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시집 출간...영등포문화원에서 인기강좌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강의

“나의 존재 이유는 오직, 하나 / 너의 길동무가 되는 일이다...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 멀리서 보면, 어깨 걸고 / 행진하는 파도 소리...”
'등대에게 길을 묻다' 중에 나오는 구절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름 모를 섬에 우뚝 선 등대는 묵묵히 뱃사람 곁을 지키는 동행자이며, 마지막까지 꺼지지 않는 마음의 불씨다.
서해 최서단에 위치한 격렬비열도. 삼각형 모양으로 새가 난다는 뜻인 '격렬비'에서 유래한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격렬비열도를 '꿈꾸는 격렬비열도'로 표현하며 지친 새들이 쉬어가는 섬형제 섬이라고 했다.

박상건 시인이 23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등대는 파도의 문장을 읽는다』을 펴냈다. 박 시인은 30년 동안 우리나라 섬을 답사한 섬 여행 전문가다. 언론학박사인 저자는 성균관대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영등포문화원에서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인기강좌를 강의하고 있다.
등대는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고, 파도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말한다. 시인은 그 파도의 문장을 읽어내며 섬과 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시로 잉태했다.
'파도가 무인도에게'에서 “파도는 안다/홀로 서는 일이 얼마나 긴 숨결인지”라고 말하듯, 파도와 섬은 서로의 고독을 알아본다. 파도는 부서지면서 아픔을 흩어놓고, 다시 밀려온다. 이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서 시인은 삶 역시 상처와 회복을 거듭하는 과정임을 바라본다.
섬은 “끝내 혼자이고 싶은” 존재이면서 동시에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고독은 단절만을 의미하지 않고 혼자 서 있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상처를 견디며, 내면의 빛을 발견한다.
'등대섬 물보라 끝에서' 시인은 부서지는 물보라 사이로 내려앉는 등대의 빛을 바라보며 “다시, 첫 문장을 쓴다”고 말한다. 상처와 고독을 지나 다시 시작되는 문장이라는 뜻이다.
'등대는 파도의 문장을 읽는다'는 바다를 노래한 시집이면서, 바다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읽어낸 시집이다. 파도처럼 흔들리고 부서지면서 나를 치유하는 생명의 시집이다.
오세영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해양문학의 새 지평을 열며 우리 국토의 섬들이 지닌 비밀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장대한 문화사”이자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바다의 형이상학”이라고 평가했다.
박은석 기자 gikpri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