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6달러짜리 망치"

나는 최근 미 연방정부의 보고서 하나를 읽고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앨 고어 부통령이 원호처 뉴욕사무소에 날라와 최초의 6달러짜리 "망치상패"(h ammer awar-ds)를 수여했다는 내용이다. 상패에는 "더욱 효율적이고(works better) 비용이 절감된(coasts less)정부 구현에 감사드리며"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큰 성과에 대한 재치있는 포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없다. 미원호처 뉴욕사무소 직원수는 3백60여명이고 이들이 담당해야 되는 원호대상자수는 자그마치 1백20만명이나 된다. 월남전 참전용사의 숫자가 많아서이다. 이 사무소가 해낸 행정개혁이란 원호대상자 담당제도의 도입이다.

공무원에게전담원호대상자를 지정하여 이들이 원하는 행정서비스를 일괄처 리하고 더 나아가 이들에 대한 서비스를 1회에 한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이방식은 원호대상자들은 물론 담당공무원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한다. 원호대상자들은 자기담당자에게 가기만 하면 대부분의 경우 담당공무원이 일을 알아서 정감있고 신속하게 처리해 줘서 즐겁고, 담당직원은 짧은 시간에 보다 많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개혁은 남이 아닌 담당공무원에 의하여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했다 는 점에서 더욱 값진 것이다. 담당공무원들이 전통행정 처리방식의 전형이라 고 할 수 있는 과거의 기능중심.행정절차중심의 처리방식이 바로 자기들을 과로에 시달리게할 뿐만 아니라 1백20만 원호대상자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게하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에 대한 바른 해결책을 제시하였다는 것은문제와 그에 대한 처방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또 한번 증명 해주는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이 사례로부터 두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하나는 행정개혁 이 시민에게는 득이 되고 공직자에게는 손해가 되는 영합(Zero sum)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사자에 의한 문제인지와 처방이 더 큰 효험 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작은 것 같지만 행정을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이들은 이 재치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되지않는가.

더욱큰 충격은 이것이 하나의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더욱 효율적이고 비용이 절감되는" 행정 개혁을 위해 비전.목표.방안 그리고 담당부서를 종합적이고 구체적으로 정하여 이를 착실히 진행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벌써 지난 1년간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데 있다.

클린턴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앨 고어팀이 6개월간 마련한 "더욱 효율적이고 비용이 절감되는 정부창출"보고서를 행정개혁지침으로 발표하였다.

이보고서는 향후 행정개혁의 방향을 고객제일주의, 일선창구직원에 대한 책임과 권한부여, 복잡한 절차 간소화 및 행정기본원칙의 엄수 등을 구체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비용은 대폭적으로 절감하되 국민에게 큰 만족을 주는 정부 를 재창출한다는 것이었다.

이지침발표 후 꼭 1년이 경과한 일전에 미행정부는 개혁추진 현황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1년간의 성과가 놀랍다고 하지 않을 수없다. 우선 "효율적인 정부"구축을 위해 보고서가 건의하고 있는 건의사항의 90% 이상이 검토완료 되었거나 검토중이고 1백35개의 개혁실험추진 및 전자처리 방식에 의한 정부예산의 집행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경비절감"을 위한 성과를 보면, 이 개혁을 통한 1천80억달러의 예산절 감목표액중 이미 4백69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조치를 완료하고 신용카드에 의한 정부조달구매방식의 채택 등으로 무려 2백억달러를 절감 했다고 한다.

이땐벌써 까마득히 잊어버렸지만 금년봄 우리 관가에서 널리 읽히던 책이 두권 있었다. 하나는 오스본과 개이블러가 지은 "행정부의 재창조"(R-einve nting Gover-nment)라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앨 고어의 보고서였다. 이 책들이 많이 읽힌다기에 내심 우리의 행정개혁도 그 속도와 깊이를 더 하겠구나 하는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필자의 순진한 기대는 일선 하위직 공무원의 사건등으로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행정개혁은 문민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지표임에도 여전히 청와대와 행정쇄신위원회의 몫일 뿐이라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이제다시 제2의 행정개혁이 시작된 시점에서 두가지를 권고하고 싶다. 첫째는 행정개혁의 목표와 프로그램을 분명하게 설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 다음 구체적인 개혁프로그램과 실천은 단위기관에 맡기되 그 결과에 따라 신상필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자를 더 이상 행정개혁의 대상이나 객체로 남아 있도록 해서는 안될것이다.

<한국전산원전산망 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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