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를 넘어 중장비·로봇·휴머노이드·도심항공교통(UAM)·전기추진선박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불리며 성장하던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은 최근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시장 확대,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중국산 배터리 채택 증가 등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도약을 위한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주요 전시회와 업체 발표에서는 우리나라 배터리 회사의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배터리 스타트업 그리너지의 리튬티타네이트(LTO) 배터리 기반 이송 로봇,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 상용화,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휴머노이드 적용 계획,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솔루션 발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19일부터 21일까지 현대차의 제조 신기술 전시회 '이포레스트(E-FOREST)' 테크데이가 열렸다. 현대차는 자체 설계한 자율이송로봇(AMR)을 소개하며, 배터리 성능을 크게 강조했다. AMR에는 우리나라 배터리 스타트업 그리너지의 LTO 배터리가 탑재됐다. LTO 배터리는 안전성이 높고, 온도 변화에 강하고, 충전 시간이 짧으며, 수명이 긴 장점을 갖는다. 날씨가 추우면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기존 배터리와 달리 날씨가 추워도 성능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북유럽의 전기 중장비 기기에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또, 공장 물류 로봇처럼 짧은 시간에 충전하고 장시간 반복 운용해야 하는 장비에 적합하다. LTO 배터리를 적용하면 물류 로봇의 충전으로 인한 대기시간을 줄이고 운영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화성 이보(EVO) 플랜트 웨스트에서는 기존 대비 적은 물류 로봇으로 동일한 물류량을 처리하는 효과를 거뒀다. 최근 그리너지는 대량 양산을 통해 가격을 낮췄으며, 이를 통해 배송 로봇·방산·치안 등으로 적용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LMR 배터리의 생산체제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LFP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약 33% 높일 수 있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미국 테네시 공장을 개조해 2028년까지 LMR 각형 생산체계를 구축, 이후 대량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LMR 배터리는 중국 LFP 배터리의 확장을 견제하고, 국내 배터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휴머노이드 적용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SDI의 첫 전고체 배터리의 적용은 휴머노이드가 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이며, 휴머노이드용 샘플 공급과 고객사 평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갖는 전고체 배터리는 휴머노이드의 빠른 보급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삼성과 LG의 AI 데이터센터 솔루션이 발표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9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팩토리 생태계 'DSX 레디(DSX Ready)'에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파트너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도 같은기간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솔루션을 공개했다.
그리너지·LG·삼성의 관련 사례는 국내 업체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회사의 배터리 시장 확대 및 특허 공세 속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이 가야할 전략은 피지컬 AI 응용 영역 확장·기술 특허 선점·파트너사 협력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자율주행·휴머노이드·배송로봇·AI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과 피지컬 AI 관련 영역 확장·중국 특허 공세에 대응하는 신기술 특허 경쟁력 확보·자동차와 로봇 등 주요 파트너사 협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성장하는 차세대 배터리 관련 시장에서 우리나라 회사의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