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퇴직금 체불 예방에 나선다. 전문 수탁법인이 노동자 적립금을 대신 굴리는 기금형 퇴직연금도 도입해 국민연금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퇴직연금 분야 첫 노사정 공동선언을 구체화한 후속 대책이다.
방안에 따르면 연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 1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2028년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사외적립이 의무화된다. 2029년에는 10~99인, 2030년에는 10인 미만 사업장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사외적립은 퇴직급여 재원을 회사 밖 금융기관 등에 쌓아두는 방식이다. 지난해 체불액 가운데 퇴직금 비중은 41.1%(8229억원)에 달했지만, 사업장 퇴직연금 도입률은 2024년 26.5%로 10년째 20%대에 정체되어 있다.
의무화 이후에도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중퇴기금)에 자동 가입된다. 의무화 시점보다 먼저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최저임금 130% 미만 노동자에 대한 사업주 부담금의 10%를 지원한다. 새로 도입한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경영자금 대출금리 2%포인트(p)를 보전해준다. 내년도 예산 정부안에 각각 60억원, 62억원을 반영했다.
기금형 도입은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뒀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6.47%로 집계 이래 최고였지만 국민연금(18.82%)에는 크게 못 미쳤다. 기금형은 수탁법인이 적립금을 모아 대신 운용하고 수익과 손실은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가입자는 운용 상품 대신 수탁법인만 고르면 된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적용되며 기존 계약형과 함께 운영할 수 있다.
수탁법인은 △금융회사가 세우는 '금융기관 개방형' △복수 사용자나 전국 단위 노사단체 연합이 꾸리는 '연합형' △중퇴기금 등 '공공기관 개방형'으로 나뉜다. 노동부 장관이 위원장인 인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비인가·본인가 2단계로 인가하고, 금융기관 개방형은 최소자본금 120억원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운용·이해상충 관리 등 핵심 영역의 입증책임은 수탁법인이 지고, 적립금의 0.25%는 운영위험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
중퇴기금 가입 대상은 2028년 1월 300인 이하 사업장으로 넓힌다. 별도 수탁법인(퇴직연금공단) 설립은 중장기 검토 과제로 이번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는다. 국민연금공단의 기금형 참여는 방식과 범위를 두고 노사정·전문가 간 이견이 있어 국회 논의에 맡겼다.
연금 수령도 유도한다. 지난해 계좌 수 기준 일시금 수령 비중은 83.5%에 달했다. 정부는 퇴직급여를 받을 때 일시금 수령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연금으로 자동 지급하는 방식 도입을 추진한다. 연금 지급 통보를 받은 뒤라도 일시금을 원하면 바로 바꿀 수 있다. 노동계 요구에 따라 중도인출·중도해지는 지금처럼 허용하고, 중도인출 대신 쓸 수 있는 담보대출 상품이 나오도록 제도도 고친다.
계약형 제도도 개선한다. 현재 70%인 IRP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원리금보장형보다 수익이 높으면서 안정적인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을 DC·IRP 투자 대상에 추가한다. 한도 완화 폭은 정하지 않았으며 시장 상황과 가입자 수요를 보고 내년에 판단한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은 노후 소득의 안정성과 수익성 간의 균형을 맞춰 노동자의 노후를 든든하게 지켜내는 제도적 기반을 세운 것”이라며 “개정 법안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의무화 일정에 맞춰 현장 지원체계를 빈틈없이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최성웅 기자 ye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