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정보관리 잘하라

전자업체의 국제화성공은 체계적인 정보관리에 의해 좌우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 기술, 마케팅력이 뒷받침되더라도 세계각국의 다양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으면 전자업체의 국제화는 그 만큼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국제화를추구하고 있는 우리 전자업체에 있어서 정보는 때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넘어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정보"는 사람(Man), 돈(Maney), 원자재(Material)등 "경영의 4요소"로 불려지고 있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전자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수집과 분석처리가 긴요한 과제가 되고 있음을 반영해주는 것이다금성사 해외경영지원실 한 관계자는 "정보는 자체로서 상품화가 가능할 뿐아니라 다른 자원과 결합할 경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경영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의 정보수집 및 처리능력은 낙후되어 있다. 적극적인 국제화를 추진한다면서도 해외정보수집과 체계적인 정보 관리에 소홀해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일부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전자업체들은 비공개정보나 고급 정보수집에 신경쓰기 보다는 신문등 언론에 발표된 공개정보 수집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 이다.전자업체들의 정보가운데 90%이상이 공개정보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 다. 정보관리를 단순한 전산화정도로 생각하는게 대부분이고 외국의 현지 경쟁업체의 고급정보는 거의 갖고 있지 못하며 외국의 현지시장상황을 나타내 주는통계자료도 2~3년전의 것이 대부분이다.

오히려우리의 고급정보를 노출해 국제화전략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극비리개발중인 첨단전자제품이 외국 경쟁업체에 알려지고 기업의 조직개편 내용이 외부에 유출돼 무리를 빚는 사례들은 아직도 국내 전자업체들의 정보 관리수준이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돌아가거나 진지하게 진행되던 수출계획등이 중단되고 있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현지시장개척과현지법인설립등에 예상외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대 이상의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화의3대 요소로 꼽히는 "경영의 현지화", "생산의 현지화", "기술의 전략적 제휴"등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인 "정보관리"도 이들 못지않게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전자부품업체인D사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그동안 업무제휴를 맺어 오던 홍콩 업체의 권유와 중국의 향후 전자산업의 시장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내용의 현지신문기사를 보고 90년초부터 대중국진출을 서둘러왔다.

그결과91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긴 했으나 인력충원이 어렵고 제품 개발과 함께 판로개척이 여의치 않아 현재 사업포기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회사의 한 관계자는 "정확하고 신중한 검토없이 현지 브로커의 얘기만 듣고 현지투자를 결정한게 실수였다"고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중소컴퓨터전문업체인P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보 노출로 미국 시장의 소프트웨어 수출이 무산될 입장에 처해있다.

교육용소프트웨어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당초 LA의 소프트웨어유통업체를 통해 한글처리가 가능한 PC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키로 하고 거래 조건을 협의중 이었으나 일본의 한 소프트웨어 업체가 비슷한 제품을 국내 P 업체보다 싸게공급할 의사를 밝혀 판매계약이 지연되고 있다.

일본업체보다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는 공급계약체결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P사는 SW수출 포기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체계적인 정보관리능력의 부재에서 나타난 사례들이다. 해외 투자뿐 아니라수출부문에서도 전자업체들의 정보관리미흡의 허점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 서 일본에 이어 제2의 수출국으로 자리를 지키던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중국과 대만의 성장가능성을 잘못 예측, 시장을 내주고 있는 현상이 그렇다.

가전업체들을중심으로 수출활성화 대책을 세우고 있긴하지만 국내 업체간의 경쟁을 의식, 정확한 정보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초전자공업진흥회가 전국 54개전자업체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3.6% 가 해외투자때 투자대상국의 정보제공을 해외투자의 우선 고려사항으로 꼽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지투자의 애로점을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20.5%가 현지투자업체의 정보관리제도 개선을 지적, 국내 전자업체 정보력 의 현주소를 짐작케해 준다.

강력한정보 수집력을 발휘, 국제화를 이룩한 국가는 일본이다. 이에 이현을 다는 사람은 별로없다.

"주한일본 전자업체들이 우리나라 안방을 차고 앉아 우리보다 훨씬 더 소상 하게 정보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최근 일본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가전업체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본전자업체의 현지근무직원 모두가 정보 모니터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들은 일반시장환경분석은 물론이고 거래선과의 의견교환에서 흘러나온 사소한 이야기까지 놓치지 않는다.

