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내 공장으로 출발한지 2년 , 양양 전지는 81년 법인 등록을 마치고 작지만 정식 허가받은 공장을 온수동에 건립했다.
2백평규모로 지어진 이 공장은 직원 20명, 자본금 5천만원의 소규모 이었지만 양양으로선 새로운 도약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틈새시장에서의 영업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수요의 창출을 적극 모색 하던 83년 양양은 법인 전환에 따른 대외 홍보강화를 위해 전자전에 단추형 알칼리전지를 첫 출품했다.
이해의 전자전은 양양에 상공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겨 주면서 그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에따라전지사업에 자신감을 갖게 된 양양은 이 해 새로운 프로 젝트 하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던 리튬전지를 개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는 것이었다.
로케트와서통이 대량 생산하고 있던 망간이나 알칼리전지 시장을 우회 하면서 장기적인 사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선 전략상품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튬전지의 개발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양양전지의 김용철 사장이 호남전기 근무시절 축적한 개발 경험도 망간이나 알카리 전지에 관한 것이었다.
양양은결국 독자 개발이 아닌 산.학 공동으로 리튬전지를 개발키로 하고 수소문 끝에 표준 연구소의 협조를 얻어냈다. 개발 자금도 부족해서 정부의 지원을 요청, 일부 지원을 받아야 했다. 이렇게 해서 어렵사리 리튬전지 개발 의 닻은 올려졌다.
그러나새로운 시련이 양양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양양이 리튬전지 개발을 힘차게 추진하고 있던 84년 무렵, 양양의 공장장이 돌연 사표를 던지고 호남전기로 이적해 가는 일이 발생했다.
기업에선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이같은 일이 그러나 양양에겐 적지 않은 타격이었다. 당시 양양의 공장장은 호남 전기 시절, 김용철 씨와 같이 근무했던 사람으로양양 설립당시 다른 사업에 손을 대고 있던 것을 김용철씨가 공장장으로 영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용철씨와 함께 양양의 생산 및 개발의 핵심 인물이었던 공장장의 이적은 가뜩이나 인력난에 허덕이던 양양 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정작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호남전기에서단추형 알칼리 전지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양양이 공급하던 가격의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단추형하나로 전지사업에 뛰어 든 양양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김용철씨는훗날 이 때의 일을 회고하면서 "호남 전기에 심한 배반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장장을 빼가더니 단추형 전지를 말도 안되는 가격에 시장에 뿌렸다. 옛 정을 생각해서도 그럴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또 "당시 호남전기 측과도 만나 얘기하고 정부에도 그 부당함을 호소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소용이 없었다"며 "약자의 서러움을 그 때만큼 강하게 느껴본적이 없다"고 했다.
어쨌든호남전기의 단추형 출하로 양양의 틈새전략은 설 자리를 잃었고 이로 인해 양양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김용철씨는 85년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하자 결국 양양 을 매각 처분하고 말았다.
양양을인수한 사람은 김영성씨로 당시 리튬전지 개발을 공동 추진하던 표준 연구소측이 중간에 다리를 놓아 일이 성사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온수동에 있던 양양은 양도과정을 거치면서 광주 하남공단으로 이전 했다. 양양의 설립자인 김용철씨는 회사 양도후에도 한동안 새 소유주가 된 김영성 씨를 도와 회사를 키우는 일을 계속했다.
돈이 없어 자신이 키워온 회사를 남에게 넘겨야 하는 비운을 맞았지만 전지 사업으로 성공해 보겠다는 미련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 맡겨진 직책은 전무였다.
어제까지 자신의 소유였던 회사에서 이제 고용인으로 전락한 김용철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와신상담하며 재기의 칼날을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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