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 기술 인증이 아니라 연구활동·비용·증빙을 통해 움직이는 조세지원
중국의 산업정책을 보조금과 정부펀드만으로 읽으면 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작동하는 지원을 놓친다.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과정에도 정책이 들어간다. 공모에 선정돼 현금을 받는 지원과 달리 요건을 충족한 지출에 세제혜택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어느 기업이 실제로 연구개발을 했고 그 비용을 어떻게 증명하는지가 지원의 입구가 된다.
연구개발비 세전 추가공제(研发费用加计扣除)는 이 구조의 중심이다. 한국의 연구개발 세액공제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계산되는 위치가 다르다. 중국의 추가공제는 세금 자체에서 일정 금액을 빼는 제도가 아니라 세금을 계산할 소득에서 적격 연구개발비를 더 공제하는 제도다. 따라서 공제비율을 그대로 기업이 받는 현금이나 세금 감면율로 이해하면 안 된다.
이 제도는 적격 비용의 세후 부담을 낮추고 기업이 연구개발 활동과 지출을 기록하도록 유도한다. 중국법인의 연구개발 조직, 위탁계약, 손익과 지방 지원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지원금 신청부서뿐만 아니라 연구소와 재무부서가 산업정책의 실행 주체가 된다.

재정부(财政部)와 국가세무총국(国家税务总局)은 2023년 공고에서 적격 연구개발비의 100% 추가공제를 제도화했다. 당기 비용으로 처리되는 지출은 실제 비용공제에 더해 같은 금액을 추가로 공제한다. 무형자산을 형성한 경우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원가의 200%를 기준으로 세전 상각한다. 공고는 2023년부터 적용하며 별도의 종료일을 두지 않았다.
가령 적격 연구개발비 100만달러를 지출한 기업을 가정해 보자. 당기 비용공제가 적용되는 경우 일반 비용 100만달러와 추가공제 100만달러를 합쳐 200만달러를 과세소득 계산에 반영할 수 있다. 충분한 과세소득이 있다면 일반 비용공제만 받는 경우보다 적용세율 25%에서는 25만달러, 15%에서는 15만달러의 세금을 더 줄인다. 달러 금액은 제도의 계산구조를 보여주는 가상 사례다.
같은 비용을 써도 세율과 과세소득, 비용의 인정범위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 연구개발비가 인정되더라도 당기에 세금을 낼 이익이 없다면 같은 규모의 현금환급이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손실의 공제와 이월은 별도 세법 요건을 봐야 한다. 추가공제를 스타트업에 대한 선불 사업화자금처럼 설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적용 대상에도 경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장부에 따라 법인세를 신고·납부하고 연구개발비를 정확히 집계할 수 있는 중국 세법상 거주기업이어야 한다. 담배 제조, 숙박·음식점, 도소매, 부동산, 임대·사업서비스, 오락업 등은 제외 업종으로 규정돼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 세운 법인도 기업 자격과 실제 주된 사업, 연구활동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연구비를 지출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업종에 같은 혜택이 생기지는 않는다.
중국은 일반 연구개발비 공제 위에 특정 전략산업의 우대를 더했다. 2023년 재정부 등 4개 기관의 공고는 요건을 충족한 집적회로 기업과 공작기계 및 핵심 부품·수치제어시스템(工业母机) 기업에 2023~2027년 120% 추가공제를 적용한다. 무형자산은 원가의 220%를 기준으로 상각한다. 이는 일반 추가공제율에 120%를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격 기업의 추가공제율을 120%로 높이는 특례다.
모든 반도체·장비기업에 특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집적회로 생산·핵심 설계기업과 공작기계 기업에는 명단 관리가 적용되며, 장비·소재·패키징·테스트 기업은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026년 발표된 공작기계 분야 명단 작성 공고도 제품, 연구인력, 연구개발비와 매출 구성 등의 조건을 요구한다. 산업정책의 우선순위는 공제율뿐 아니라 어떤 기업을 대상에 포함하는지에서 드러난다.
