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부품 업체를 찾아오는 해외바이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은 부품산업의 발전가능성을 한차원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초까지만해도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은 국제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당했다고 볼 수 있다.
가격면에서는 중국을 필두로하는 동남아국가들에 비해 평균 50%이상 높이책정돼 있었다. 80년대 후반들어 급속도로 상승한 부품업계의 인건비 상승 부담이 국제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렸던 것이다.
품질면에서는일본의 고성능 첨단 디자인 제품에 비해 한 수 아래였다. 특히 고부가 제품으로 갈수록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영영 좁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팽배했다.
그야말로국제적으로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이런판국에 해외바이어들이 찾아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처지였고 그나마얼굴 ? 로 거래해오던 바이어들마저 놓치지않으려는 몸부림을 쳐 왔던 것도불과 한해전 이야기였다.
그러나최근들어 상황은 급반전되고 있다.
올해초부터해외바이어들이 스스로 국내 전자부품에 관심을 보이고 구매의사 를 타진해오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기를비롯한 종합전자부품업체에서부터 중견업체, 중소 업체에 이르기까지 전 업체에 걸쳐 해외 구매 요청이 늘고 있다.
지역별로는동남아를 비롯해 유럽, 입본등 전 세계에 걸쳐 골고루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국내 부품업체들이 진출하기 가장 껄끄러웠던 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부품에 대한 요청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을 긴장 시키고있다. 세계 최강의 전자부품국인 일본이 한국산 부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로구매의사를 타진하는 인콰이어리는 지난해보다 보통 두배이상 확실히늘어났고 실제로 수출이 성사되는 건수는 50%이상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전자부품업계를 찾는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원인은 대체로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엔고의 지속적인 상승에 따른 일산 대체수 요가 발생하고 있고 또다른 하나는 국내 전자부품업계의 품질및 기술력이 상당 수준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엔고가속행되던 지난해까지만해도 내부적인 생산성향상을 통해 맥을 이어가 던 일본 부품업체들은 올해들어 1달러 1백엔 마지노선이 깨지면서 여지 없이무너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내에서도 내로라하는 TV및 오디오 부품 전문업체들이 사업을 완전 포기하는가 하면 생산량을 극도로 줄이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일본업체들의 사업포기및 감산으로 일본내의 전자부품 대체수요와 해외에서의 일산대체수요가 꾸준히 늘고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업체들은엔고를 예상,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많은 부분을 해외로 이전시켰다. 당연히 일본 부품시장은 공동화 현상을 겪었고 해외로부터의 부품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부품사들이 해외 이전을 추진한 배경에는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일본 국내로 들여오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수준을 일본내 생산 수준으로까지 끌어 올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문화적차이에서부터 기술,경제적 수준차이에 이르기 까지 상당한 격차가 벌어지고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상황이 국산 부품의 바잉 요구에 배경이 되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국내 부품은 동남아 현지 생산품목에 비해 비록 가격면에서는 30% 가까이 비싼 것이 사실이나 품질면에서는 아직 한등급 위다.
그리고 최근들어 부품업계의 기술력제고를 위한 노력과 자동화와 표준화의 확대에 따라 일부 부품의 경우 거의 일본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 가들의 견해다.
최근들어 국내 부품업계를 찾는 해외바이어들의 수입요구 품목이 기존의 저 가품 일변도에서 이제는 RF모듈레이터나 VCR부품등 고급기술을 요하는 제품 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모처럼맞게되는 이같은 반가운 소식에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매 요청은 많이 들어오고있으나 실제로 구매가 성사되는 경우가 20건에 하나 정도로 그다지 높지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바이어들의 까다로운 성미를 탓하는 측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 부품업체들의 해외 수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실제로 지금 일본내에서는 우리 부품에 대해 관심을 높이고있지만 우리 부품 업체에서 일본내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과연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들어 일본 수출에 가장 활기를 띠고있는 삼성전기의 경우 일찍이 지난77년에 동경사무소를 개설, 지속적으로 일본내 시장변화에 호흡을 같이해 왔으며 사내 일본 시장전문가 육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회사가 올해 상반기에만 4천7백만달러의 대일 수출실적을 기록, 지난해보다 2배이상 성장한 점도 결코 우연은 아닌 것이다.
모처럼국내 부품업계에 관심을 보이고있는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 부품과 인연을 맺고 이를 통해 부품업체의 국제화가 가속되기 위해서는 국내 부품업체 들도 독자적인 해외시장정보 수집과 전문가 육성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관계자들은아직 때가 늦은 것은 아니다고 진단한다. 부품업계의 기술개발의 지가 계속되는한 엔고의 영향이 언제 끝나든지간에 앞서의 유리한 상황은 계속 전개될 것으로 판단하고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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