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과세가 또다시 미뤄졌다. 2020년 과세 도입을 결정한 이후 네 번째 유예다. 당초 2022년 시행하려던 과세는 2029년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유예 결정이 반복되지만 정부는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과세할 것인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5일 발표한 과세 유예 방침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에서 발생한 거래는 과세자료 확보가 쉽지 않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과세를 강행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우려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0년 가상자산 과세 입법 당시부터 해외 거래정보 확보와 취득가액 산정, 다양한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기준 마련은 주요 과제로 꼽혔다. 그동안 세 차례나 과세 시행을 미뤘지만 핵심 쟁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유예가 반복될수록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준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브리핑은 준비 부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가상자산 '대여'에 대해 민법이나 다른 세법에 명확한 정의가 없다며 관련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무기한 선물은 금융위원회의 법적 판단에 따라 과세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과세기준 역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단순히 과세 전산망 구축이 늦어졌다는 문제가 아니다. 세금을 부과할 대상과 소득의 범위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과세자료를 아무리 많이 확보하더라도 어떤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면 공정한 과세는 불가능하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도 다시 따져야 한다.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 손실을 3년간 이월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기존 체계에 대해서는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 가상자산이 금융투자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손실 이월공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또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면 다양한 거래 유형을 포괄해 과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했다. 복잡한 거래를 하나의 소득 유형으로 묶으면 세제 운영이 수월해질 수 있다. 그러나 과세행정 편의성이 곧 납세자에게 합리적인 제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변했고 정부도 이를 인정한다면 기존 기준이 적절한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020년에 만든 과세체계와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손실 이월공제 도입만으로 과세제도 전반의 합리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정부는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구성해 내년 상반기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2028년 상반기에 세부 과세기준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 중 상당수는 과세 도입을 결정했던 6년 전부터 준비했어야 할 과제들이다.
네 번째 유예를 발표하면서 다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과세기준을 정비하겠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동안 무엇을 준비했고, 어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지부터 제대로 밝혀야 한다.
이번 유예는 단순히 시행을 2년 늦추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기타소득 분류와 세율, 공제 기준이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 적합한지 충분히 검토하고, 해외 거래정보 확보와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기준도 구체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과세 시점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가 납득할만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네 번째 유예가 또 한 번의 시간 벌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