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앞두고 군사·보안시설에 대한 보안처리 실효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구글 지도에서 원자력발전소 주요 시설이 노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안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업계에서는 고정밀지도 반출 이후 사후 통제책 마련과 함께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 태스크포스(TF)는 최근 구글코리아 본사를 방문해 축척 1대 5000 고정밀지도의 국외 반출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 2월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가한 데 따른 후속 절차로,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작업을 앞두고 기술 사항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서 구글의 고정밀지도 반출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이 이르면 연내 우리 정부가 구축한 고정밀지도를 활용해 국내 지도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거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축척 1대5000의 고정밀지도를 바탕으로 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하지만 실제 반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제시한 보안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지난 2월 구글의 고정밀지도 반출을 조건부 허가하면서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를 통한 데이터 가공 △사후 수정 및 통제 △보안사고 대응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구글이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반출 허가를 중단하거나 회수할 계획이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구글의 고정밀지도 반출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 “조건을 불이행하면 최대한 나중에는 허가를 중단하든지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출 이후에도 조건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의지이지만 해외로 반출된 데이터는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이 맹점이다.
업계에서는 고정밀지도 반출을 위한 핵심 쟁점으로 구글의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와 사후 통제 실효성을 꼽았다.
특히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는 우리 정부가 줄기차게 요구한 사안이지만, 고정밀지도 반출 결정 8개월이 지난 뒤에도 구글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글은 지난 9월부터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에서 청와대, 국방부, 주한미군 기지, 비무장지대(DMZ) 일대 등 위성사진에 흐림 처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주요 시설에 대해서는 보안 처리를 하지 않는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주요 시설이 구글 지도에 노출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 지도에 고리원전의 건물 위치와 격납고, 상세 배치 등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가급 보안시설에 해당하는 원전마저 가림 처리를 하지 않았는데, 다른 시설은 보안 처리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국내 공간정보산업에 대한 구글의 상생 방안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고정밀지도 반출로 구글의 국내 지도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지면 국내 지도·공간정보 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지난 2월 지도 반출을 허가하면서 구글에 상생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지만 구글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울러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심의하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월 구글의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신청에 대한 심의를 앞두고 민간위원이 정보를 제때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퇴했고, 이에 협의체는 새 민간위원을 급하게 위촉해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협의체가 그동안 제대로 된 규정이나 운영방식 등이 없다보니 반출을 앞두고 민간위원을 바꿨었고, 심지어 회의록조차 없다”면서 “구글 이후 해외 기업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이 이어질 수 있는만큼 이를 심사할 정식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