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PC가격전쟁 점화

미 PC시장에 가격인하전쟁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연일승승장구 하고 있는 미 컴팩사는 수일전 자사의 PC모델 가운데 대부분의 업무용 PC판매가를 11~22%인하함으로써 PC업계에 또 하나의 도전장을 던졌다. 경쟁업체인 IBM사도 지난주 컴팩의 가격인하기종과 유사한 모델에 대해 최고 27%의 가격인하를 단행함으로써 이에 응수했다.

IBMPC 기종은 이번 가격인하에 따라 2천5백달러선의 제품이 2천달러 미만에팔리고 있다. IBM의 신속한 맞대응은 앞으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는 태도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상황은 2년전 컴팩이 일본시장에서 PC가격을 대폭 인하함으로써 NEC의 아성을 무너뜨렸던 이른바 "컴팩 쇼크"와 비슷한 파고를 일으킬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컴팩이 오랜기간동안 미 PC시장의 맹주로 군림해왔던IBM과 애플 컴퓨터등의 주요공급업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번 과 차이점을 찾을수 있다. 컴팩은 이번 2.4분기 결산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96년까지 부동의 세계 1위를 획득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컴팩은현재 확보하고 있는 22억달러 규모의 물량을 이번 10월부터 연말까지3개월의 성수기동안 모두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컴팩 이 이처럼 PC가격경쟁을 촉발하는데는 물론 여타 경쟁업체에 비해 높은 수익 률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작용했다.

컴팩의도전장에 대해 IBM이 가장 빠른 반응을 보였지만, 이번주부터 2주간 에 걸쳐 여타업체도 가격경쟁에 속속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IBM과 같은날휴렛팩커드 HP 사는 2주 이내에 컴팩의 제품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발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HP의 관계자는 "조만간 컴팩사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며,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올 4.4분기 PC 가격을 더욱 인하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이퀴프먼트사(DEC)도 수일내로 PC가격을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DEC 는 이미 딜러들에게 인하예정가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PC메이커들의 참여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컴팩의 관계자는 "일부 경쟁업체가 PC가격인하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규모업체들은 대부 분 기존의 전략틀을 유지할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컴팩의이번 공격은 특히 대형 경쟁업체들이 체질개선의 진통을 겪고 있는시점에 이루어져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IBM사는 지난달부터 PC부문을 대폭 개편하는 과정에 있고, 애플 컴퓨터는 "파워PC 로이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최근 들어 PC시장에 역점을 두고 있는 IBM은 이번 PC가격전쟁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IBM사의 2.4분기 판매량은 여타 4대 메이커 의 판매량이 증가한데 비해 29%가 감소했다. IBM은 PC부문수익폭이 업계최고 생산성을 자랑하는 컴팩에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새로 펼쳐질 가격 경쟁에 서 순익의 감소를 감내하면서 시장점유율을 고수해야할 입장이다. 데이터 퀘 스트사에 따르면 올 2.4분기 컴팩사는 미국 시장에서 14.3%의 점유율증가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로 보면 애플 컴퓨터는 11.3%, 팩커드 벨 일렉트로닉 스는 9.3%, IBM은 7.9%순이다.

이번PC전쟁이 촉발된 배경은 우선 최대 CPU공급업체인 인텔사가 최근 4개월 동안 486 및 펜티엄의 가격을 약 40%인하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CPU가격 이 대폭 인하됨으로써 PC메이커들이 마진율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출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마련된 것이다.

PC가격전쟁의또 다른 요인은 시장의 공급초과현상이 꼽힌다. 지난 2년 동안PC메이커들은 부품부족으로 인해 시장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올들어 부품구득난이 해소돼 수요초과로 돌아섰다. PC업체들은 현재 매출확대를 위해 다량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이번 가격경쟁은 기존 품목에서 인텔의 펜티엄을 장착한 신제품 군으로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시장이행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IBM은 오는 10 월 몇개의 신모델 출시와 더불어 현재의 다양한 모델간에 존재하는 중복성을 제거하는 대대적인 생산라인 단순화를 계획하고 있다.

IBM의이번 가격인하는 특히 PC서버기종의 가격을 컴팩의 제품군보다 5% 가량 낮게 조정한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네트워킹의 확산에 힘입어 가장유망한 품목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업무용 컴퓨터 네트워크 서버의 판매를 확대함으로써 컴팩의 도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IBM은현재 PC서버시장 최대 공급자인 컴팩의 영역을 최신형모델로 공략할것으로 보인다. PC서버의 성수기인 하반기를 겨냥해 단행된 이번 가격인하는 PC서버시장확대에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번가격경쟁은 지난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TV광고전까지 수반할 것이다. 컴 팩은 앞으로 3개월간 TV광고지출을 두배이상으로 확대하며, IBM도 수년만에 다시 TV광고를 재개한다. 여기에 인텔도 동사 최대규모의 TV광고캠페인을 조만간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데니스카터 인텔 마케팅부사장은 "PC시장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 된다 는 전망을 내놓았다. 인텔의 전망은 가정용PC의 수요가 급증, 지난해 4.4분 기에는 업무용PC의 판매량을 앞질렀다는 사실에 비춰 이번 가격경쟁이 가정 용 PC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인텔이 가정용PC사용자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PC메 이커의 가격인하는 업무용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고성능 업무용PC기종 은 판매가격이 비싸고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가격인하를 단행해도 수익을 보존할수 있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한치의타협도 없이 사활을 걸고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PC가격경쟁에서 어느 업체가 최후의 승리를 거둘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번가격경쟁의 최대 수혜자가 소비자들과 인텔사라는 점은 이미 움직일수 없는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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