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도시 ESG평가 '보고서 전시'에서 '일상 거버넌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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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

현재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고 2050년엔 68%로 늘어난다. 탄소의 집중지이자 불평등이 드러나는 현장인 도시를 평가하는 새로운 언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문제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ESG평가와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ESG평가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주주를 향하던 시선을 시민에게로 돌려야 하고, 단기 수익 대신 장기 지속가능성을 봐야 한다. 기업에 대한 평가모델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는 이유다.

2024년 'ISO 37125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표준이 발표되었다. 도시 ESG 데이터를 위한 첫 국제표준으로, 기후행동·사회적 포용·투명 거버넌스 등 107개 핵심 지표를 담고 있다. 제3자 검증이 가능한 데이터 틀을 마련해 도시가 채권 발행이나 투자 유치 때 표준화된 성과를 제시할 수 있게 한 게 돌파구다. 하지만 표준의 완성이 곧 적용의 해결은 아니다. 항만도시와 내륙 농업도시의 ESG 우선순위가 같을 수 없고, 고령화 도시와 젊은 이민 도시의 '사회' 이슈도 판이하다. 107개는 최소공통분모일 뿐이다.

더 흥미로운 건 연구자들이 발견한 '취약한 고리'다. 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기존 도시 ESG 연구에서 거버넌스 차원을 다룬 비율은 100%, 환경은 96%였는데 사회는 77%에 그쳤다. 독립적인 키워드 군집조차 형성하지 못했다. 국제표준 차원에서도 사회 부문의 이론 구축과 지표 조작화가 가장 뒤처져 있다는 뜻이다.

방법론 논쟁도 뜨겁다. 전문가 판단으로 가중치를 정하는 방식은 환경 쪽에 과대한 무게를 실어줄 위험이 있다. 상하이 뤼자쭈이 스마트시티 연구에서 드러난 편향이다. 30명 전문가가 매긴 가중치는 환경이 0.633으로 압도적이었지만, 주민 인식 조사를 반영한 구조방정식에서는 환경의 경로 계수가 0.165로 가장 낮았다. 복합지수의 '차폐 효과'도 골칫거리다. 한 연구에 따르면, E·S·G를 하나의 점수로 합치면 정책 소통은 편해지지만, 차원 간 상충관계가 가려진다. 환경이 뛰어난 도시가 사회에서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은 라티(Lahti)와 글래스고(Glasgow) 비교연구에서 확인됐다. 라티는 환경 성과가 우수하지만 사회적 포용과 안전에 문제가 있었고, 글래스고는 사회 기반 시설은 좋지만 환경 문제가 심각했다. 여기서 의외의 반전이 있다. 상하이 실증연구에서 도시 지속가능성에 가장 강한 촉진 효과를 낸 차원은 환경이 아니라 거버넌스였다. 거버넌스의 경로 계수는 0.244로, 환경(0.165)과 사회(0.187)를 모두 앞섰다.

현재 필자는 서울연구원과 함께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별로 ESG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실제 정책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 전체 차원의 ESG 전략이 아니라, 구 단위의 이질성을 담아내는 지표 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종로구와 강남구, 금천구와 도봉구의 ESG 과제가 같을 수 없다. 서울연구원은 2024년부터 서울시·시의회와 ESG 경영포럼을 운영하며 탄소중립, 공급망 실사, 기후리스크 등을 논의해왔고 올해 포럼에서는 환경발자국 지표 활용과 AI 기반 데이터 관리 방안까지 실행 의제로 다뤘다. 여기에 구별 맞춤형 지표 개발과 실제 적용이 더해지는 것이다.

실제 적용을 구체화하면 이렇다. 첫째, 구별 ESG 프로필 분석이다. 복합점수 하나로 줄 세우는 대신, 각 구가 환경·사회·거버넌스에서 어떤 강점과 취약점을 가졌는지 유형화한다. 둘째, 시범 적용이다. 2~3개 구를 선정해 개발 지표를 실제 행정 데이터와 결합하고 의사결정에 어떻게 쓰이는지 검증한다. 셋째, 환류 체계다. 지표가 보고서로만 남지 않도록 구정 운영 평가와 예산 편성에 연결하는 방안을 설계한다. 이는 계량화된 지표가 실제 인센티브 구조와 맞물려야 한다.

국내 선행 사례로 참고할 만한 건 성동구다. 2023년 지자체 최초로 ESG 지표 체계를 만들고 'E+ESG', 즉 경제(Economy)를 더한 모델을 2년 연속 보고서로 발간했다. 온실가스 감축률 서울 1위, 지역안전지수 5년 연속 최고 등급과 같은 성과가 뒤따랐다. 양천구도 무선주파수인식(RFID) 음식물 종량기 보급률을 37%에서 71%로 끌어올려 하루 8톤의 폐기물을 줄인 사례가 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예외라는 점이다. 조례만 만들고 예산 확보에 실패한 지자체, 보고서 작성만 의무화해 형식 대응에 그친 곳도 적지 않다.

도시 ESG 평가는 이제 '있느냐'에서 '정확하냐' '쓸모가 있느냐'로 넘어가는 단계다. ISO 37125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표준이 공통 언어를 줬다면, 진짜 숙제는 그 언어로 각 구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말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치구별 지표 연구가 성동구의 실험을 25개 구로 확장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김준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 junbeum.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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