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원전 단계적 폐지" 한 목소리…전문가 '신중한 검토 필요'

대선 주자인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후보가 에너지 분야 핵심 공약으로 나란히 '탈(脫)원자력·석탄', '액화천연가스(LNG)·신재생발전 대폭 확대'를 내걸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부처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을 공언했다. 누가 당선돼도 대선 이후 전력수급계획과 시장제도는 큰 폭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9대 대선후보, 정당 초청 토론회(기후변화·에너지 정책을 묻다)'에서 각당 대선 캠프 에너지 정책 담당자는 “기후변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전력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좌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캠프 환경에너지팀장은 “문 후보는 탈원전을 전제로 한 에너지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면서 “원전을 새로 짓지 않고 공정율이 미미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화력발전도 신규 건설은 물론이고 전력수급계획에 잡혔지만 착공이 안된 발전소 건설을 유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원자력, 석탄의 빈 자리는 신재생, LNG가 대신한다”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 비중을 20%까지 늘리고 급전 방식을 '경제' 우선에서 '환경·안전' 중심으로 전환해 LNG발전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업무를 전담하는 '에너지부'의 신설 계획도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 우려와 관련해서는 “시뮬레이션 결과 전기요금은 최대 25% 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측됐는데 원전, 석탄발전 후처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오정례 국민의당 환경전문위원은 “향후 원자력,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 없고 현재 가동중인 발전소도 수명이 다하면 폐기한다는 것이 당론”이라며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당진, 삼척화력 등 석탄화력 4기의 허가도 보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은 “안 후보는 미세먼지를 국가 재난에 포함시키려 할 정도로 환경안보를 중요시 여기는 공약을 제시했다”며 “석탄화력 폐지도 궤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감독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분리시킬 계획”이라며 “현재 산재한 기후변화 업무도 환경부로 일원화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장혁 바른정당 전문위원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저탄소 친환경 발전원으로 전환하고 에너지 세제개편과 전력 요금 현실화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제남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204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지하고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40%로 올리겠다”는 강도높은 공약을 내놨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탈(脫)원자력·석탄' 공약을 내세우면서 대선 이후 전력수급계획은 큰 폭의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정부가 하반기에 발표할 제8차 전력수급계획부터 LNG, 신재생 등 친환경 전원 비중을 대폭 높일 가능성이 짙다는 분석이다.

다만 원자력·석탄이 기저발전 역할을 하는 현재 전력시장구조를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저항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따른다.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는 “원가가 가장 낮은 원자력, 석탄발전 비중을 낮추면 LNG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고 전기요금도 인상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기요금 인상폭과 안정적 전력 공급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고 에너지 세제개편, 전력시장제도 등도 동시에 재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