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 단기이익과 장기 연구개발 사이에서 평가기간·보상·실패 책임을 조정하는 법
중국 국유기업이 첨단기술에 투자한다는 발표는 익숙하다. 그러나 투자금이 배정됐다고 어려운 연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이익을 줄이면 경영진의 평가가 나빠지고, 실패하면 국유자산 손실 책임이 따르며, 성공해도 연구자의 보상이 작다면 조직은 검증된 사업을 고른다. 혁신의 병목은 연구실 밖의 평가표에 있을 수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 혁신정책을 자금 공급만으로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어느 산업에 투자하는가와 함께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하고, 성공수익을 어떻게 나누며, 실패의 책임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봐야 한다. 같은 예산을 받아도 평가기간과 보상규칙이 다르면 기업은 다른 기술을 선택한다. 혁신의 속도는 지원액뿐만 아니라 조직이 위험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결정된다.

선전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深圳市人民政府国有资产监督管理委员会)는 2026년 7월 공개 대담에서 국유기업의 혁신 유인을 설명했다. 단기 경영평가와 위험관리 부담이 장기 연구개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단계별 보상과 사업화 수익 배분을 소개하고, 핵심기술 개발 기업의 평가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평가·보상 규칙에 주목한 것이다.
이 문제는 회계와 성과평가를 구분해야 정확히 보인다. 연구개발 지출은 관련 회계기준에 따라 비용으로 처리되거나 일정 요건에서 자산으로 인식된다. 정책이 경영진을 평가할 때 일부 연구개발비를 이익에 가산해 보겠다고 해도 재무제표의 이익이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평가상의 조정과 회계상의 손익을 섞으면 기업의 실적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는 2021년 공개한 국가계획 해설에서 연구개발 투입을 경영평가상 이익에 가산하고, 핵심기술 개발에는 가산 비율을 높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개발비가 늘어 당기이익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평가에서 보정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평가를 조정하는 것과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보증하는 것은 다르다. 연구비를 많이 썼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투자였다고 인정해서는 안 된다.
국유기업의 혁신에는 적어도 세 주체가 있다. 국가나 지방정부는 공공서비스, 산업역량과 자산가치라는 목표를 가진다. 경영진은 정해진 임기 안에 수익과 사업을 관리한다. 연구자는 기술 성과와 경력, 보상을 추구한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다. 장기기술을 개발하라는 지시와 단기이익을 높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으면 경영진은 실제로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불분명해진다.
국유기업이라고 모두 같은 목표를 갖는 것도 아니다. 경쟁시장에서 제품을 파는 기업과 필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혁신의 목적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연구는 수익을, 다른 연구는 안전과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인다. 공공목표를 수행하는 비용과 상업사업의 손익을 분리하지 않으면 연구의 성과도 책임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24년 국유기업 지배구조 지침과 2026년 공공정책 목표 분석은 국가의 소유자 역할, 정책목표와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를 강조한다. 공공목표를 부여하면서 비용과 성과기준을 설명하지 않으면 정치적 요구와 상업적 판단이 뒤섞일 수 있다. 중국 사례를 비교할 때도 국가가 투자한다는 사실보다 어떤 목표를 어떤 장부에서 평가하는지 봐야 한다.
여기서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소유자는 목표와 자본규율을 정하고, 이사회와 경영진은 구체적인 기술 포트폴리오와 실행을 판단해야 한다. 감독기관이 모든 프로젝트를 직접 선택하면 전문성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업에 맡겼다는 이유로 목표와 정보공개까지 비워두면 정책성 자금의 책임을 확인하기 어렵다.
선전의 공개 설명은 보상을 기술단계에 맞춰 나눈다. 장기 기술개발에는 단계별 목표 달성 보상을, 사업화에는 수익 배분을, 단기간의 돌파에는 일회성 특별기여 보상을 권고한다. 연구단계에는 매출이 없지만 검증단계에는 성능과 원가가, 사업화 이후에는 고객과 수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구 중에는 단계별 보상을 받고 산업화 이후에는 수익을 나누는 조합도 제시했다.
