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대학과 국가경쟁력

문민정부 탄생후 우리나라 여러 분야에서 개혁이 추진되면서 가장 개혁이 안된 집단이 대학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학교육, 특히 공과대학의 교육이 부실 하며 우리 나라의 기술 발전의 장애요인이 공과대학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있다. 기술개발이 제조업 경쟁력강화에 직결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그 렇다면 공과대학의 취약성이 국가경쟁력제고의 큰 걸림돌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현재 반도체산업, 그중 메모리분야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 며, 조선분야의 경쟁력도 세계수준에 육박한다. 자동차산업도 엑셀신화를 필두로 국산엔진개발 등 그런 대로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같은 전기전자 및 기계공업분야에서도 핵심전자부품.소재.자동화기기.정밀가공 기술 등 취약한 부분이 있다. 메모리산업의 경쟁력은 높고 핵심전자부품. 소재 등이 취약한 것은 전기전자 공학분야의 메모리 관련교육은 국제 수준이고 , 다른 분야의 교육은 부실하여 산업의 경쟁력이 차별화된 것일까. 물론 아닐 것이다.

메모리.자동차.조선산업이국제수준에 육박하는 것은 모험을 무릅쓴 과감한 투자 등 기업가정신과 세계시장의 변화, 산업구조 등이 요인일 것이다.

물론기술축적은 경쟁력확보의 필요조건이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며, 대학 교육은 기술력확보의 조그마한 요인이지 전체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예를 들면 세계 시장을 석권하였던 소니워크맨.캠코더 등 소위 첨단 제품 등은 기업에서 개발한 것이지, 대학에서 개발할 수도 없고 개발해서도 안될 것이다. 대학의 주된 기능은 제품개발이 아니라 개발할 수 있는 인역의 양성에 있다. 우리나라 공과대학의 교육이 부실하다는 객관적인 기준은 무엇인가. 교육의 질적 평가를 수출액.매출액.이익률 등 계량적으로 간단히 결정할 수는 없다. 교육의 어떠한 부분이 취약하고 얼마나 취약한가의 정밀한 분석과 이의 대응방안이 수립되어야 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교육평가가 체계적으로 된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공학교육의 부정적인 인식은 경험없이 취업한 엔지니어들이 "실무에 약하다"는 데 기인하고 있으니 실험교육의 부실에서 나오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공과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 들을 대상으로 적어도 1년이상 회사에서 실무교육을 시키는등 소위 OJT 등으로 사내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우리나라는 대학교육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점도 없지 않다. 물론대학도 산업구조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였고 자체평가 등 대학경쟁력제고를 위한 제반조치가 없었던 점도 있었다.

그러나공학교육여건을 살펴보면 충실한 실험교육은 어려운 것 같다. 실험을 위한 기자재나 공간은 물론이며 실험을 지도할 교수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93년도에 발간된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대학교의 교원 대 학생비는 33 대1이며, 놀라운 점은 공학분야의 경우 50대1로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고등학교의 23대1에 비해 2배이상의 학생을 지도하도록 되어 있어 이같은 상황에서 공학교육의 질적 제고를 요구 하기는어렵겠다. 92년도의 정부 재정에서 지원하는 대학예산은 국립대학 39개교와 사립대학 1백여개교를 포함, 6천45억원으로서 학생 1인당 52만2천원이 지원 되는 데 비해 초.중.고교의 예산인 지방교육비는 8조원으로 학생 1인당 예산 이 96만9천3백70원에 달해 정부의 대학지원정도가 상상보다도 훨씬 부족함을 알 수 있겠다. 더욱이 92년도부터 대폭 증원된 공과대학 입학정원을 고려할 때 교육여건은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열악해지고 있다. 실험실습에 필요한 대학의 기자재들은 대부분 70년대의 차관자금에 의해 도입되었고 노후화되어 새로운 기자재로 대체하여야 하는 바 예산부족으로 첨단계측기 등 기본 실험 기자재를 교육에 투입할 수 없다. 특히 노후된 기자재의 유지보수예산이 부족해 많은 기자재들이 방치되는 수도 있다. 공대생들의 실험 교육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최근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 공대 전기계열의 경우 학생들이 스스로 설문조사를 한 바 "공부할 양이 너무 많다" "치열한 경쟁" "숙제.시험 등으로힘들다 는 조사결과에서 보듯 공학교육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강의실이 부족해 수업시간에 서서 듣는 학생들이 있으며, 실험교육의 확대에 따라 전공실험이 거의 매일 늦은 밤(5~9시)까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모든 여건이 가장 잘 되어 있다는 서울대학의 이러한 여건을 고려하면 우리 나라 공학교육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 향상이 단기간에 가능하리라고 믿기는 어렵다. 반도체. 조선.자동차공업도 우수한 엔지니어들은 있는데 투자가 빈약해 생산 할 시설이 없었으면 경쟁력 있는 제품이 생산될 수 있었을까. 대학도 교수와 학생만 있고 시설과 투자가 없으면 좋은 제품(교육)이 생산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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