고신기술기업·첨단기술기업(高新技术企业) 인정과 추가공제도 별개의 제도다. 고신기술기업 인정은 일정한 기술·연구개발 요건을 갖춘 기업에 우대세율 등을 연결한다. 추가공제는 적격 연구개발 활동과 비용에 적용된다. 인증이 없어도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추가공제를 활용할 수 있고, 인증이 있다고 모든 지출이 연구개발비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일반 추가공제는 기업이 요건을 스스로 판단해 신고하고 관련 자료를 보관하는 체계를 따른다. 신고 후에는 비용의 성격과 계산근거를 설명할 책임이 남는다. 따라서 프로젝트와 인력, 장비, 외주계약과 지출기록을 맞춰 두는 일이 중요하다. 명단 관리가 적용되는 전략산업 특례는 기업의 자체 판단만으로 대상 자격이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구분해야 한다.
연구개발과 일상 업무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기존 제품의 단순 변경, 통상적인 품질검사나 유지보수 등을 모두 연구개발로 볼 수는 없다. 기술적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인지, 실제 연구과제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사람이 얼마 동안 참여했고 어떤 비용을 썼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름을 '연구개발센터'로 붙이는 것만으로 지출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공용 장비와 겸직 인력은 배분근거가 필요하다. 장비가 생산과 연구개발에 함께 쓰였다면 사용기록과 합리적인 비용배분이 있어야 한다. 같은 직원이 연구개발과 고객지원 업무를 병행했다면 활동을 구분할 자료가 필요하다. 이를 연말에 한꺼번에 재구성하면 실제 연구팀과 재무부서의 설명이 달라질 수 있다. 세제효과는 일상적인 프로젝트 관리에서 만들어진다.
국가세무총국과 재정부의 2023년 공고는 7월 예납신고 때 상반기, 10월 예납신고 때 1~3분기 연구개발비의 추가공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적용하지 않은 기업도 요건에 맞으면 연간 정산에서 반영할 수 있다. 납부할 세금이 있는 기업은 혜택 실현시점을 앞당길 수 있지만, 비용을 정확히 집계할 준비가 전제된다.
한국 본사와 중국법인이 함께 연구할 때는 위탁의 방향부터 봐야 한다. 중국법인이 중국 밖의 기관에 위탁한 연구개발비는 실제 지출의 80%를 계산에 넣고, 그중 중국 내 적격 연구개발비의 3분의 2를 넘지 않는 부분을 추가공제 대상으로 삼는다. 2018년 재정·세무 지침에 따른 기준이며 해외 개인에 대한 위탁은 제외된다. 기술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과학기술 행정부문에 등록하는 요건도 있다.
이 계산은 기술 소유권과 이전가격 문제를 대신 해결하지 않는다. 누가 연구의 위험을 부담하고 성과를 소유하는지, 본사와 중국법인 사이의 대가가 적정한지, 계약과 실제 활동이 일치하는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특수관계자 간 위탁에는 수탁자의 연구비 지출명세도 필요하다. 비용공제 적격성과 국제거래 가격의 적정성은 연결되지만 같은 판단은 아니다.
공동연구의 목적도 중요하다. 중국 고객에 맞춘 제품개발인지, 본사가 쓰는 범용기술인지, 단순한 기술지원인지에 따라 인력과 비용의 실체가 다를 수 있다. 하나의 계약서에 모든 활동을 묶기보다 과제, 성과, 비용과 사용권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 세제만을 위해 실제와 다른 연구비 구조를 만드는 접근은 장기적인 법무·세무위험을 키운다.
데이터와 기술의 국외 이전은 별도의 규칙을 따른다. 비용을 공제받았다고 연구자료나 설계정보를 어디든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기술, 개인정보와 수출통제 등 관련 규정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중국법인의 연구개발을 설계할 때 세무팀만이 아니라 기술·법무·보안 담당자가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지방정부의 자금 지원은 여기에 다른 층을 더한다. 톈진(天津)의 2025년 과학기술형 기업 지원정책은 연구장비 구입과 기업 내 연구조직 구축,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화 등을 지원한다. 전국 세제의 적용요건을 충족하는 것과 지방사업에 선정되는 것은 다른 절차다. 기업은 지역 공고의 대상, 신청기간과 집행조건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차이는 지원시점과 목적이다. 보조금은 정해진 사업의 지출이나 성과에 자금을 제공한다. 세전 추가공제는 적격 지출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인다. 보증과 대출은 자금조달을 돕지만 상환의무가 남는다. 기업은 이를 모두 '정부지원액'으로 합쳐 사업성을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 확정된 현금과 조건부 선정, 장래 절세효과는 같은 돈이 아니다.