성과배분도 연구자에게 몇 퍼센트를 준다는 단일 숫자로 설명하기 어렵다. 기업 연구팀, 외부 대학, 기술이전기관과 사업부문이 기여한 범위가 다르다. 기존 특허와 새로 개발한 기술, 공정 노하우와 고객관계를 나눠야 한다. 보상의 재원이 기술이전 수익인지 실제 사업이익인지, 지급시점과 환수조건이 무엇인지까지 정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
경영진 보상과 연구자 보상도 구분해야 한다. 경영진은 기업 전체의 자본배분과 위험을 책임지고 연구자는 특정 기술의 개발에 기여한다. 두 집단을 같은 지표로 평가하면 장기 연구자의 성과가 단기 영업실적에 묻히거나, 반대로 경영진의 사업실패가 연구팀의 책임으로 넘어갈 수 있다. 혁신 장려는 보상 총액보다 책임의 경계를 설계하는 문제다.
선전에너지그룹(深圳能源集团)의 마완전력(妈湾电力)은 선전시 국유자산 감독당국이 소개한 사례다. 당국에 따르면 마완전력은 해수 수소생산 기술 개발에 기여한 연구팀과 개인에게 일회성 특별기여 보상을 지급했다. 기술적 성과가 나왔을 때 보상해 장기 연구를 이어갈 동기를 주는 방식이다. 사업화 이익이 발생할 때까지 모든 보상을 미루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물론 연구단계의 성과와 상업적 수익은 따로 평가해야 한다. 실험 성공, 현장 검증, 대규모 운전과 이익 창출은 서로 다른 단계다. 초기 보상은 기술적 진전을 인정하는 수단이며, 다음 단계에 투자할지는 수명·원가·수요를 다시 검증해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구분이 있어야 연구자에게 보상하면서도 기업의 투자규율을 지킬 수 있다.
에너지기업에서는 성능 개선이 반드시 신제품 매출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안전성, 설비 효율과 운영 안정성의 개선은 비용절감과 손실 방지로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보상하려면 기존 상태와 개선 이후를 비교할 기준선이 있어야 한다. 외부 환경 변화나 다른 부서의 기여를 모두 특정 연구팀의 성과로 인정하면 조직 안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장기 연구개발에는 실패 가능성이 따르지만 모든 손실이 같은 실패는 아니다. 성실하게 목표를 검증했으나 기술적 한계를 확인한 경우와 위험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거나 이해상충 거래를 숨긴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묻는 제도는 도전을 줄이고, 과정이 불투명해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하는 제도는 부실을 키운다.
핵심은 사전에 기록된 가설과 중단 기준이다. 기술이 어떤 조건을 만족하면 다음 단계에 투자할지, 어느 지표가 나오면 중단하거나 다른 경로로 바꿀지 정해야 한다. 중간평가에서 실패 가능성을 보고한 팀이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정보가 올라온다. 동시에 프로젝트를 계속하기 위해 목표를 사후에 낮추는 관행은 통제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관점도 필요하다. 모든 과제를 성공시키려 하면 위험이 낮은 개선과제만 남을 수 있다. 탐색연구, 기존 공정의 개선, 시장진입이 가까운 사업화를 구분하고 자금을 배분해야 한다. 장기연구를 위해 평가기간을 늘리더라도 예산 집행과 안전·윤리·이해상충의 통제는 유지해야 한다. 장기 투자일수록 중간 의사결정을 정밀하게 기록해야 다음 담당자도 승인된 위험의 범위를 이해할 수 있다.
외부 협력에서도 실패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국유기업과 대학이 공동연구를 했다면 대학은 논문, 기업은 제품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질 수 있다. 개발실패, 검증시설의 지연, 규제변화와 고객의 요구변경을 계약에서 구분해야 한다. 기업이 모든 위험을 대학에 떠넘기거나 대학이 산업화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구조로는 장기 협력이 어렵다.
중국의 개혁이 갖는 병목은 지표가 늘어나는 만큼 보고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허 수 대신 전환율, 공동연구 건수 대신 사업화 매출을 요구해도 측정방법이 허술하면 새로운 숫자 경쟁이 생긴다. 관련 회사 사이의 거래로 매출을 만들거나, 정상 유지보수 비용을 연구개발비로 분류할 유인도 생길 수 있다. 평가항목을 바꾸는 것과 데이터의 신뢰를 높이는 것은 다른 작업이다.
연구개발의 불확실성을 감독기관이 충분히 이해하는지도 관건이다. 프로젝트를 맡은 담당자가 바뀌면 과거에 승인된 위험을 나중에 문제 삼을 수 있다. 사전 승인과 기술검토, 중간 의사결정의 기록을 제도적으로 남겨야 조직의 기억이 유지된다. 책임 면제는 담당자의 호의가 아니라 일관된 판단절차여야 한다.
