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교육 판도를 바꿀 엄청난 기회다. 초개인화 맞춤 학습과 특수교육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넓히고, 교사의 행정 부담을 줄여 학생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기대만큼 망설임도 깊다. 유네스코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가 경고하듯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학생의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역량이 위축되는 '인지적 퇴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AI 리터러시'에 있다. 단순히 기술을 다루는 디지털 활용 능력을 넘어 교사가 AI를 주체적 도구로 삼아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은 탄탄한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AI와 공존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 우리 초·중등 교육 현장의 현실은 답답하다. 과거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사회적 갈등과 정서적 거부감, 에듀테크 산업계의 소외감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대학과 기업 교육 현장이 AI를 발 빠르게 흡수하는 사이, 공교육 현장은 오히려 멈춰 서 있는 형국으로 교육과 산업이 상생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안되어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는 이러한 소모적인 찬반 논쟁을 넘어 국가 전략으로 제시된 '교육 소버린 AI'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할 때다.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국수주의가 아니다. 국방, 보건, 제조와 함께 교육 소버린 AI가 필수 국가 과제로 꼽히는 이유는, 국가의 교육 주권과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AI의 편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다루기 위함이다. 최근 민관 협력으로 닻을 올린 국방 소버린 AI처럼, 교육 소버린 AI 또한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먼저 필요조건으로서, 학습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공공 교육 모델을 뒷받침할 독자적인 교육 AI 데이터센터와 관리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
나아가 진정한 충분조건은 교실 현장의 올바른 AI 활용 그 자체다. 최근 교육당국이 AI 리터러시의 전제로 '독서와 글쓰기 등 기초 문해력'을 강조한 것은 올바른 진단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교육 소버린 AI의 완성은 혁신적인 AI 교육학, AI 역량을 갖춘 교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민간 에듀테크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혁신도 시급하다. 20여 년 전 만들어진 낡은 '이러닝산업발전법'을 전면 개정하거나 가칭 '에듀테크산업진흥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 소버린 AI를 전담하고 민관 협력을 이끌 '에듀테크산업진흥원' 및 '에듀테크지원센터'와 같은 전담 거버넌스를 구축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의사 결정과 육성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국회에는 이러닝산업발전법을 AI 시대에 맞게 전면 전환하는 전부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온라인 학습 중심 낡은 법 체계를 AI 시대에 맞게 재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률명을 '에듀테크(교육정보기술)산업진흥법'으로 변경함과 동시에 에듀테크 범위를 소프트웨어(SW)·콘텐츠·데이터·플랫폼·하드웨어를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로 명확히 규정하도록 한 게 골자다.
교육 소버린 AI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해야 한다. 하나는 '공교육의 질적 혁신'이며, 다른 하나는 '글로벌 경쟁우위 확보'다.
진정한 교육 소버린 AI는 우리만의 울타리를 치는 기술 패권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검증된 모델을 바탕으로 글로벌 협력국들이 각자의 교육 주권을 확립하도록 돕는 상생의 생태계이자, 강력한 K-에듀테크 수출 동력이어야 한다. 교육 소버린 AI의 성공은 바로 이 열린 연대와 산업 생태계의 육성에 달려 있다.
임재환 유비온 대표(전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 jhlim@ubi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