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기술대 설립과 대학의 개혁

상공자원부는 최근 그동안 난항을 거듭해온 산업기술대학(가칭) 설립방안 등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기술인력양성은 강력하게 추진하되 별도의법제정을 하지 않고 현행 교육법 체계내에서 개방대학설치운영 등 관련 규정 의 개정을 통하여 기술대학을 설립하고 운영을 개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하고 있다.

산업기술대학설립방안에서 주목되는 점으로는 생기원 부설 기술 교육센터의 개편.증설을 통한 한국산업기술대학(가칭)의 설립이다. 다음은 현행 공업계 개방대학이 기술대학의 모형을 수용할 경우,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산업체, 정부투자기관, 경제및 업종별 단체 등 다양한 주체에 의한 산업기술대학 설립촉진, 그리고 산업체가 필요로하는 기술인력 수요 충족을 위해서 현장경력자 중심의 교수요원 확보 및 현장실습위주의 교육을 통한 졸업후 즉각 현장투입가능 인력양성방안 등 현행 교육법체계내에서나마 기술인 력 공급확대형 교육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우리는상공자원부가 추구하는 이와같은 방향의 산업기술대학설립 및 기존의개방대학 운영개선방향을 충분히 이해한다. 현행교육법 체계 내에서 설치 운영되고 있는 대학이 계속 증설되고 학생정원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기술 계 인력공급은 연간 5만~6만명이나 부족하여 여전히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공자원부는 현행 대학제도상의 기술계 인력공급 조정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산업기술대학신설 등 새로운 제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우리는 상공자원부의 산업기술대학 설립안 확정에 즈음하여 오랜 숙원이었던 "오늘의 우리대학, 이대로 좋은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해방후 대학은 국민의 강렬한 교육열에 편승하여 양적으로는 다른 어떤나 라보다도 급격히 성장했다. 이제 동일 연령층의 30%이상이 대학을 다니는대중교육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래도 아직 대학진학을 원하는 모든 젊은이 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교육열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대졸인력의 산업현장 적응력은 너무나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많아도 올 사람이 없는 구조의 모순을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지금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따라 우리의 교육, 특히 대학 제도를 다시 설계하고 재구축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 있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너무 현실적응력에 뒤떨어진 인력만을 대량 양성했다면, 상공 자원 부의 기술대학 설립안은 교육부와의 영역다툼 문제를 넘어서 올바른 대학교 육개혁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산업기술인력 양성이 본래의 대학교육 목표가운데 전인적 인격도야를 무시한다면 상공자원부의 기술대학설립안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와같은 관점 에서 볼때 상공자원부가 현행 교육법 체계내에서 산업기술계 인력을 산업계 의 요구수준에 맞도록 양성하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한 처사라고 판단한다.

반대로상공자원부가 교육부의 기본 교육틀을 수용하고 있는한 현행 공업계 대학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의 인력공급을 충족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 대한 답은 오늘의 우리 대학이 자기 살을 깎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상공자원부가 요구하는 방향의 현장중심의 교수인력 확보, 교과과정 개편 실험실습장비및자재의확보등을서둘러야한다. 그것은 결코 교육재원 충실화 지원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 해야 한다. 오늘의 대학 교수상은 하루빨리 혁파되지 않으면 안된다. 국공립 대학의 재설계의 영역은 얼마든지 있다. 규율을 지키는 대학, 폐쇄성을 벗어나 학제간 대학간 개방화된 대학, 연구와 교육만이 존립목표가 되는 대학 교수와 학생간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대학, 그럼으로써 현실 적합성과 정체성 을 확보한 대학으로의 탈바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의 대학개혁은 아래로부터 추진되는 점진적 계속적 변혁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위로부터 일회적.구조적.혁명적 성격의 재구축이 아니면그 실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가장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대학 등 교육계의 속성은 매우 보수성이 강해 아래로부터의 변혁을 싫어한다. 설사 일부교원이 개혁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교수의 지위가 특별히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경쟁없이 안주할 수 있는 기득권에 매달리는 것이 속성이다.

따라서재설계와 재구축과 같은 구조적 개혁은 위로부터 그것도 교육부 보다높은 차원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와같은 교육 특히 대학 개혁의 절박성과 실현성 과제를 바로 보고 현실적합성을 지니는 개혁방향을 정립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