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계열사의 노동관계법 위반 206건이 적발됐다. 정부는 감독 과정에서 확인한 산업재해 은폐 정황에 대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쿠팡 계열사의 산재 은폐·불법파견 등 노동관계법 위반 의혹에 대한 기획감독과 고발 사건 수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노동부는 위반 사항 가운데 61건을 사법처리하고 145건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물류센터·배송캠프 105곳을 대상으로 한 산업안전 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이 드러났다. 이 중 사법처리 대상 61건을 제외한 144건에 과태료 19억6000여만원이 부과된다.
산재 은폐 정황이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는 범죄인지 후 수사가 시작됐다. 합의금을 주거나 관리자 면담을 거쳐 노동자의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게 한 사례가 대상이다. 산업재해조사표를 내지 않거나 늦게 낸 25건에는 과태료 약 1억7000만원이 매겨진다. 컨베이어 방호조치나 지게차 접촉방지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산재로 이어질 수 있는 위반 59건도 수사할 계획이다.
2020년 10월 숨진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구 칠곡물류센터 노동자 고(故) 장덕준씨와 관련해서는 당시 쿠팡 대표이사의 부적절한 지시 등이 확인됐다. 노동부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접수된 산재 은폐 고발 사건을 수사한 결과다.
노동부에 따르면 당시 대표이사는 2020년 10월 메신저로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했다. 쿠팡 관계자 등은 CCTV를 분석해 고인의 행동을 물 마시기·화장실 가기·기다리기·대화하기 등으로 분류하고 항목별 시간을 정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 결과를 외부에 제출하거나 활용한 정황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노동부는 쿠팡 측이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조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고인의 모습이 담기지 않은 CCTV를 제출하고, 근무환경도 영상 내용과 다르게 진술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단은 이 조사를 거쳐 2021년 2월 장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다만 노동부는 산재 은폐죄의 공소시효(5년)가 2025년 10월 끝나 고발장이 접수됐을 때 이미 지난 상태였던 점 등을 들어 형사책임은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되,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된 다른 산재 은폐 의혹은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
근로기준 분야의 핵심 쟁점이던 성과향상프로그램(PIP)을 통한 부당해고, 블랙리스트를 이용한 취업방해, 불법파견 의혹 가운데 법 위반이 확인된 것은 없었다. PIP 주요 내용을 취업규칙에 작성·신고하지 않은 점만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적발돼 시정지시와 함께 과태료가 부과된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는 쿠팡이 2020년께 일부 퇴사자 명단을 작성해 채용 참고자료로 쓰다 삭제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이를 외부에 공유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제40조(취업방해 금지)가 타사 취업 방해에 적용되는 조항인 만큼 자사 채용에 활용한 것만으로는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불법파견 의혹은 쿠팡이 배송 업무를 맡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거꾸로 원청인 쿠팡 소속 직원을 지휘했다는 내용이었다. 노동부는 두 회사가 각자 소속 노동자에게 노선 배정·업무 배치 등 지휘·명령을 하고 회사별 배송 상품도 명확히 나뉘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쿠팡 외 다른 물류센터에서도 노동관계법 위반이 다수 확인돼 온 만큼 물류센터 전반에 대한 지도·감독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산재 은폐와 미보고는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막을 뿐 아니라 원인 분석과 위험 요인 확인·개선 절차를 차단해 유사 재해의 재발 가능성을 높인다”며 “쿠팡은 재발 방지는 물론이고 빠른 배송 및 물류 효율화에 수반될 수 있는 과로, 야간노동, 과중한 업무강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는 경영방침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은 이번 노동부의 발표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부적절한 지시 관련 내용은)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다.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성웅 기자 ye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