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인프라 확보 중요성도 강조

우리나라의 디지털 무역적자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확한 현황 파악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 무역 통계가 미비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공지능(AI) 구독이나 클라우드 등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AI 서비스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AI 관련 특수 분류 통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결제 인프라가 AI·반도체와 함께 지경학적 경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어 원화 결제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정보통신정책학회와 산업연구원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디지털 적자의 의미와 정책 과제: 디지털 주권과 AI·플랫폼 경쟁력'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디지털 수입이 AI 구독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AI 시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은 국내 디지털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을 먼저 짚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식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2024년 76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2억5000만달러로 확대돼 1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한국의 디지털 전달 서비스 적자가 지난해 기준 약 138억달러(약 18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에는 유료 AI 구독 서비스와 클라우드 등을 중심으로 적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 위원은 “통신·컴퓨터·정보서비스 전체로는 아직 흑자가 유지되고 있지만, AI와 클라우드와 관련된 컴퓨터 서비스는 2024년과 2025년 적자가 굉장히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AI 구독이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계로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힘들다. 한국의 생성형 AI 유료 구독자는 세계에서 2~3위 정도로 추정되는데, 무역 통계에서 AI 구독료는 '컴퓨터 서비스' 통계에 섞여 구분이 불가능하다. 컴퓨터 서비스에는 개인 AI 구독료뿐만 아니라 기업용 소프트웨어(SW), 클라우드·호스팅, SW 개발·유지보수 등이 함께 포함됐다. 특히 최근에는 AI 서비스가 제조업과 결합하거나 온디바이스, 온프레미스형 등 AI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있어 측정하기가 어렵다.
고 위원은 “기업의 AI 지출은 클라우드와 함께 계약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것을 AI 비용으로 볼지 클라우드 비용으로 볼지 식별할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서비스 제공 경로가 지역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오픈AI의 경우 미국에 본사가 있어 파악하기 용이하지만 구글·애플·메타 등 미국 빅테크는 싱가포르나 아일랜드 서버를 경유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측정이 복잡하다.
MSITS 2026·EBOPS 2026 등 국제 통계에서는 클라우드나 데이터를 별도 항목으로 신설하고 AI를 4곳에 명시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AI 지원 상품 통계를 구축 중이지만 AI 서비스 통계는 국제적으로도 공백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만의 세부 통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속가능발전연구팀장은 AI·반도체·결제 인프라가 지정학적 경쟁 대상으로 떠오른 만큼 국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인프라 확보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팀장은 미국이 칩·모델·클라우드를 묶어 AI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일본과 EU는 클라우드·AI에 공적 투자를 하고 공공조달을 활용해 대안을 키우고 있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반도체·클라우드·데이터·결제 등을 활용한 디지털 상호의존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한국의 디지털 분야 무역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AI 팩토리·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 분야 육성과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환경 조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토론은 김상택 이화여대 교수를 좌장으로 강하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문정 네이버 연구위원, 길은선 산업연구원 인구전략연구실장, 최동일 재정경제부 서비스경제과 과장이 참석했다.
고 위원은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태국 등에서 각국 수요에 맞춰 펼치고 있는 소버린 AI 사업과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소버린 AI 체계 구축, AI 팩토리 등 국가 전략 인프라를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