국유기업의 특수성도 숨길 수 없다. 공공자본과 정책적 지위를 활용하는 기업이 장기연구를 지원받을 때 민간기업과의 경쟁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공통기술 성과를 공급망에 확산하는지, 특정 계열사의 시장점유율만 높이는지 구분해야 한다. 국유기업의 혁신이 산업 전체의 혁신과 자동으로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평가를 바꾼다고 실제 구매수요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연구팀이 시제품을 완성해도 사업부문이 구매하거나 생산에 적용하지 않으면 성과는 멈춘다. 기술개발 예산과 별도로 실증·인증·첫 적용의 책임자를 정해야 한다. 사용부문이 과제 설계부터 참여하고 성공했을 때 적용할 조건을 제시해야 연구와 사업의 시간이 맞춰진다.
국유기업 안의 자본비용도 잊어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을 평가상 우대한다는 이유로 자금조달 비용과 다른 투자기회를 무시할 수 없다. 장기연구에는 더 긴 기간을 적용하되 투입자금과 기대되는 공공·산업성과를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을 공개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실패를 용인하는 정책도 사회적 신뢰를 얻는다.
한국 공기업과 출연연에도 장기 기술목표와 단기 평가가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 필요한 것은 중국의 보상비율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공공목표와 상업목표를 분리하고, 기술단계별로 평가기간과 검증방식을 달리하며, 성실한 실패를 보호하는 기준을 사전에 정하는 일이다. 결과만이 아니라 판단과정의 질을 평가해야 한다.
정부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주문할 때 예산, 회계와 경영평가의 관계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공기업에 공공 기술개발을 요구한다면 비용과 성과를 별도로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자체는 산하 공기업에 지역 공동실증과 기반서비스라는 역할을 명확히 부여하고, 그 목표와 비용을 예산에 남길 수 있다. 경영진의 임기가 바뀌어도 승인된 기술위험을 일관되게 평가할 근거가 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연구소와 사업부문이 같은 단계별 목표를 공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에는 기술검증의 책임을, 사업부문에는 고객·원가·적용조건의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시제품이 완성된 뒤 판매부서에 넘기는 대신 사용자와 생산부문이 초기부터 검증에 참여해야 한다. 성과보상도 연구자 개인과 사업화팀의 기여를 나눠 설계할 수 있다.
대학은 기업과 연구할 때 기존 지식재산권과 새 성과, 학생의 참여와 공개 가능범위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국유기업 또는 공기업과의 공동개발에서 담당자의 관심보다 정식 구매·검증 절차와 권한을 확인해야 한다. 협약 체결이 투자나 구매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검증 이후 어느 부문이 다음 결정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금융권과 투자자는 국유기업의 연구개발비 증가를 회계상 이익이나 확정 수익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연구비를 많이 썼는지보다 기술단계가 진전됐는지, 외부 고객이 검증했는지, 후속 투자와 중단 판단이 독립적인지를 봐야 한다. 정책과제의 존재는 사업기회일 수 있지만 채무상환이나 기업가치의 보증은 아니다.
한국 기업이 중국 국유기업과 협력할 때도 이런 내부평가를 이해하면 실무가 달라진다. 상대방이 올해의 연구성과, 장기 공급망 안정, 국산 대체 또는 비용절감 중 무엇을 평가받는지 파악해야 제안의 기준을 맞출 수 있다. 공동연구 계약에는 기술검증, 사용부문의 승인, 구매 전환의 조건을 차례로 넣어야 한다. 담당자의 평가실적과 한국 기업의 사업성과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다.
실행 가능한 변화는 연구소와 사업부문이 같은 검증기록에 서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소는 성능과 재현성을, 사업부문은 고객 요구와 원가·현장 적용성을, 이사회는 계속 투자할 근거와 중단 조건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기술목표를 달성했는데도 사업부문이 쓰지 않는 경우에는 그 이유까지 다음 평가에 남겨야 한다.
중국 국유기업의 혁신개혁은 자본을 더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장기 기술이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직이 도전할 이유와 멈출 수 있는 규칙을 함께 가져야 한다. 한국은 연구개발 예산만 늘릴 것인가, 아니면 장기 도전을 선택한 사람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실패의 책임도 명확히 나누는 제도까지 바꿀 것인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