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기 물품 가로채 확인…주민 불편 호소
중국 베이징의 아파트 단지에서 버려진 물건을 수거해 수익을 얻으려는 이른바 '쓰레기 헌터'가 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중국 시사주간지 신저우칸은 아파트 공용 쓰레기 수거장을 뒤져 판매할 만한 물건을 찾거나, 주민이 폐기하려는 물품을 먼저 가로채는 사람들의 실태를 보도했다.
베이징 시내에서는 삼륜차를 이용해 폐지와 각종 재활용품을 모으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집한 물건을 무게에 따라 고물상 등에 넘기고 돈을 받는 방식이다. 종이 포장재와 플라스틱, 금속 캔, 유리병 등이 주요 수거 대상이다. 특히 이사하거나 집 내부 공사를 마친 뒤 포장 상자 등을 대량으로 내놓는 가구는 이들에게 좋은 수입원이 된다.
최근 이사를 마친 샤오판 씨는 종이 상자를 버리러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가 한 노인에게 붙잡혔다. 노인은 상자를 자신에게 넘겨 달라며 앞으로 처분할 물건이 생기면 삼륜차에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반면 수거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주민도 있다. 샤오 씨는 고양이 배설물과 사용한 생리대 등을 담은 봉투를 버리려다 노인이 이를 열어 확인하려 해 당황했다고 전했다. 그는 폐기물을 다시 뜯어보는 행동이 개인적인 흔적까지 노출되는 듯해 불쾌하다며, 최근에는 속옷 등을 가위로 잘라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저우칸은 현지에서 폐품을 먼저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값나가는 물건을 선점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일부 수집자는 재활용 가능한 물품뿐 아니라 일반 생활 폐기물에도 손을 뻗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집 앞 수거장에 머무는 노인이 주민이 봉투를 내려놓기도 전에 가져간다며, 어차피 버릴 물건이라도 그런 행동은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갈등은 특정 주거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매체는 오래된 주택가부터 고급 아파트까지 폐품을 모으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수거 장소를 놓고 여러 사람이 다투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먼저 왔다는 주장이나 특정 쓰레기통을 자신의 구역이라고 여기는 태도가 충돌을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무인 재활용 정산 장비를 도입했다. 최근 1~2년 동안 베이징의 몇몇 공동주택에는 재활용품의 무게를 측정한 뒤 현금으로 보상하는 기기가 설치됐다. 이용자가 위챗 QR코드를 인식시키고 물건을 투입하면 금액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용자가 몰려 투입 공간이 가득 차거나 장비가 작동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체는 도시 지역에서 폐품을 모으는 행위가 더 이상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고급 차량에 재활용 상자를 가득 싣고 다니는 상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을 고령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세대 간 마찰의 한 단면으로 해석했다.
2024년 말 기준 베이징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인구는 514만명으로, 전체 주민의 23.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자녀를 따라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노인도 적지 않다. 매체는 이들이 폐품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으로 오랫동안 몸에 익힌 절약 정신을 꼽았다. 대도시에서 자녀의 육아와 집안일을 거들면서 소액이라도 벌어 가계에 보탬이 되려는 의지가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