 준비하고 기대를 가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허탈감에 빠졌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방 자치정부에서 독자적인 재량권을 발휘해 연방정부와는 별도의 시장개방 정책을 발표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홀링스 법안이 철회된지 불과 나흘 뒤 뉴욕주 공공서비스위원회(NYSPSC)는 지역벨사인 나이넥스 사업권에 다른 전화 및 통신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게하는 대신 나이넥스에는 전화요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 미국 2위의 장거리전화업체인 MCI는 일리노이주와 다른 4개의 주에서 지역전화서비스 사업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지난 9월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업체로 미국내 장거리전화시장 1위인 AT&T가 통신법개정과는 관계 없이 연방정부로부터 맥코사 인수합병 허가를 얻어냈다. 미국 최대 휴대전화업체이기도 한 AT&T와 맥코의 합병은 최근 휴대전화의 대중화추세를 감안할때 AT&T의 지역전화시장 진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벨 애틀랜틱과 나이넥스, US 웨스트와 에어 터치의 휴대전화사업부문합병계획도 연방정부의 통신정책을 위협하는 사례로 지적될 수 있다. 지역벨 사간 사업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주정부는 7개 자치주를 제외하고 비지역벨사 전화업체들간의 주간 시외전화 서비스시장의 경쟁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9개 주정부는 주내 지역전화시장의 경쟁을 허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주정부가 통신시장 개방폭을 더 확대하려는데 있다. 이와관련, 앨라 배마주법원은 최근 벨 사우스사가 9개주에서 CATV서비스사업을 할 수 있다는판결을 내렸다. US 웨스트와 벨 사우스도 연초 법원으로부터 비슷한 판결을 얻어 CATV시장 진출을 허가받았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도 내년초부터 주간 시 외전화서비스사업에 더많은 경쟁을 도입할 예정이다.

통신법 개정을 철회한 연방정부의 방침에 주정부가 여기저기서 대립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통신정책을 둘러싸고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에서 정책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는 미국이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전화서비스시장이 지역전화 , 지방전화, 장거리전화 등으로 세분된데다 지방자치제하에서 주정부가 통신 사업자들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정부의 독자적인 통신시장 개방으로 미국의 통신정책이 가닥을 잡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었다는데 있다. 이와관련, FCC(연방통신위원회)의 리드 헌트 위원장은 "뉴욕주는 통신시장을 활짝 열어놓으려 하는데 반해 펜실베이니아주는 개방에 소극적이다. 어떻게 한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있나. 이를 과연 통신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

실제로 미국의 통신업체들은 앞으로 주정부가 통신시장에 적극적이냐 혹은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 기업의 불이익에 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일본, 싱가포르, 한국은 물론 서로 다른 국가들이 모인 유럽연합(EU) 조차도 현재 각자의 이해를 조정, 일관된 통신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일관된 통신정책도 없이 과연 어떻게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 할 수 있다. 상원의 통신정책 개정을 추진해온 홀링스의원은 내년 회기중 통신법 개정안 을 재상정, 국가통신산업 정책의 가닥을 잡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다인다각 체제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통신시장 환경에 앞으로 1년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함종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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