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년 AT&T사의 지방전화 사업이 7개 지역벨사로 분리되어 일정한 지역 에서 영업을 나눠 해온 지 10년만에 다시 지역벨사간에 21세기를 살아남기위 한 케이블TV망 선점전이 벌어지고 있다.
나이넥스가독식해온 뉴욕시 전화시장에는 경쟁사들이 맹렬한 시장잠식 작전 을 펴고 있다. 시 중심구역인 맨해턴과 한인교포가 많이 사는 퀸즈 지역에선 콜로라도주 이글우드를 본거지로 한 지역벨사 US웨스트사가 타임워너사의 케이블TV망을 전화나 기타 차세대 서비스에 이용하기 위한 넷워크 현대화 작업 을 마쳐놓았다. 또 시동쪽지역으로 1백20마일이나 길게 뻗어있는 롱아일랜드 에서는 산안토니오에 본사를 둔 서던 웨스턴 벨사와 US웨스트사가 가입자 2백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TV업체 케이블 비전시스팀즈사를 매립하기 위해 사활을 건 매수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모두가 나이넥스사가 장악해온 시장영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것이다. 이웃지역인 필라델피아의 벨 애틀 랜틱사는 미 최대의 케이블TV업체로 뉴욕과 메사추세트주에도 상당한 넷워크를 갖고 있는 TCI사를 매입하는데 성공했다.
벨애틀랜틱과 US웨스트가 주도하고 있는 이같은 케이블TV 사업 매입 경쟁은 매입한 케이블TV망을 통해 이제까지 시장을 나눠 제각기 번영해온 동료 지역 전화회사의 시장영역을 또다시 침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지역전화회사들이 받을 충격은 지난 10년간 AT&T사 간의 장거리 전화시장을 MCI와 스프린트사에게 잠식받으면서 겪은 충격 못지않게 심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제지역 벨의 세계는 "가진자냐 아니면 못가진자냐"란 단 두가지 구분만이 통용되고 있다. 가진자는 못가진자를 무차별로 공격하고 투자가 역시 투자대상 지역 벨이 이중 어디에 속하는가로 기업의 가치를 재고 있는 것이다.
전화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도 이같은 사업환경 변화에 따라 크게달라져 가고 있다. 향후 5년내에 미국의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지방전화를 걸 때도 그때의 전화회사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될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은 이런 복수경쟁의 시대가 되면 좀더 싼 값에 좀더 다양한 기능의 전화 서비스 를 받을 수 있으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회회사 입장 에서는 이윤이 박한 도심지역보다는 기업의 상용전화나 부유층이 많이 사는 교외 지역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도심 거주자들에 대한 전화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재 지역벨사마다 케이블TV 업체를 파트너로 잡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미래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거나 유력 케이블TV업체를 잡지 못한, 이를테면 나이넥스 아메리테크, 퍼시픽 텔리시스 같은 회사들은 자칫 2위권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상대적으로 벨 애틀랜틱, US웨스트사등 경쟁사의 시장을 공격적 으로잠식해가고 있는 지역 벨들은 그만큼 승자로 살아남을 기회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들은 수십억 달러를 케이블 TV사업 인수와 제휴에 쏟아붓는등 새로운 통신 넷워크 구축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새로운 사업의 장래수 요에 대한 예측이 제각기 달라 투자의 비중에서는 각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예컨대 벨사우스는 유선TV회사 매수에는 덜 적극적인 대신 무선서비스 사업 확장과 기존 전화넷워크의 시설현대화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미 증권가에서도 이들 일부 공격적 경영을 지향하고 있는 지역 벨에 후한 점수를 줘 관련사의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벨 애틀랜틱사의 주식은 금년들 어 15.4%가 올라 주당60달러선을 육박하고 있고, US웨스트사는 20.9%가 상승해 주당 46달러선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업확장에 소극적 자세를 보여온 나이넥스사의 주가는 2.2센트밖에 안올라 지난주말 주당 42달러선에 폐장 됐다. 현재의 케이블TV기업 매수추세를 보면 좀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는 식의 지역 벨에게는 그나마 먹을 것이 없는 형세가 되고 말 것이 거의 확실해 지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케이블TV업계는 몇개의 대형 기업이 시장을 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의 수는 빤하다. 아직 매입선이 확실하지 않은 유선TV업체중 쓸만한 것은 케이블비전 시스팀즈사 보스턴의 컨티넨탈 케이블비전사(가입자 2백90만명), 애틀랜타의 콕 스 엔터프라이시즈사 계열인 콕스 케이블(가입자 1백50만명)정도다. 이미 굵직굵직한 업체는 선발 지역 벨들이 모두 차지한 셈이니 인수경쟁은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아직도 여지는 있다는 주장을 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들은 제휴방식이나 전략을 새롭게 구성하면 나머지 지역 벨이 기존의 세력판도를 바꿔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한다. 예컨대 한 지역 벨이 장거리전화회사로 탈바꿈하거나 또다른 지역 벨과 합병하는 사태가 일어 날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업계분석가는 결국은 가장 큰 지역 벨 2개사가 나머지 소규모 지역벨사들 을 흡수해 미국 전체 가정 전화의 절반정도를 커버하는 형태로 정리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까지 모든 업계분석가들은 최대의 지역 벨인 벨 애틀랜틱사와 최대의 케이블TV넷워크기업인 TCI사의 합병 진영이 선두를 유지하게 될 것이란 데는 이론이 없다.
