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환경 창업기업 행정서류 절반 줄인다…풍력 허가 1년 단축

기후부, 행정서류 재설계 추진
33개 행정서비스 제출서류 395개→196개
서류 가짓수 50.4%·분량 37.4% 감축
육상풍력 풍황 실측 없애 2.5억원 절감
순환경제 규제샌드박스 10종→4종 통합
Photo Image

에너지·환경 분야 창업기업이 정부 정책지원 등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행정서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육상풍력 발전사업 허가에 필요했던 1년 이상의 현장 풍황 실측 의무도 폐지돼 사업 착수 기간을 1년가량 앞당기고 30㎿ 기준 약 2억5000만원의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규제합리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환경 분야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행정서류 재설계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상대적으로 인력과 행정 역량이 부족한 창업기업이 인허가와 정부 정책지원 서비스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겪는 행정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후부는 행정서류 간소화를 통해 에너지·환경 분야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서류 재설계는 △공공자료로 대체 △신청서류 면제 △서류 통폐합 △제출정보 재활용 등 4대 방향으로 추진한다.

우선 기업이 직접 취득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현장자료는 정부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료로 대체한다. 사업자등록증처럼 행정정보 공동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서류와 신청 단계에서 불필요한 서류는 제출 대상에서 제외한다.

내용이 유사한 서류는 통폐합하고 표준양식을 도입해 분량 상한과 작성 방법도 제시한다. 기업이 한 번 제출한 정보는 시스템을 개선해 다시 입력하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후부가 이번에 재설계 대상으로 선정한 정책지원 분야 중심 33개 행정서비스에서 기업들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현재 총 395개, 1626장이다. 신청 기업당 평균 12개, 49장의 서류를 내야 하는 셈이다.

재설계가 완료되면 제출서류는 총 196개, 1014장으로 감소한다. 기업당 평균 제출서류는 12개에서 6개로 절반으로 줄고 분량도 49장에서 31장으로 감소한다. 전체적으로 서류 가짓수는 50.4%, 분량은 37.4% 줄어들 전망이다.

대표적인 규제 개선 사례는 육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다.

기존에는 육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사업자가 후보지에 풍황계측기를 설치하고 1년 이상 바람 정보를 직접 측정해 제출해야 했다. 30㎿ 규모 육상풍력을 기준으로 풍황계측기 설치 등에 약 2억5000만원이 필요하고 측정에만 1년 이상이 걸렸다.

기후부는 지난 1일 '발전사업 세부허가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현장 풍황자료 제출 의무를 폐지했다. 앞으로는 기상청 '재생에너지 기상정보 플랫폼'이 제공하는 재현바람장 자료를 활용해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기상청 관측자료를 통해 재현한 공간 1㎢·시간 10분 단위의 고도별 5년치 바람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후부는 이를 통해 사업자가 발전사업 착수 기간을 1년 단축하고 30㎿ 기준 약 2억5000만원의 초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환경기업 사업화 지원사업의 제출서류도 대폭 줄인다.

현재 사업에 신청하려면 사업자등록증과 재무제표, 고용증빙, 국세납입증명서, 지방세납입증명서, 중소기업확인서 등 행정기관 발급서류 6개를 포함해 총 15개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행정기관이 발급하는 6개 서류는 행정정보 공동이용을 통해 접수기관이 직접 확인한다. 기업이 해당 서류를 별도로 발급받아 제출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사업 선정 이후 제출해도 되는 서류는 신청 단계에서 제외하고 유사 서류를 통폐합한다. 이를 통해 신청 때 내야 하는 필수서류를 기존 15개에서 5개로 줄인다. 감소율은 약 67%다.

순환경제 규제샌드박스 신청 절차도 간소화한다.

순환경제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규제에 대한 특례를 적용해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신청 기업은 순환경제사회법에 따라 10종의 필수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일부 서류에는 분량 제한이 없어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특례 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해 신청서를 길게 작성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기후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령에 규정된 필수서류 10개를 4개로 통합한다. 표준서식을 마련해 분량 상한과 작성 방법도 제시한다. 기업이 규제샌드박스 심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표준서식에 작성하도록 해 행정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환경표지 인증을 신청할 때 이미 제출했던 정보를 반복해서 입력해야 하는 불편도 개선한다.

환경표지 인증은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보다 환경성이 우수한 제품에 표지를 부착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기업이 여러 제품의 인증을 신청하거나 인증 제품을 확대·갱신할 경우 제품 규격서와 제품 카탈로그, 회사정보, 원료사용내역서 등 유사하거나 과거 제출했던 정보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부는 불필요한 서류를 없애는 동시에 온라인 신청시스템을 개편해 과거 입력한 자료를 자동으로 불러오거나 필요한 정보를 선택·조합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업정보와 신청제품 등의 정보는 자동 입력하고 사용원료와 제조사 등은 과거 정보를 선택·조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환경표지 인증 관련 제출서류를 현재 20개에서 12개로 40% 줄인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행정서류 재설계 추진방안으로 기업들의 행정부담이 대폭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에너지·환경 분야 창업기업들의 에너지가 서류가 아닌 도전에 쓰이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