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우리의 시간을 차지한 외산 플랫폼

X, 제미나이, 페이스북, 유튜브, 텔레그램.

이재명 대통령이 소통과 동향 파악 등을 위해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그간에 공개된 자료를 종합해보면 이 대통령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에 물어보고, 홍보하고 싶거나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X나 페이스북을 찾는다.

국무회의 생중계는 유튜브에 올리고, 공직자들과 업무 논의는 카카오톡이 아니라 텔레그램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프로그램 '대통령의 Y'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고도 밝혔다. 심지어 청와대는 각 부처에도 젊은 층에 다가갈 수 있도록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직접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재명 정부는 홍보 매체로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레거시 미디어보다는 유튜브 채널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정치적 논란이 있지만 그것은 논외로 하고, 도구가 되는 플랫폼의 문제를 한번 짚고 싶다. 우리 생활 전반과 경제, 여론의 작동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의 역할을 봤을 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외산 플랫폼만 쓴다고 지적하고자 함은 아니다.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우리 국민의 모습이 그렇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기준 모바일 앱 중 국내 총 사용시간 1위는 유튜브(23억1630만8968시간)와 인스타그램(5억6661만972시간)이 차지했다. 인스타그램 사용은 빠르게 증가하다 이때 처음으로 카카오톡(5억3848만5542시간)도 넘어섰다.

유튜브·인스타에 이어 생성형AI까지 외산 플랫폼은 우리의 시간을 점점 장악해 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나이키의 가장 큰 경쟁자는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용품 브랜드가 아니라 소니·닌텐도라는 진단이 상당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두하면서 뛰어 노는 시간이 줄어드니 스포츠용품 구매도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다. 시장 점유율보다 고객의 시간 점유율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시간 점유율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디지털 사회에서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단순히 기업의 마케팅 예산이나 이용자들의 멤버십 비용이 외산 플랫폼에 몰린다 정도가 아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이용자의 생각, 일상, 그리고 경제까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유튜브나 틱톡도 이제 쇼핑 서비스를 덧붙여 소비재 거래 영역까지 장악하고 있다.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비슷한 성향과 문화에 젖어 드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은 공짜 서비스나 쿠폰을 뿌려가면서 고객의 시간을 차지하려고 야단이다.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토종 플랫폼이 있다. 네이버, 카카오톡도 생성형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을 분할하는 등의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생중계하면서 직접적 소통할 수 있는 네이버 치지직이나 SOOP도 있다. 우리 국민의 '빠른' 성향을 만족시키는 쇼핑 플랫폼은 말할 것도 없다.

아직도 놀라울 따름이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진부한' 주장이 현실이 된 세상에 살고 있다. 반도체, 화장품, 패션, 음식뿐만 아니라 플랫폼 역시 K열풍의 주역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외산 사용을 조장했다는 뜻도 절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플랫폼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이런 지적이 시대에 뒤떨어진 국수주의로 비칠 수도 있지만, 자국의 플랫폼이 사라진 우울한 미래를 떠올리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이를 디지털 주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디지털 주권을 내준 유럽이나 다른 나라의 모습을 봐도 답은 명확해진다.

정부라서 더 많은 국민이 모여있는 곳으로 찾아가려는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정부의 시간을, 더 나아가 국민의 시간을 우리 플랫폼에 내줄 수 있는 방법도 찾아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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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플랫폼유통부장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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