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AV업계의 탈불황 전략

일본전자산업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꼽혀온 AV산업에 구조변혁의 물결이 밀어 닥치고 있다.

엔고에따른 수출부진, 내수경기의 침체를 극복하기위해 각 업체들은 일제히 해외생산확대에 착수했으며 산수이전기나 럭스 등과 같이 해외 업체와 제휴, 자본과 생산기반에서 "탈일본"을 내걸고 있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일본최대의 AV업체인 소니사는 최근 자국내에서는 기존 AV제품의 생산 설비 증설과 관련한 투자를 동결시키기로 했다. 동사의 한 관계자는 "컬러TV나 가정용VCR 등을 국내에서 증산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엔고와 아시아시장의 확대추세속에서는 소니도 자국내 생산만을 고집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기초체력이 약한 중견업체들에 있어서는 여유가 별로 없다. VCR 수출 전문업체인 신톰은 내년초에 동남아시아지역의 사업을 총괄하는 본사 기능을 일본에서 싱가포르로 옮기기로 했다.

신톰은지난해말 자국내에서의 AV기기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생산거점을 인도네시아로 이관했다. 이와함께 자국내 종업원도 2년전의 1천명에서 3백명으로 축소했고 본사만이 유일하게 일본에 남아있다. 그러나 신톰은 일본에 본사를 두고 해외 현지공장으로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본사기능 을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로 했다.

테이프데크의 명문기업인 나카미치의 나카미치사장도 "일본이 중심이 되어세계 각국에 제품을 공급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보고 있다. 동사는 시험제작 라인과 자동차용 오디오기기를 제외하고는 후쿠시마공장 등 자국내 생산거점 을 폐쇄하고 중국을 중심으로한 해외 위탁생산으로 전환했다.

아카이전기도 말레이시아에 5개의 가정용VCR 생산라인을 신설, 올해안에 VCR의 해외생산비율을 6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세계에 통용되는 "브랜드"를 무기로 외국업체에 인수돼 그 산하에서 재출발하는 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홍콩의 기업그룹 세미테크사와 홍콩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AV업체인 토메이 인터내셔널의 자본참여를 받아들인 앰프 의 명문업체인 산수이전기와 최근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편입된 고급 스피커 업체 럭스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중견업체들이높은 생산비용이 드는 일본을 벗어나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 하고 있는 것은 "고급노선에서 눈을 떼고 해외생산을 통한 저가격 제품을 AV시 장의 성장이 기대되는 해외시장에 내다파는 길밖에 없다" 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기 때문이다.

일본AV업체들이탈불황을 위해 전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작전은 정보통신 분야의 개척이다.

현재전체매출액의 80%를 오디오가 차지하고 있는 켄우드는 최근 AV 시장의 위축과 관련, "향후 AV기기와 통신기기와의 매출액비율을 1대1로 가져갈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이동통신 등 통신기기사업을 경영의 새로운 핵심 분야로 자리잡게 하려는 동사의 "탈AV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켄우드는 지난 4월 디지털방식 휴대전화를 시판, 내년에는 간이형 휴대전화시스템 PHS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파이어니어도CATV 등 산업및 상업용시스템분야의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CATV는 멀티미디어의 기반설비로 주목받고 있다. 동사는 CATV로 대표되 는 비AV분야의 매출액을 현재의 7%에서 중장기적으로 약 20%까지 끌어올릴계획이다. 소니나 일본빅터사(JVC) 등도 "탈AV"까지는 아니지만 AV기술을 활용한 영역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니는 3년후를 목표로 "가정용AV기기의 매출액 의 4분의 1은 새로운 상품으로 구성해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경영재건이 시급한 JVC의 슈즈이 다케오(수수무웅)사장은 "소프트 웨어를 전면에 내건 복합기기를 만들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의주요AV업체들이 기존상품에 대한 의존체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이유 는 생산의 해외이전에 따른 공동화를 우려해서다. 컬러TV나 가정용VCR 등 기술적으로나 시장측면에서 이미 성숙되어 있는 제품은 가격 경쟁이 치열해 생산경비가 낮은 해외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니가엔고때문에 아쓰타공장의 VCR용 인쇄회로기판생산을 중지한다는 소식 은 업계관계자들에게 최대업체인 소니도 자국내생산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새삼 인식시켜주었다. 소니는 아쓰타공장의 약 2백명의 종업원은 가까운 공장에 재배치, 신형기억매체인 미니디스크(MD)나 자동차운항시스템 등신상품의 생산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소니의종업원은 1개계열만 따져도 2만3천명이고 JVC는 1만4천명에 달한다.

양사는AV전문업체이기때문에 히타치제작소 등 종합전자업체들처럼 AV부문에 서 중전기부문 등으로 종업원을 재배치시킬 수 없다. 따라서 자국내의 고용 을 그대로 유지시키기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상품을 개발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미국의 AV산업은 생산을 전면적으로 해외로 이관한 결과 생산과 연구 개발의 괴리를 초래해 사실상 괴멸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소니 등은 이같은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켄우드와파이어니어사가 이동통신이나 CATV 등 정보통신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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