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중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피지컬 AI 테크 위크'와 '얼라이언스 데이' 현장은 대한민국 산업계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출범 1년 만에 430여 개 산·학·연·관 주체가 결집한 '피지컬 AI 얼라이언스'를 구심점으로, 물리적 세계로 걸어 나온 인공지능(AI)의 현주소와 대한민국 기술 동맹의 저력을 확인했다.
그간 우리의 AI 정책과 산업이 개별 공정에서 기술적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증(PoC)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제는 산업 전반의 실행(Execution)을 전면화해야 할 시점이다. 단위 기술의 시연 성공을 넘어, 피지컬 AI 로봇과 현장 설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며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지가 미래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척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글로벌 피지컬 AI 생태계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왜 지금 국가 차원의 총력전이 필요한지 명확해진다. 현재 세계 시장은 본격적인 개화기까지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해 사활을 걸고 버티는 극단적인 출혈 경쟁, 이른바 '생존의 지구전'을 치르고 있다.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 축인 피지컬 AI 분야에 범부처 AI 예산(16조 원)의 약 20%에 달하는 3조 1000억 원을 집중 투입하고, 내년도 핵심기술 개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피지컬 AI 트레이닝 센터 구축(400억원)과 물류 실증(260억원) 등 신규 사업에 1210억 원을 전격 배정한 것도 이 치열한 지구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국가적 결단의 산물이다.
따라서 우리의 첫 번째 승부수는 얼라이언스의 현장 기술 공백 진단을 토대로, 당장 눈앞의 상용화나 대규모 시장 창출이 쉽지 않더라도 시각·언어·행동(VLA) 모델과 월드모델 등 피지컬 AI의 정통 핵심 미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끝까지 버티며 초격차를 확보하도록 선도적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테크 위크에서 국내외 석학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했듯, 물리적 산업 현장에서는 99%의 시연 성공률을 가진 로봇이라도 단 1%의 오류 원인을 통제하지 못하면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판단 근거를 역추적하기 어려운 기존 학습 방식의 한계를 넘어 로봇 동작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신뢰성 아키텍처, 가상 환경에서 극한의 변수를 학습하는 심투리얼(Sim2Real) 시뮬레이션, 그리고 국산 AI 반도체(NPU)를 결합한 고효율 온디바이스 추론 인프라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미래 핵심 원천기술만 육성한다고 해서 시장이 저절로 열리지는 않는다. 원천기술 기업이 미래를 향해 달리는 동시에, 제조·물류·국방·의료 등 각 산업의 수요·앵커 기업들이 지금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실용적 응용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현장에 빠르게 이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부터 수요·앵커 기업이 직접 기술 개발과 현장 도입에 뛰어들어 치열한 시행착오와 실패 경험을 축적해야만, 거대한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때 어떤 영역이 진정한 부가가치를 창출할지 경쟁국보다 먼저 판단하는 선구안을 갖출 수 있다.
모델부터 반도체·로봇·보안까지 방대한 공급망이 얽힌 피지컬 AI는 개별 기업의 각개전투로는 승산이 없다. 피지컬 AI 얼라이언스가 풀스택·버티컬·거버넌스 3대 분과를 축으로 6대 핵심 산업의 수요 대기업과 공급 기술 기업을 촘촘히 잇는 현장 실증 과제를 가동하고, 공장 단위의 개방형 표준 확립에 나선 것 역시 수요기업의 학습 비용을 낮추고 상용화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 정부 재정이나 민간 벤처 투자금만으로 기나긴 기술 축적의 시간을 견뎌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완성되려면 현장 실행을 통해 확신을 얻은 수요·앵커 기업의 대규모 자본이 다시 국내 피지컬 AI 공급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생적 시장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총괄운영기관인 NIPA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피지컬 AI 얼라이언스를 핵심 실행 플랫폼으로 삼아, 미래 핵심기술 확보부터 지역 거점 실증과 현장 실행, 나아가 금융위원회의 '국민성장펀드'를 연계한 초장기 기술·인프라 투자까지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묶는 '전주기 실행 생태계'를 본격 가동할 것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핵심 멤버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담대한 목표와 과감한 투자를 통해 독보적인 피지컬 AI 강국이 되자”라며 확고한 국가적 이정표를 제시했다. 후회 없는 투자로 미래 핵심 기술의 초격차 선도와 수요 현장의 과감한 비즈니스 실행이 양 날개로 맞물려 돌아갈 때, 대한민국은 글로벌 피지컬 AI 패권을 주도하는 세계 1강으로 우뚝 설 것이다.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피지컬 AI 얼라이언스 총괄운영기관장) yunkyu85@nipa.kr
〈필자〉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30여년간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ICT·디지털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청와대 선임 행정관,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2025년 3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6대 원장으로 취임해 대한민국의 AI 글로벌 3강 도약과 피지컬 AI 혁신을 통한 AI 대전환 선도, 우리 AI·ICT 기업들의 세계 무대 도약을 이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