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박쥐 고향은 아시아·북미 아닌 유럽?…면역·장수 비밀 좇을 '조상 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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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동양권에서 오랜 기간 '오복(五福)'의 상징이었던 박쥐. 하지만 최근 들어선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숙주로 지목되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이는 곧 박쥐 자신은 질병에도 끄떡없다는 뜻이다. 박쥐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하늘을 나는 동물이기도 하다.

이런 박쥐가 6500만년 전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존에는 아시아와 북미 등이 박쥐 고향으로 지목돼 왔다. 박쥐의 유전자 변화를 추적한 연구로, 앞으로 박쥐의 면역·장수 원리를 이해할 토대가 될 전망이다.

국제 박쥐 게놈 프로젝트 '배트1K'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박쥐 103종과 화석 44점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존하는 박쥐의 유전체와 화석 정보를 분석해, 일종의 '조상 지도'를 그렸다.

그 결과 연구팀은 박쥐가 신생대에 속하는 6500만~6000만년 전 유럽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후손들이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퍼지고, 계통별로 아시아·아메리카·호주 등으로 확산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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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면역·장수·기원 관련 주요 국제 연구

그동안은 발견된 박쥐 화석을 근거로 박쥐가 아시아 또는 북미에서 유래했다는 가설이 주를 이뤘다. 연구진은 현생·화석 종을 모두 분석해 가장 오래된 화석 박쥐 집단을 식별하고, 기원 시기와 장소를 추정한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연구팀은 박쥐가 비행과 초음파로 길을 찾는 능력(반향정위)도 진화 초기에 갖게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팀은 가장 오래된 박쥐 계통에 속한 화석 박쥐 '비엘라시아'에서 이미 반향정위를 보유한 흔적을 발견했다.

박쥐는 에볼라·광견병·코로나19 등 여러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 후보로 꼽히지만, 정작 박쥐 자신은 큰 탈 없이 견딘다. 몸집 대비 수명도 길다. 몸무게 7g 안팎의 브란트박쥐가 41년을 산 기록이 있다.

박쥐의 면역·장수 능력은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 대상이었다. 기존 연구는 박쥐가 세포질 DNA 감지 경로와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 'NLRP3'의 활성이 낮아, 바이러스는 견디면서 염증은 억누르는 것으로 봤다. 노화와 만성질환 원인이 되는 만성 염증을 억제해 장수한다는 가설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가 면역·장수 관련 유전자를 새로 밝힌 것은 아니다. 대신 연구팀은 박쥐 21개과(科)의 유전자와 계통, 조상 유전체를 확보했다. 면역·장수와 관련된 유전자 변화가 박쥐 진화의 어느 시점에서 생겼는지 추적할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연구진은 이번 자료가 박쥐의 장수와 질병 저항성을 규명하는 연구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다만, 박쥐의 바이러스 대응 방식을 인간에게 적용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종마다 면역 양상이 다르고 생체 검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박쥐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와 유전체교정연구단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5월 국내 서식 박쥐 5종의 기도·폐·신장·소장 인공 장기(오가노이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박쥐 종과 조직 특성을 반영한 실험 모델로 박쥐 유래 바이러스의 증식·전파 특성을 조기에 규명할 수 있다.

연구팀은 해당 모델로 코로나19, 메르스 등 박쥐 유래 바이러스의 감염 양상을 분석했다. 동일한 바이러스라도 박쥐 종이나 감염된 장기에 따라 면역 반응의 강도와 양상이 달랐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박쥐가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기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다양한 인수공통바이러스의 자연 숙주가 되는 생물학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실제 자연 숙주에 가까운 환경에서 병원체를 실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염병 대응 연구의 정밀성과 실효성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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