주한일본전자업체의직원들은 매일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시켜 본사 관련자들이 출력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정보는 본사와 해외 전지점을 유기적으로 잇는 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세계각국으로 신속하게 전달되고 있다.

일본전자업체의보다 큰 힘은 정보의 공유에 있다. 자신이 얻은 정보는 사내 관계자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 관련업체에까지 즉각 전달돼 의견 교환이 이루어진다. 이같은 업체간의 다양한 정보교환과 토론을 통해 외국업체들의 동향, 가격추이 장단기전망, 특정업체의 사정등이 속속들이 파악되고 공동 대응전략까지 논의되기도 한다.

일본전자업체들은 특정업체의 영업 정보는 물론 국제화와 관련된 전반적인정보에 대한 업체간 공유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 된 의견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국제시장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 지를 먼저아는만큼 그에 따른 "대응조치"를 어떻게 취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하고 도 남는다.

국내전자업체들이 특정지역에 현지법인 및 생산공장을 설립하거나 이벤트를 내건 행사를 실시할때 쯤 일본 경쟁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유사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일본의도시바는 정보력을 토대로 오늘의 영업터전을 일군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례로 도시바의 휴대용 PC판매는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단일제품으로 세계시장의 25%에 해당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휴대용PC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다.

도시바가휴대용PC로 히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85년말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IBM이 획기적인 휴대용PC를 내놓을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IBM제품 보다 싼 휴대용 PC "T-1100"을 먼저 개발해냈던 것이다.

실제일본 전자업체들의 관련 정보파이프라인은 엄청나다. 도시바를 비롯 소니 마쓰시타등 유수 전자업체들의 정보관련 조직은 부단위이상의 대조직이 며 각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권역이동"에서세계를 지배하는 힘이 폭력에서 부, 부에서 지식 (정보)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주장한 앨빈 토플러까지 "일본의 정보력은 세계를 재패할비밀병기 라고 평가할 정도이다.

오늘날일본의 전자업체들이 세계 각국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은 "미국 의 CIA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 전자업체들의 이같은 정보수집 능력에 있다는 지적은 귀기울일 만하다.

대만의경우도 우리나라 처럼 대외 신문이나 언론사를 통한 정보공개 수집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전자업체들이 정보 수집의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들어대만 전자업체들의 경우 대만수출품에는 대만상표를 붙이자는 취지에서 발족한 BIPA(Brand International Product Association)를 중심으로 외국전문가를 초청, 각종세미나를 개최하는 가하면 모니터제도를 도입, 외국정 보수집활동에 경영력을 집중하고 있는게 바로 그것이다.

전자업체들의국제화가 급진전되면서 정보량은 많아지고 이같은 정보홍수 속에서 정작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수집과 함께 정리분석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를반영, 요즘들어 우리나라 전자업체마다 정보관리강화를 주요 경영목표 로 세우고 국내 본사와 영업부서 해외지사망을 잇는 정보관리 체계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보"야말로 전자업체의 국제화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요인 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전자업체들은 이에따라 각종 제도를 도입, 정보의 효율적인 수집과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전자 업체들의 체계적인 정보수집활동을 위해서는 각업체별로 정보 모니터제도의 실시가 시급하다. 본사를 비롯 해외현지법인에 정보관련 주무 사원을 1명씩 모니터요원으로 선정, 각부서에 흩어져 있는 각종 정보를 취합 해 해당부서에서 경영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좋다.

여기에모니터요원이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접하는 중요정보는 즉각 해당부서 에 보고 처리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사정보요원화체계" 구축과 이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해외지사조직을 정보망으로 활용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주요 지역별로 아예 정보수집만 전문으로 하는 정보사무소를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현지에 연구센터나 디자인센터를 설립하면서 정보관리 전문조직을 설립치 않는것은 제품개발과 판매등이 정보관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전자업체들이 의욕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나 중남미 국가에 정보관리 전문조직은 필수적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홍광금성사 중국담당 전무는 "정보수집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전자 업체 들이 획득한 정보를 어떻게 공유하느냐 하는 점"이라고 밝힌다.

힘들게수집한 정보를 국내업체 간에 교환하지 못해 일본등 경쟁업체에게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들은"우리 전자업체들이 국제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보수집과 병행해서 본사와 해외 지사의 정보를 손쉽게 교환할 수 있는 정보 네트워크 구축과 업체간의 정보교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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