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 대란으로 한국 AMD PC용 CPU 매출이 200% 급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AMD CPU는 그동안 조립PC 등 소매상에 주로 공급됐지만 도매 시장에서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3일 국내 부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2주 사이 AMD PC용 CPU 매출이 기존보다 2~3배 올랐다. 소매뿐만 아니라 PC방, 중소 제조사 등 기업 대상 도매까지 집계된 수치다. 인텔 CPU 공급난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AMD CPU를 대안으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텔 CPU 부족 현상으로 AMD 수요가 늘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2주 전부터 체감하고 있다”면서 “종합 매출이 기존보다 2~3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인텔 CPU를 제때 공급받지 못한 중소 PC제조사 일부도 4분기 생산을 위해 AMD CPU로 견적을 요청했다. 부품유통업계에서는 국내 인텔 CPU 물량이 동나 수입할 경우 비싼 가격대가 유지되거나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CPU 공급 부족을 공식 인정, 당분간 제논·코어 등 프리미엄 제품군 중심으로 생산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업체들이 비싼 가격으로 인텔 CPU를 사들이고 있어 가격 하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AMD 입장에선 국내 PC 제조사 채택을 늘리는 데 긍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PC업계는 단순 매출 상승보다 시장 인식 개선 기회를 잡았다는 점을 AMD의 가장 큰 반사이익으로 꼽았다. 국내 PC 시장이 인텔 CPU 중심인 점을 감안하면 매출이 2배 늘어도 절대매출 증가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제조사, 조립업체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면 AMD CPU 성능에 대한 부정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AMD는 올해 성능을 개선한 2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해외 OEM 제조사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어 가격 상승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AMD CPU 가격이 다른 국가보다 낮게 형성된 시장이다.
AMD가 국내 PC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국내 대기업 PC 완제품 가운데 AMD CPU를 채택한 제품은 없다. 주요 중견 제조사도 일부 게임용 PC 상품에만 적용했다. 조달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 PC업체도 당장 AMD 프로세서로 갈아타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공공기관에서 발열 등 문제가 있는 AMD 프로세서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AMD와 호환되는 마더보드 종류가 적어서 마더보드 물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부품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AMD 제품을 국내 PC업계에서 채택하는 비중이 낮아 구매자들이 인식을 개선할 기회가 제한됐지만 이번 CPU 대란이 도매부터 소매까지 사용이 느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면서 “벌어진 제품 간 가격차, 납기 문제 등을 고려하면 조달 시장에서도 AMD CPU 구매 동인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