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상생결제 1500조 돌파했지만…2차 이하까지 온기 못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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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공공기관이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줄 때 쓰는 상생결제가 도입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2차 이하 협력사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연간 결제규모 는 약 190조원, 누적 1500조원으로 커졌지만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만 사용하는 제도로 굳어지고 있다.

상생결제는 1차 이하 협력사가 결제일에 현금을 지급받고, 낮은 금융비용으로 결제대금을 조기에 현금화 할 수 있는 제도로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운영한다. 구매기업이 1차 협력사에 외상매출채권으로 대금을 주면, 1차 협력사는 이 채권을 바탕으로 2차, 3차 협력사에 다시 채권을 발행해 대금을 치를 수 있다. 하위 협력사도 구매기업 신용도로 만기 전에 현금화할 수 있다.

상생결제 금액은 최근 5년간 상승해 연간 결제액 2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상생결제 금액은 2021년 142조8000억원, 2022년 166조2000억원, 2023년 171조8000억원, 2024년 180조3000억원, 2025년 189조1000억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9월까지 상생결제액은 152조4000억원으로 연간 결제액은 203조원 이상으로 추정돼, 연간 결제액이 200조 이상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간 제도가 시행된 후 상생결제를 이용하는 기업의 98% 이상은 대기업·공공기관 등 구매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이하 협력사가 이용한 금액은 1.7%에 그쳤다. 상생결제 제도가 시행된 후 누적 결제총액이 1530조원을 넘어섰지만, 이 중 1500조원 이상을 구매기업이 결제하며 1차 협력사의 결제 시스템 사용은 미미했다. 2018년 상생결제 이용이 의무화된 이후 전체 상생결제액은 늘었지만, 기업 규모별 이용률에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1차 협력사가 상생결제 시스템을 활발하게 이용하지 않아 2차 이하로 확산된 상생결제액 규모도 작았다. 실제로 올해 9월 기준 1차 협력사가 2차 이하 기업에 지급가능한 상생결제액 중 실제 상생결제를 이용한 금액은 6.7%에 그쳤다. 제도가 실시된 2015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지급액이 모두 7% 미만을 기록했다.

상생결제로 대금을 받았더라도 하위 협력업체에 상생결제를 재발행하는 기업 비율도 9.8%에 불과했다. 1차 협력사가 하위 협력업체에 현금이체 방식으로 지급할 경우, 하위 협력업체는 구매기업의 신용도를 활용한 상환청구권 없는 결제 보호를 적용받지 못해 공급망 전반으로 구매기업의 신용도를 공유하려는 제도 취지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한다.

상생결제가 2차 이하 협력사로 확산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상생협력법 내 사각지대가 있다. 상생협력법 제22조(납품대급의 지급 등)는 상생결제로 대금을 받은 기업이 받은 비율 이상을 하위 협력사에 '현금결제 또는 상생결제'로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계좌이체로 현금을 보내도 '상생협력'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이같은 규정으로 인해 현금지급을 포함하면 상생결제 의무비율 준수율이 97%에 달하지만, 상생결제를 이용해 의무비율을 충족하는 기업은 약 16%에 그쳤다.

상생협력법은 현금결제와 상생결제를 유사한 납품대급 방법으로 규정하지만, 두 결제 방식은 '대금 지급에 대한 담보 유무'에서 차이가 있다. 현금결제는 몇 일에 지급하겠다는 거래처의 약속이지만, 상생결제는 납품 이후 구매기업이 발행한 '외상매출채권'이 일종의 '예약이체 증서' 역할을 한다. 만기일이 되면 대금은 은행을 거쳐 자동으로 입금된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제도 도입 이후 상생결제 채권이 만기에 결제되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

업계에서는 상생결제가 협력사의 현금유동성 확보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결제전산원 관계자는 “현금결제는 보통 상품이나 서비스를 납품한 후에 계약서를 쓰고 30~60일 내에 지급한다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생결제는 미리 외상매출채권을 통해 언제 지급할 지 미리 예약이체를 하기 때문에 협력사가 자금 유동성을 예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1차 협력사가 대금을 상생결제로 지급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예정처는 “1차 협력사가 수취한 상생결제 대금을 현금화한 후 하위 협력사에 일반 현금 이체 방식으로 지급할 경우, 해당 대금은 상생결제 생태계 밖에서 유통된다”며 “구매기업 부도 등 신용위험 발생 시 연쇄 부도를 방지하는 제도의 안전망은 1차 협력사에서 사실상 단절된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국회 지적에도 불구,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현금결제를 가장 선호하는 결제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상생결제 실태조사 결과, 대금을 받을 때 가장 선호하는 결제수단은 현금(84.6%)이었고, 상생결제는 12.4%에 그쳤다. 현금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이용절차가 간편함'(44.7%)과 '자금 유동성이 좋음'(28.5%)이 꼽혔다.

상생결제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중기부와 협력재단은 상생결제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올해 초 상생결제 참여 금융기관에 KB증권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참여하며, 상위기업과 협력사가 이용하는 금융기관이 달라도 상생결제가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협력사의 주거래은행이 상위기업과 다르면 새 계좌를 발급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원스톱 상생결제 시스템이 구축되며 상생결제 대금 지급 편의성이 높아졌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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