동일한 지출이 여러 제도와 연결될 때는 중복수혜 제한과 세무처리를 점검해야 한다. 지방사업에서 인정하는 연구개발비의 범위가 세법과 다를 수도 있다. 지원금의 회계·세무상 성격에 따라 적격 비용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능한 혜택을 단순 합산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작성한 자료가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추가공제는 투입비용을 기준으로 작동한다. 연구에 돈을 더 쓰도록 유도할 수 있지만 그 돈이 좋은 기술과 고객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기업이 공제받기 쉬운 지출을 늘리고 실제로 필요한 장기 인재나 고객 검증은 미룰 수도 있다. 정책성과를 공제액과 수혜기업 수로만 평가하면 이런 차이를 보기 어렵다.
작은 기업에는 자료관리 비용도 부담이다. 연구팀이 작아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고 회계인력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정부가 제도를 넓혀도 정확히 신고할 역량이 없으면 혜택을 놓치거나 오류 위험을 안게 된다. 공공지원은 보조금뿐 아니라 표준적인 프로젝트 기록, 비용배분과 신고 안내 같은 실무 인프라를 포함해야 한다.
적자 기술기업의 현금 공백도 남는다. 연구가 길고 매출이 늦게 발생하는 기업에 당장의 과세소득을 줄이는 제도만 제공하면 운영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 구간에는 개념검증 자금과 지분투자, 장기 연구지원 등이 별도로 필요할 수 있다. 세제의 적용범위가 넓다고 창업지원과 금융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와 연구의 추가 발생도 구분해야 한다. 원래 할 연구의 세후 비용을 낮춘 것인지, 제도 때문에 하지 못했던 연구를 새로 시작한 것인지가 정책평가의 질문이다. 비교 가능한 기업과 기간을 두고 연구비, 인력, 특허의 질, 제품과 고객성과를 함께 봐야 한다. 공제액 증가만으로 혁신이 같은 비율로 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업 간 거래에서도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고객이 연구개발비 공제를 이유로 납품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하거나, 투자자가 예상 절세액을 확정 이익처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적격 비용과 적용세율, 손익과 신고결과는 기업마다 다르다. 세제는 경쟁입찰의 할인쿠폰이 아니라 법정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세무상 처리다. 현금흐름 분석에서 조건을 명확히 남겨야 한다.
기업의 내부 평가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재무부서는 공제가능 비용을, 연구소는 기술목표를, 사업부문은 고객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세제 실적만 강조하면 연구활동이 서류에 맞춰질 수 있다. 반대로 연구팀이 기록을 무시하면 실제 적격 지출도 증명하지 못한다. 좋은 관리는 연구를 세무에 종속시키지 않으면서 과제의 실체가 비용자료에 일관되게 남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추가공제율을 세액공제율과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두 제도는 계산방식과 혜택 실현시점이 다르다. 정책 비교는 동일한 연구지출과 이익, 세율을 가정한 뒤 세후 현금흐름과 행정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신생 적자기업, 성장기 제조기업, 수익이 안정된 대기업에 필요한 수단도 다르다.
지자체는 중앙 세제와 비슷한 이름의 보조금을 추가하기보다 지역기업의 증빙역량과 실제 검증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업과 과제를 시작할 때 업무범위, 성과 귀속과 비용 정산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국제 공동연구에서는 연구비를 어느 법인이 부담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계약과 실무가 일치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중국법인은 세제 활용을 연말 세무업무로만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연구 시작부터 과제번호를 계약·근무기록·외주 발주·장비 사용·회계계정과 연결하고, 고신기술기업 인정과 추가공제, 지방 보조금을 각각 검토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예상 절세액을 당장 사용할 투자금으로 계산하지 말고 손익과 자금계획을 분리해야 한다.
금융권은 연구개발비 증가와 정부지원 공시를 기업가치의 단순 가산항목으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 신고·적용된 혜택인지, 향후 과세소득이 있어야 실현되는 효과인지, 자료검증이나 사후조정 위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제조기업은 세제절감으로 확보한 여력을 인재·실증·고객개발로 연결할 때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중국의 연구개발 세제는 산업정책이 공고와 지원금 밖에서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업의 실제 활동을 기록하고 손익과 연결하는 제도가 기술투자의 조건을 바꾼다. 한국 기업은 중국의 지원금 공고만 찾을 것인가, 아니면 연구활동과 비용을 증명하는 장부까지 산업전략의 일부로 설계할 것인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