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닌텐도 독주체제 무너지나

닌텐도의 독주신화가 삐걱거리고 있다.

지금까지불황을 모르고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최대의 게임기업체로 군림해온 일본 닌텐도가 끝없는 덤핑판매와 엔고로 고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지역의 현지법인들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내 에서도 마쓰시타전기.소니.세가.NEC.HE등이 32비트게임기로 닌텐도를 위협하고 있다.

닌텐도에 이어 제2의 게임기업체인 세가 엔터프라이지즈의 한 관계자는 이제 우리의 적은 교토 (닌텐도)에서 시나가와(소니)로 옮겨갔다"고 밝혀 닌텐 도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음을 나타냈다.

16비트가정용게임기의일본시장판매대수를 보면 지난 93년 3월말까지 닌텐도 의 누계 판매대수가 8백64만대에 달하는데 반해 세가는 3백만대로 닌텐도가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본시장에서는 상대도 되지않는 세가에 신출내기인 소니사 보다도 못한 상대로 꼽히는 수모를 겪고있다. 소프트웨어업체나 투자가들도 닌텐도의 장래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닌텐도신화의붕괴는 해외 시장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붕괴의 발단은 닌텐 도도 인정하고 있는 뻘밭싸움화된 해외시장에서의 덤핑판매이다.

닌텐도와세가의 연도별 16비트게임기 판매대수를 보면 일본시장에서는 압도적으로 닌텐도가 우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93년 3월까지 닌텐도가앞서있었으나 94년도에는 세가쪽이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지역에서는 세가가 앞서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게임기의 판매대수가 강자와 약자를 판가름하던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시장은 덤핑공세가 판치고 있어 대수로 우세를 판단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독일에서는 예전부터 닌텐도의 점유율이 높아 덤핑의 영향이 적다고는 하지만 유럽지역의 여러나라에서 가격체계가 무너져 채산성이 악화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닌텐도는지금까지 세가에 우세를 보여오던 미국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잃기시작 유럽시장에 가까워지고 있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유럽지역에서는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1~3가지를 덤으로 끼어주는 덤핑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유럽시장에서는92년 닌텐도가 16비트 게임기를 출하한 당초부터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당시 닌텐도는 독일을 제외한 유럽 각국의 판매를 반다이에위탁해 동사의 연결베이스에서의 대유럽수출매출액은 수요증가에 따라 93년 3월결산에서 1천억엔까지 증가하는등 해마다 확대됐다.

그러나반다이는 치열한 덤핑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대리점계약을 해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93년 1월, 닌텐도는 영국 등 4개국에 판매회사를 설립 , 반다이로부터 재고품을 인도받아 지난달부터 영업활동을 시작했다.

유럽에서는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구입할 때 같이 얻을 수 있거나 싼 가격으로 구입한다는 인식이 소비자사이에 깊숙이 박혀있어 독창적인 재미가 있는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를 투입해 수요를 불러일으키려고 해온 닌텐도도 고전하고 있다. 93년에는 불황의 여파로 수요도 전년도수준에 미치지못해 재고가 늘어 유통업체에 대한 출고가격자체를 낮춰야 했다. 엔화도 계속 치솟아 반다이로부터 받은 재고품을 팔면 팔수록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이어 졌다. 소프트웨어업체의 해외판매자회사의 실적도 저조하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업체중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는 불과 2~3개사인데 이들업 체는 모두 미국 업체다. 일본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캡콤조차도 미국 판매사는 10억엔정도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의덤핑은 소프트웨어업체의 유럽철수를 재촉하는 요인이 될 정도이다. 한 업체는 지금까지 자사의 현지법인을 통해 유럽지역에 판로를 개척 해왔으나 최근 닌텐도를 통해 위탁판매를 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소프트웨어 업체는 닌텐도로부터 로열티 수입을 얻기는 하지만 자사 현지법인을 통해서 판매할 때에 비하면 적다. 하지만 덤핑경쟁에 휘말려 환율이나 재고위험부담 을 안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닌텐도는해외시장의 어려운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올봄부터 휴대 기종을 중국에서 생산개시하고 이달부터는 16비트기종을 월10만대씩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시장으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두고 수출비율을 50%로 낮춤으로써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이 해외시장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놓을 수 있는 결정적인 방안이 되기는 힘들다.

소프트웨어업체들사이에서는"32비트기종 등 차세대기종이 투입돼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 지금과 같은 해외 16비트기종 시장의 덤핑경쟁은 개선될 것이며 소프트웨어가 CD-롬화되면 생산경비도 낮아지게 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이 강해진다"는 지적도 있으나 32비트기종을 시판하지않은 닌텐도가 차세대64비트기종 "프로젝트 리얼리티"를 미국.일본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내년 가을이다. 올해 일본 연말 시즌에서는 세가.소니.NEC HE.마쓰시타전기 등 4개사의 32비 트게임기가 시장에서 열띤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타경쟁업체 에 비해 1년이나 늦게 나오는 것도 시장점유율확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지고 있는 가운데 16비트 기종때와 마찬가지로 예상보다 늦게 시장 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한 관계자는 "이같은 심각한 상황은 당사자인 닌텐도측도 인식 하고있으며 더이상 늦어지면 세가측에 64비트기종을 개발하게 하는 여유를 주는셈 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과거부터닌텐도는 독창적이고 흥미있는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내놓아 소프트웨어부문에서 수입을 올리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이같은전략은 해외시장에서의 덤핑경쟁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해외시장에서 닌텐도 가 내걸고 있는 "소프트화전선"이 실패해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닌텐도의 독주신화가 무너지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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