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만이 살길이다(6)- 취약한 기술교육

대우 그룹이 기술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설립한 고등기술연구원(IAE)은 시스팀 공학과 박사과정을 설치, 지난해 문교부에서 정식인가를 받았다.

민간기업이 세운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정규교육과정으로 인정받은 시스 팀공학과는 학위 과정의 연구원들이 새로 정립한 이론을 직접 생산 현장에서 적용함 으로써 그동안 단순히 논문만으로 학위를 수여하던 기존 학위 과정의틀을 과감히 깼다는 점에서 관련학계 및 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학생및 연구원들이 자기의 연구분야를 정진 시키면서도 기업 및 사회의 니즈를 충족시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정근모 원장의 설명처럼 현재 기술의 추세가 복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현장을 아는 고급기술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 시스팀공학과를 설립케 된 배경이라는 것.

전남광주의 첨단과학산업기지내에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광주과학 기술원은 정보통신공학과를 비롯한 5개학과가 설치돼 날로 첨단화돼가고 있는 전자 통신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국내 특수교육기관으로 내년 3월 개교한다.

이미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광주과학기술원에 대해 막대한 연구개발지원금과석좌기금등을 출연, 첨단분야의 인력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갈증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최근 전자 통신분야의 고급인력양성을 위한 움직임이 학계 및 연구계 에 급속히 확산돼 가고 있다.

이같은움직임은 특히 단순히 이론만이 아닌 실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기존교육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기술개발의 주체가 사람이라면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은 결국 인력 양성과 직결돼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우리의 전반적인 교육체제가 매년 바뀌듯 기술분야의 교육 또한 파행적으로 실시 되면서 아무런 기술을 갖추지 못한 대학졸업자만 양산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대학졸업이전에우수한 학생들을 일정기간 현장에 파견시켜 현장실무를 익히도록 해 졸업후 채용하는 이른바 인턴제도가 전기업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사내에 기술 대학을 설립, 자체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급인력공급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이 제대 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이는현장과 밀접해야할 이공계교육이 완전히 생산현장과는 유리된채 강의실 과 실험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기술개발분야에 있어 대학은 고급인력양성기능과 함께 자체적으로 우수한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에서 기술개발의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또하나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기술개발기능 또한 인력양성기능 못지 않게 눈에 띄는 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92년 국내 연구개발 인력의 수는 총 14만 8천9백47명이었다. 이중 26.2 %인 2만3천여명이 대학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대학이 국내 연구인 력의 약 4분의 1을 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57.5 %가 기업에, 나머지 16.3%인 1만4천여명이 정부출연 연구소에 포진돼 있는것. 따라서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보더라도 국내 연구 개발의 4분의 1이 대학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지만박사학위 소지자들의 분포를 보면 대학의 역할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명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국내이공계 박사학위 소지자의 수는 2만2천여명. 이중 무려 71% 에 달하는1만6천6백여명이 대학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이에반해 가장 많은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약 1천9백명 정도로 전체의 4%만이 종사하고 있으며 28%인 4천여명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몸담고 있다.

이는최고의 고급인력들이 기술개발의 최전선에 있기 보다는 2선으로 한발짝물러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고급인력의양성과 함께 국내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대학의 우수한 인력 들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연구개발에 동참시킬 수 있는 가가 바로 대학이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인 셈이다.

최근연구개발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산.학.연 협력체제의 구축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국내 최고의 인력집합체인 대학을 실제기술개발에 참여 시킬수 있는 하나의 길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과기처가 운영하고 있는 우수연구센터도 바로 이같은 대학에서 잠자고있는 우수한 개발인력들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볼 수 있다. 과기처는 이공계대학중 시설 및 인력이 우수한 연구소를 SRC 우수과학연구센터 로 15개 연구소를 ERC(우수공학연구센터)로 지정, 매년 일정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

이것이국내 과학기술을 주관하고 있는 과기처가 대학의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제도이기도 하다.

대학이교육 기관이기 때문에 이공계대학 또한 모든 행정적인 업무가 교육부 소관으로 돼있기 때문.

이에따라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이공계대학만큼은 과기처의 지분을 어느 정도 인정해 국내 최고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학의 연구개발 활동을 활성 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즉모든 교육 관련업무를 교육부에서 관장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른 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이같은 문제 를 보완키 위해서는 교육부와 과기처의 업무분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고급인력의 양성이 현재 정규교육과정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은 물론아니다. 현재의 정규교육과정이 현장경험을 살릴 수 없다는 점을 보완하고 실제 현장 에서 필요한 것을 가르친다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교육기관들이 또하나 의 기술인력공급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기술발전속도가 눈부시게 빨라지고 있는 컴퓨터나 정보통신관련 기술교육은 재교육이 필수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지만대부분의 재교육기관들은 시설부족과 전문강사진부족으로 고급기술 인력양성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치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현재기술분야의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각 시도에 설립된 직업훈련원 과 각 기업 및 대학등에 설치된 교육시설중 정부가 인정한 10여개소의 인력 양성기관을 비롯 상공 .체신.과기처등 기술개발관련 3개부처가 산하기관으로 설립해 컴퓨터 및 정보통신관련분야의 특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한국정보기 술교육원을 포함한 3곳.

이밖에정보통신 분야를 대상으로한 전문학원들이 설립돼 특정분야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재교육시설중 고급인력양성을 목적으로 교육사업을 벌이고 있는 정부 인증재교육기관이나 정부산하 재교육기관들의 시설 및 강사진등이 크게 부족 , 당당초 목적대로 고급인력을 양성하는데는 많은 한계가 있는게 현실이다.

"정부산하기관이지만정부에서 출연하는 지원자금은 한해에 5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이 자금으로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씩 가는 실습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입니다. 결국 학생들의 수강료만으로 교육시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 에서는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양성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는게 당연합니다." 상공부산하기관으로 설립된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재교육기관의 실상을 이렇게 밝히며 적정 규모의 양질의 고급인력을 양성키 위해서는 재교 육기관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전환 되어야 함은 물론 이에 대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정규교육기관의 문제는 일반 재교육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있으며 결국에는 기술개발인력의 최종수요처인 기업들이 필요한 고급 인력을 자체적으로 양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얼마전부터 자체적으로 기술대학을 운영하고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 에게 일반정규교육과정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과 똑같은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은 현재의 정규교육과정이 얼마나 속빈강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가를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이고급 인력이라고 뽑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1~2년이라는 귀중한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 또다시 재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국제경쟁에서 그만큼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상공부가 산업기술대학을 설립키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에 대해 기술인력의 최종수요처인 기업들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기술교육이 더이상 방치돼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는 좋은 사례다.

사실이에 앞서 기술대학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아예 기업들 의 사내기술대학을 정규교육과정의 하나로 편입시켜 줄 것을 교육부에 촉구 하기도 했으나 정규교육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거절되기 도 했다.

기업들은생산된 제품이 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문을 닫을수밖에 없게 된다.

이같은관점에서 보면 교육 특히 이공계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의교육체계가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공급해 줄 수 없다면현재의 교육체계가 개편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제경쟁력을강화하기 위해서 교육제도부터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은 전자산업에 한정된 것이 아닌 전산업에 걸쳐 모두가 풀어야할 최대의 숙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인 것이다.<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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