아직공격적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나머지 5개 지역벨사들도 나름 대로의전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대략 다음 4가지중 하나에 속한다.
우선신중형이다.
여기에속하는 지역 벨은 멀티미디어의 장래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런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은 아니고 케이블 TV나 셀룰 러라 전화사업등 핵심 영역 외곽에서 선별적인 기업매수를 꾸준히 시도해 사업을 다각화해가고 있다. 인수한 기업들은 기업전체적 시야에서 보다는 별개 의 자산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부류에 속하는 업체로 사우스 웨스턴 벨사 를 들 수 있다. 동사는 보스턴, 시카고, 워싱턴증지의 관련기업을 매수해 현재 미 3위의 셀룰러 폰회사로 부상했다.
자기방어중심형이다.
타사로부터예상되는 미래의 공격에서 홈그라운드를 방어하는데 필요 하다면 돈은 얼마든지, 무슨 수단이든지 동원할 의향이 있다. 대규모 케이블TV 리그 결성을 추진하다 실패한 퍼시픽 텔리시스사가 이 경우에 속한다. 동사는 이후 총1백60억달러를 들여 2000년까지 자사 관할 시장에 비디오 넷워크를 직접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게다가 퍼시픽 텔리시스는 한발짝 더 나아가 산하의 셀룰러 사업이 주력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해 아예 매각해 버렸다. 업계 에서는 이처럼 엉뚱하리만큼 상궤도를 벗어난 전략을 보고 이 회사에 발가벗은 전화회사"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걱정할것 없다. 모든게 잘될 것이다"는 식의 낙천형.
이런전략은 관할지역이 대부분 격지나 농촌과 비도시형 마을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만 통한다. 이런 곳은 현재도 앞으로도 비교적 경쟁이 심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유형의 지역 벨은 셀룰러 사업이나 고성장 외국사업과 관련한 자산을 늘리는데 경영력을 집중하면서 한편으로는 단시일내에 경쟁에 치열해질 몇몇 대도시 지역을 선정해 광 통신망 을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벨사우스사가 그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불빛이 너무 밝아 아직도 눈을 제대로 못뜨고 있는 경우다.
이들은아직까지 특별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나이덱스와 아메리테크사가 이런 부류다. 양사는 케이블TV넷워크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광통신 망을 적극적 으로 구축할 자세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미행정부와 의회는 최근들어 지역 벨사들의 완전 자유 경쟁을 부추기는조치나 법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수주전하원의 초당파 의원 그룹은 지역 벨이 자신의 전화망으로 TV프로그램 을 전송하는 것을 금지한 현 연방법을 종식시키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와는별도로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의장인 존 딘젤의원은 지역 벨이 최종적으로는 장거리 전화사업과 관련 통신장비 생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을 제안했다. 클린턴행정부도 현행 통신법의 근본적인 개혁안을 마련중 이며 행정부 관리들은 이 개혁안이 케이블TV와 전화서비스간의 결합을 촉진시키는 내용이 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행정부는 단 한가지, 독점화를 우려해 지역 벨이 자신의 사업지역내에 기존의 케이블TV 사업을 매입하는 것만큼은 금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뉴욕=김연우주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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