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먼지 날리는 골목, 눈물 자국 선명한 아이의 얼굴, “제발 도와달라”는 절박한 호소. 오랫동안 익숙했던 공익 모금 광고의 한 장면이다. 결핍을 앞세운 호소는 단기적으로 지갑을 열게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고유한 꿈과 가능성을 지닌 주체가 아니라 도움만 기다리는 수혜자로 대상화되곤 했다. 아이들의 눈물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로도 시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비영리 생태계의 가장 큰 난제는 현장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시민의 자발적 지지와 지속가능한 재원으로 잇는 '비즈니스모델(BM)'을 구축하는 일이다. 좋은 일을 한다는 당위만으로 후원자가 저절로 모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전국 2100여개 지역아동센터를 아우르는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 손잡고 소액 기부 플랫폼 '모두의기부'에서 그 해답을 시험하고 있다. 센터가 아이들의 일상과 성장을 알리며 후원자를 직접 확보하고, 재단은 유효 후원 결제 한 건마다 1000원을 보탠다. 후원금을 대신 모아주는 일회성 시혜가 아니라, 현장이 시민과 관계를 맺고 자립 기반을 스스로 키우도록 설계한 구조다.
최근 한 센터장이 들려준 이야기는 시민에게 전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센터에서 자란 아이가 청년이 되어 군에 입대한 뒤 첫 휴가를 나오자마자 센터를 찾아왔다. 선생님들은 반갑게 맞아 따뜻한 밥을 차려주었다. 센터장은 “내가 직접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참 잘 키웠구나 싶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아이를 맡아주는 단순 돌봄 공간을 넘어, 세상에 나간 뒤에도 흔들릴 때 돌아올 수 있는 '인생의 베이스캠프'다. 시민에게 알려야 할 것은 결핍의 눈물이 아니라 바로 이 관계의 가치다.
그러나 이런 가치가 후원으로 자동 연결되지는 않았다. 참여 현장의 약 30%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수십·수백명의 지지자를 모으기 시작했지만 나머지 70%는 선뜻 나아가지 못했다. 같은 플랫폼과 지원을 제공해도 결과는 달랐다. 기술이 후원할 통로를 열어줄 수는 있어도, 시민이 계속 참여할 이유까지 대신 만들어주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성과를 낸 한 센터장 역시 처음엔 도움을 청하는 일이 손을 벌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가난을 앞세우는 대신 꿈과 성장을 진솔하게 전했다. 그러자 이웃들은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 미래에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여기서 기부의 본질이 달라진다. 한쪽이 베풀고 다른 쪽이 받는 관계가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비영리 비즈니스모델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시민의 첫 참여를 얻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아이들의 변화를 공유해 다음 참여로 이어가야 한다. 재단의 매칭 지원은 그 첫걸음을 돕는 마중물이다. 성과는 단순 모금액뿐 아니라 후원자가 얼마나 오래 남는지, 후원 관계를 유지하는 데 현장의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70%의 현장을 실패로 규정할 수는 없다. 인력 부족과 지역별 후원 여건, 모금 경험의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과제는 헌신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성과를 낸 센터의 경험을 나누고,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후원자 관리의 행정 부담을 낮춰 더 많은 현장이 작은 성공을 경험하도록 돕는 일이다.
30%의 움직임은 모델의 완성이 아니라 확장 가능성을 검증할 출발점이다. 자립 또한 외부 지원 없이 홀로 버티라는 뜻이 아니다. 공공의 든든한 돌봄 책임 위에 시민과 기업의 참여가 더해지고, 현장이 그 관계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동정은 순간의 지갑을 열지만 신뢰는 오래가는 관계를 만든다. 비영리의 미래는 더 큰 눈물을 전시하는 데 있지 않다. 아이들의 꿈을 믿는 시민의 참여가 이어지고, 그 믿음이 지속 가능한 재원과 관계로 축적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동정을 넘어 아이들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시민을 늘리는 것, 그것이 풀뿌리 현장에서 싹트기 시작한 '꿈의 비즈니스모델'의 진정한 가치다.
김병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사무총장·경영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