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토큰화 주식 승인·국내 토큰증권(STO) 시행 임박···주식과 코인을 함께 보는 '통합 자산관리' 시대의 투자 해법

주식 계좌와 코인 지갑을 따로 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증권사 앱에서는 삼성전자와 테슬라를, 가상자산 거래소 앱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샀다. 두 시장은 규제도, 투자자층도, 문화도 달랐다. 그러나 2026년은 이 두 세계가 하나로 섞이는 원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이 블록체인 위로 올라가고, 블록체인 자산이 제도권 증권의 옷을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월가가 먼저 연 토큰화 금융시대
변화의 신호탄은 미국에서 쏘아 올려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나스닥이 제출한 토큰화 주식 거래 시범사업안을 승인했다. 대상은 러셀1000 지수 편입 종목과 일부 ETF이며, 토큰화된 주식도 기존 주식과 동일한 소유권과 티커, 거래 우선순위를 그대로 유지한다. 특히 SEC는 증권을 블록체인에 올린다고 해서 그 법적 지위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형식은 토큰이지만 본질은 주식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나스닥은 크라켄과 손을 잡았고, ICE는 OKX에 투자하는 등 전통 거래소들이 토큰화 주식과 크립토 상품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주식거래소와 코인거래소의 구분 자체가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토큰증권 시대 눈앞···금융시장 지각변동 예고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1월 15일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전자증권법은 분산원장을 법적 효력이 있는 증권 계좌부로 인정했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그동안 막혀 있던 투자계약증권도 증권사를 통해 유통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은 공포 1년 후인 내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4년 34조원 규모였던 국내 STO 시장이 2030년 36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업계의 관심은 토큰증권을 허용할지 여부에서 시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로 옮겨간 상태다.
다만 아직 남은 숙제도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국내에서 여전히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9월 한 콘퍼런스에서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지수도 준비됐고 운용사들도 채비를 마쳤다고 밝혔지만, 가상자산을 ETF 기초자산으로 보지 않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과 신탁업자의 가상자산 취급을 제한하는 현행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도의 속도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주식과 코인의 경계 붕괴···투자의 기준도 달라져야
그렇다면 주식과 코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투자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필자는 무엇보다 투자 대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토큰이라는 포장지보다 그 안에 담긴 기초자산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우량 기업의 주식을 담은 토큰과 실체 없는 프로젝트의 코인은 같은 블록체인 위에 존재하더라도 전혀 다른 자산이다. 기술적 형식이 같다고 투자 가치와 위험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증권과 비증권을 구분하는 안목도 필요하다. 토큰증권은 기존 증권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적용받으며, 발행·유통 방식에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시 등 투자자 보호 의무가 따른다. 반면 일반 가상자산은 별도의 규율 체계 아래 있다. 같은 앱 화면에 나란히 표시되더라도 투자자 보호 수준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식·코인 통합 자산관리···24시간 리스크에 대비하라
자산관리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이제 주식과 코인을 별개의 투자 영역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포트폴리오 안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주식, 채권, 부동산 중심 자산배분에 디지털자산을 포함해 전체 위험과 수익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의 한 축으로, 토큰증권을 조각투자 기반의 대체투자 수단으로 검토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자산을 무조건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 목적과 위험 감내 수준에 맞춰 적정 비중을 설정하는 일이다.
24시간 시장에 대응하는 리스크 관리 습관도 중요해졌다. 가상자산 시장은 밤낮없이 움직이고,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의 확산은 기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거래 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모든 토큰화 증권이 24시간 거래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간 연계성이 높아질수록 투자자가 살펴야 할 변수는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 손절 기준과 투자 비중 한도를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잠든 사이에도 자산 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무엇보다 사기를 경계해야 한다. 토큰증권과 RWA(실물연계자산)라는 단어가 유행할수록 이를 흉내 낸 가짜 상품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인가받은 증권사와 적법한 플랫폼을 통하는지, 발행 주체와 기초자산은 명확한지, 공시 자료와 투자자 권리는 확인할 수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거래 기록의 투명성을 높일 수는 있어도 투자 수익이나 자산의 안전성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경계 없는 투자시대, 결국 경쟁력은 자산을 보는 안목
주식과 코인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투자 기회가 넓어진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투자자가 공부해야 할 범위도 넓어진다는 의미다. 투자상품의 형태는 달라지고 거래 플랫폼은 하나로 연결되겠지만, 투자의 기본 원칙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그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온라인 증권거래를 먼저 익힌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았듯, 토큰화의 흐름을 먼저 이해하는 투자자가 다음 10년의 변화에 더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주식이냐 코인이냐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자산이 하나의 금융 생태계로 연결되는 시대에 자신의 자산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느냐가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필자소개 : 정주필 대표는 월간 블록체인투데이 발행인이다. 포스텍 블록체인및디지털자산 전문가 과정 운영위원, 한국핀테크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전)삼성전자 경영혁신팀 근무.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