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로 품질 관리·수요 예측 고도화
원료 배합·공정 조정해 해외서도 맛 재현

K푸드의 경쟁력은 맛을 만들고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에서 나온다. 인공지능(AI)으로 생산 과정의 불량을 걸러내고, 국가마다 다른 원료와 기후에 맞춰 배합과 조리 공정을 바꾼다. 국내에서 검증한 맛을 해외에서도 일정하게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 K푸드의 글로벌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주요 식품 기업들은 생산·품질 관리부터 상품 기획과 현지 매장 운영까지 기술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수출 물량과 현지 생산이 늘어날수록 대량생산 과정의 편차를 줄이고 각국의 규제와 조리 환경에 대응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AI로 불량 잡고 소비 수요 읽는다

CJ제일제당은 생산·품질 관리부터 상품 기획까지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을 엑스레이로 촬영한 뒤 AI가 이미지를 분석해 품질 이상을 판별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자체 개발한 'Food AI 360'은 소비 트렌드 분석부터 상품 콘셉트 개발·평가, 시장 반응 점검까지 지원한다. 지난해 국내 사업부에 도입한 데 이어 올해 6월 미국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비비고 냉동김밥은 속재료 투입부터 절단·트레이 담기까지 자동화해 글로벌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햇반은 고온·고압 살균과 무균 포장으로 보존료 없이 9개월간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생산량 확대와 장거리 유통을 뒷받침하는 기술이다.

농심은 AI·빅데이터 기반 검사 설비를 자체 개발해 라면 생산 과정의 품질 관리를 고도화하고 있다. 면의 모양부터 포장지 손상과 인쇄 상태, 소비기한 표시까지 AI로 검사한다. 작업자의 공장 출입 시 위생 절차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도 도입해 제품과 생산 환경을 함께 관리한다.
글로벌R&D센터는 잔류농약·중금속 등 위해물질을 분석하고, 이를 줄이는 기술과 미생물 제어 방법을 연구해 현장에 적용한다. 생산라인에서 이상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하는 체계다.
대상은 해외에서 판매하는 종가 김치에 자체 개발한 발효종균을 적용한다. 맛이 좋은 김치에서 유산균을 분리·선별해 맛을 유지하면서도 빨리 시지 않는 종균을 개발해왔다. 발효에 따른 맛의 변화를 관리하는 기술은 운송과 유통에 시간이 걸리는 수출 김치의 품질을 뒷받침한다. 롯데웰푸드는 날씨·환율·재고·선물 가격 등을 분석하는 'AI 구매 어시스턴트'를 원료 구매 판단에 활용한다.
◇원료·기후 달라도 브랜드 고유의 맛 구현

해외에 진출한 프랜차이즈는 현지에서 조달한 원료와 국내와 다른 조리 환경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맛을 재현해야 한다.
BBQ는 국가별 식품 규정과 수입 요건에 맞는 원료를 선정하고, 기존 맛을 재현하도록 배합과 생산 공정을 조정한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거점을 중심으로 현지 원료로 소스·파우더를 생산해 매장에 공급한다. 치킨대학 교육과 개점 초기 현장 지원을 연계해 조리 기준도 관리한다. 현지에서 조달한 원료를 쓰고 작업자가 달라져도 매장별 품질 편차를 줄이기 위한 체계다.
bhc는 국가별 기후와 식문화에 맞춰 조리 공정과 메뉴를 개발한다. 태국에서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바삭한 식감을 오래 유지하도록 반죽과 튀김 공정을 개선한 메뉴를 선보였다. 필리핀에서는 스파게티에 뿌링클 시즈닝을 접목했다. 캐나다에서는 현지 음식인 푸틴에 브랜드의 특색을 더했다. 대표 메뉴의 맛을 유지하면서 현지 여건에 맞게 조리법과 구성을 바꾸는 연구개발이 해외 사업의 기반이다.
K푸드의 해외 사업이 커질수록 기술은 수익성과 브랜드 신뢰를 함께 지키는 수단이 된다. 생산 데이터로 품질 편차를 줄이고 소비 데이터로 현지 수요를 읽는 역량이 함께 필요하다. 국내에서 검증한 맛을 현지 여건에 맞춰 얼마나 빠르고 일관되게 구현하느냐가 글로벌 시장의 확장 속도를 가를 전망이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